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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희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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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3월 29일 06시 53분 등록

내 안의 또 다른 나 일깨우기

헤세와 융 박사의 책을 다 읽고 저는 어릴 때부터 좋아했지만 할 수 없었던 일이 무엇이었는지를 곰곰이 생각해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에 의하면 제게도 분명 하고 싶지만 안정적인 나르치스의 길을 가기 위해서는 드러내선 안 되는 골드문트적 잠재력이 어딘가에 눌려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니 이런 저런 학원 투어를 다니지만 그 어떤 것에도 흥미를 보이지 않는 제가 보였습니다. 오히려 학원 투어 짬짬이 주어지는 제 시간에 방에 혼자 틀어박혀 책을 읽는 시간을 훨씬 좋아합니다. 추운 겨울날 행여 어른들이 찾을까 옷을 두껍게 껴입고 보일러도 틀지 않는 골방에 올라가 겨울 눈으로 가득한 북유럽 신화를 읽으며 어느새 겨울은 평생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 되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화장실 갈 때도 책을 들고 가는 저를 걱정하는 엄마의 모습이 보이기도 합니다. 정말이지 그 때는 공부에서 벗어나 책만 실컷 읽을 수 있기를 너무도 간절히 바랬습니다. 책 속에는 일상에서는 만날 수 없는 흥미진진하고 다양한 세계, 다양한 인물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되면서 입시에 치이기 시작하며 책 읽기는 당연히 중단되어야 했습니다. 대학생이 된 이후에는 독서자체는 물론이고 글을 쓴다고 해도 그걸로 밥벌이를 할 수 없을 것 같은 현실에 부딪혀 책에 대한 열정은 연기처럼 사라졌습니다. 그러면서 저도 모르는 사이 나르치스처럼 세상 기대에 맞춰 스스로에게 조금 더를 외치며 살아오고 있었습니다.

 

만약 내가 그 때 계속해서 책을 읽었으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낯선 타국에서 비즈니스를 공부하는 삶이 아니라 한국에서 국문학을 공부할 수 있었을까..? 만약 내가 국문학을 공부했다면 글쟁이가 되었을까…? 그랬다면 나는 지금쯤 작가가 되어 행복하다 여겼을까…?’

 

이제는 너무 오래 전 일이라 기억조차 까마득했지만 어린 시절 책을 좋아하던 꼬마로 돌아가 거기서부터 다시 상상해본 제 골드문트적 삶은 제가 걸어온 길과는 참으로 달랐습니다. 너무 달라서 한편 참 낯설기도 했지만, 한편 그리 살았으면 (비록 유명 작가가 되지는 못했을지라도) 최소한 지금보다는 어딘가 충족한 느낌이 들 것 같았습니다. 갑자기 마음 한 구석에 휑한 바람이 부는 것 같이 서늘했습니다.

 

이제라도 책을 읽으며 글을 쓰는 삶을 시도해봐야 하는 걸까..?’

아무리 그래도 그건 너무 가망 없는 일 아닌가? 여태껏 글이라곤 써본 일도 없는 내가? 이 나이에 책을 읽고 글을 써서 밥을 해결한다는 게 말이 되나? 현실적으로 그건 너무 무모한 일이지

뭐가 무모해? 핸디 책 못 읽었어? 핸디는 오십에 시작해서 예순에 인생전환을 완성했다며. 그래서 행복하다잖아. 핸디에 비하면 아직 한참 젊은 네가 못 할거 뭐 있어? 이렇게 질질 끌려서 사는 게 더 두렵지 않아? 그렇게 나이 먹어서 어쩌려고 그래?!’

 

그 동안 여러 대가들의 도움을 받아 저만의 바다 여행을 위해 가까스로 낭떠러지 밑으로 뛰어내렸다고 생각하였지만 막상 제가 하고 싶었던 일이 너무도 낯선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니 당혹스러웠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까지 글 쓰는 일과는 전혀 관계없는 삶을 살아온 제가 이제와 이룰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그건 핸디니까, 헤세니까 그리고 융이니까 가능했던 일 같았습니다. 역시나 골드문트적 삶은 아무나 갈 수 있는 길이 아니라는 생각만이 꾸역꾸역 올라올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더 답답했던 건 이전으로 돌아갈 수도 없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마치 골드문트가 신학교 바깥 세상을 한번 경험한 뒤로 더는 신학교에 마음을 붙일 수 없었던 것처럼, 저 역시 제 안의 오래 묻어두었던 열망을 마주한 뒤로는 일상의 나르치스적 삶이 이전보다 더욱 견디기 어려워졌습니다. 그야말로 육지와 바다, 어디에도 제 삶은 없는 어정쩡한 날들이 이어졌습니다.

 

무슨 방법을 찾아야지. 이러다 이도 저도 아니겠는데. 자칫 이 상태가 더 위험할 것 같군…’

 

돌아가기에는 너무 멀리 와버렸지만, 선뜻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던 저는 마치 깊고 어두운 심연에 갇힌 느낌이 들었습니다. 사십 대 전환기는 마치 사막여행과도 같다던 브리지스의 말이 한 치도 틀리지 않았습니다. 목마름은 이전보다 더욱 심해졌지만 목적지는커녕 오아시스도 보이지 않는 사막만이 끝없이 펼쳐질 뿐이었습니다.

