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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마음을

2012년 10월 12일 06시 52분 등록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 주세요.

낙엽이 쌓이는 날

외로운 여자가 아름다워요.

 

고은 시인의 시입니다.    가을이 되면 떨어진 낙엽 속에서 도시의 공기 속으로 날아오르는 종소리 같은 노래입니다.

 

가을에는 바위와 나무가 여름 내 품고 있던 물을 내 놓아 흘려보냅니다. 겨울이 되면 얼어 터져서 살아날 수 없기에 미리 물을 흘려보내 스스로 건조해 집니다. 가을날 물이 유난히 맑은 이유는 이런 방류의 덕분입니다. 추수(秋水)는 슬프도록 맑고 고와서 눈물이 금새 돋아날 듯 촉촉한 미인의 눈을 묘사할 때 쓰이기도 합니다. 계류를 흐르는 가을 물을 들여다 보면, 추수라는 단어가 얼마나 스며드는 그리움인지 알게 됩니다.

 

가을엔 편지를 써 보세요. 컴퓨터 앞의 가짜 편지 말고 진짜 편지 말입니다. 촛불을 밝혀두고 편지지 위에 만년필로 쓴 다음,

편지 봉투에 넣고 받을 사람의 주소와 이름을 써두세요.  받을 사람의 이름을 손가락으로 만져 보세요.      다음날 아침 모든 창문에 동이 터 오면,  아침을 먹고,  우체국으로 달려가 그 첫 번 째 손님이 되어,  침으로 우표를 적신 후 '부디 그대의 손에 전달되어 불타는 가슴을 전해주기를 기원하던 그 젊은 날의 그대' 가 되어 편지를 보내세요.    아니면 그 밤의 편지를 아침 내내 가방에 넣어 두었다가 점심을 먹으러 나올 때 조금 걸어서 우체국으로 가세요.   어쩌면 가을 햇빛 속을 몇 정거장 걷게 될지도 모르지요.    어쨌든 편지를 부치는 날은 구식의 사람이 되어 메트릭스 속의 인간이 아닌 진짜 하늘을 손으로 만지면서 걸어 보세요.          

 

 가을의 시인 릴케는 수 없이 많은 편지를 남긴 시인이기도 합니다.   '편지가 가장 아름다운 교제의 수단이라고 믿고 있었던' 릴케는 자신을 스스로 구식의 사람이라고 말했습니다. 100년 쯤 전에 말입니다.

 

만일 당신이 하루 종일 그 편지를 가지고만 다니다가 부치지 못하고 집으로 되돌아 왔다면, 그리고 그 다음 날도 부치지 못했다면,  

그 날은 스스로 그 편지의 수취인이 되어 뜯어보세요.  다시 촛불을 밝혀두고 남몰래 읽어 보는 것이지요.

그러면 당신이 그리워한 삶이 더 잘 보일까요?

 

릴케의 시 하나를 덧붙입니다. 당신의 하루가 고독하여 하루 종일 자신에게 전념한 하루가 되기를 바라며.

 

고독은 비와 같다.

고독은 바다에서 저녁을 향해 오른다

고독은 아득히 먼 외딴 평원에서

늘 고독을 품고 있는 하늘로 향한다

그리고 하늘에서 도시 위로 떨어져 내린다.

 

동틀녘에 고독은 비가 되어 내린다

모든 골목들이 아침을 향할 때

아무것도 찾지 못한 몸뚱이들이

실망과 슬픔으로 서로를 놓아줄 때

서로 미워하는 사람들이

한 침대에서 자야할 때,

고독은 강물이 되어 흐른다

 

*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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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12 11:24:50 *.70.64.222

선생님, 가을이 벌써 왔나요?

가을편지 받고 덜컥 가짜편지 한통 부쳐버렸습니다.

좀있다가 눈 코 귀 입 다 달린 진짜 편지 팔다리 달아서 배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秋水文章不染塵...... 을 써놓고 봄바람을 기대하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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