 

여러분들이라면 이럴 때 어떤 결단을 내리실까요…? (여러분들도 어린 시절로 돌아가 마냥 빠져들었던 일이 무엇이었는지 한번 되돌아보시기 바랍니다. 거기서부터 만약에 라는 가정 아래 삶을 전개해보시면 여러분들 또한 내면 깊이 묻어둔 또 다른 내가 만들어가는 골드문트적 삶을 그려보실 수 있을 겁니다). 그냥 지금까지처럼 안정적인 나르치스의 삶을 이어가실까요..? 아니면 더 늦기 전에 이제라도 골드문트의 길에 한 번 과감히 들어서실까요..? 아무래도 소심했던 저는 결단을 내리기 전, 제가 가고자 하는 길의 가장 큰 거목의 삶을 살펴보았습니다. 지피지기 백전백승이라는 말도 있듯이 이제야말로 한번쯤은 제가 원하는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분의 삶을 살펴보아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늘 나르치스의 길을 걷던 사람들이 내 안의 골드문트를 만난다는 것은 참으로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어떤 면에선 제 안에 골드문트적 잠재력이 있는지도 모르거나, 행여 느낀다고 해도 마치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처럼 되려 망설이게 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핸디의 말처럼 이제는 누구나 회사 밖에서의 커리어가 훨씬 더 길어진 시대를 살아야 하는 세대로서, 살면서 한번은 반드시 자신 안의 골드문트를 마주해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 누구의 지시나 통제가 없는 프리랜서나 포트폴리오 인생을 꾸리려면 나르치스적인 방식만으론 너무 어렵기 때문입니다.

 

다음 주에는 일단 내 안의 골드문트를 발견한 뒤에는 어떤 과정을 거쳐야하는지에 대해 제가 가고자 하는 분야의 대가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어느새 3월이 끝나가고 4월이네요. 바야흐로 완전한 2019년을 살아가야 할 시기인 것 같습니다. 저는 이번 주말 1인회사 연구원들과 12일 워크숍을 갑니다. 저나 연구원들, 주말 워크숍을 통해 오랜 갑옷 하나를 버리고 새봄을 향해 걸어 들어가는 입학여행이 될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 또한 봄을 맞는 의미 있는 주말 맞으시고 다음주도 아자 홧팅입니다^^

 

수희향 올림

카페: 1인회사 연구소 www.Personalculture.co.kr

 

--- 변경연에서 알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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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공지] 2019년 구본형 사부님 6주기 추모미사 & 추모제

삼월산수유 가지마다 꽃망울이 달리고, 목련도 겨울을 보냈던 털옷를 벗어냅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봄이 오고사월이 되면 봄의 한가운데를 지나게 되겠지요. 벚꽃과 함께 떠오르는 얼굴삶의 봄처럼 다가와 주셨던 그 분. 구본형 사부님의 6주기 추모미사와 추모제가 열립니다따뜻한 사람들과 함께 그리움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참석 가능하신 분들은 미리 댓글 남겨주시면 준비에 큰 도움이 됩니다:

http://www.bhgoo.com/2011/853712

 

2. [출간소식『교양인은 무엇을 공부하는가』 연지원 .

변화경영연구소 3기 연지원 연구원의 신간 『교양인은 무엇을 공부하는가』가 출간되었습니다이 책은 단편적 지식의 나열이나 지적 허영이 아닌 자유롭고 지혜로운 삶을 지향하는 이들이 본질적으로 추구해야 할 핵심 개념으로 ‘교양’과 ‘교양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교양이라는 파랑새를 발견하는 행복한 여행을 위한 보물지도이자 안내서로 지혜를 사랑하고 현명한 삶을 살고자 하는 분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책이라고 하니 일독을 권해드립니다:

http://www.bhgoo.com/2011/853853

 

3. [안내] <차칸양의 돈 걱정 없애주는 재무 컨설팅>

에코라이후 배움&놀이터 대표이자 라이프 밸런스 컨설턴트 양재우 연구원이 개인들을 위한 구체적이며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차칸양의 돈 걱정 없애주는 재무 컨설팅>을 시작합니다경제/경영/인문의 균형점을 토대로 하여 가장 현실적으로 실행 가능한 방법을 제시해준다고 합니다. 자산을 모으고 싶지만 방법을 모르시는 분들퇴직을 앞두고 경제를 비롯한 삶에 대한 고민이 많으신 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과정이라고 하니 많은 관심 바랍니다:

http://www.bhgoo.com/2011/854027

 

 

IP *.227.93.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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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02 08:42:21 *.102.1.10

지금쯤은 1박2일 워크샵 잘 다녀오셨겠네요?

아마도 다음번에 워크샵 이야기 해주실거라 기대합니다.


아직 심연과정 근처에도 못간 저에게는 참으로 도움이 되는 수희향 선배님의 경험담 이야기입니다.

이제 겨우 나르치스에서 골드문트쪽으로 눈을 돌린 정도이니까요.  늘 고맙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2019.04.04 11:48:04 *.210.138.250

네. 덕분에 잘 다녀왔습니다^^


도움이 되신다하니 쓰는 이로서는 힘이 나는 말씀입니다.

사실 그 시선돌리기가 가장 큰 일이기도 합니다. 중요한 여정을 걷고 계시니 계속해서 함께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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