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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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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3월 13일 18시 20분 등록

저는 작년 12월부터 두 번째 육아휴직을 시작했습니다. 어느덧 3개월이 훌쩍 지나갔네요. 제가 육아휴직 중이라고 말하면 두 부류의 사람으로 나뉘는데요. 첫 번째는 제 나이를 대충 짐작하시는 분들은 아니 어떻게 이 늦은 50대초반의 나이에 육아휴직을 쓸 수가 있는지 의아하게 쳐다 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한 부류는 직장 다니면서 육아휴직을 그것도 두 번이나 쓸 수 있다니 정말 마음이 너그러운 아내와 결혼했다고 부러워하는 사람들입니다.




네 맞습니다. 저는 늦은 나이인 37살에 구본형 선생님이 운영했던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에서지금의 아내를 만났어요. 그리고 극적으로 만난 지 6개월 만에 결혼을 했지요. 저나 아내나 너무나 빠른 의사결정이었지만 아직까지 별탈 없이 잘 잘고 있습니다. 이렇게 늦은 나이에 결혼해서 둘째 딸이 작년 12월 기준으로 초등학교 2학년이었어요. 그래서 육아휴직이 가능했죠. 그리고 전생에 공을 많이 세워서 현세에 현명한 아내와 결혼하는 복을 얻었네요. 그래서 두 번이나 육아휴직을 쓸 수 있었어요. 여보, 고마워요.




두 번째 육아휴직을 사용하게 된 이유는 그 당시 장모님이 많이 편찮으셨어요. 아내가 장모님 병간호에 최선을 다해 봐야 나중에 돌아가시더라도 후회가 없을 것 같다고 말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아이들을 돌보면서 쌀국수 매장도 운영하면 될 것 같아 육아휴직을 결정했었습니다. 직장 다니면서 쌀국수 매장을 1 3개월 정도 운영해 보니 정말 많이 힘들었거든요. 직원이 갑자기 아프거나 급한 일이 생겨 매장에 출근 못하는 상황이 되면 제가 회사 눈치 보며 일찍 퇴근해서 매장 업무를 봤었는데요. 이 횟수가 잦아지는 상황이 벌어지다 보니 이렇게 숨막히게 회사 상사 눈치 보며 운영할 수 없을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육아휴직 신청서를 회사에 제출하고 회사 책상에 앉아서 곰곰이 생각을 해 봤어요. 앞으로 인생에 다시 없을 1년이 저에게 주어졌는데 그 시간 동안 무엇을 하면 좋을 지 정리를 해 보았어요. 크게 8가지가 있더라고요.




4번째 책을 쓰는 일, 아이 습관 만들기 동영상 제작 후 강의 플랫폼에 등록하기, 중국 구매대행 시작하기, 쌀국수 매장 매각 진행, 3050 월급독립 프로젝트 10명 진행하기, 유튜브 매주 1개 영상 제작하여 올리기, 심리학 사이버 대학 입학하기, 벽돌 책 3권 다시 읽기가 있었어요.




지금 3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이 8가지 할 일 중 진행하고 있는 것도 있고 아예 시작도 못한 일들이 있는데요. 그래서 육아휴직 3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얻은 것과 잃은 것이 무엇이 있는지 정리해 보는 것도 저뿐만 아니라 미래에 육아휴직을 사용하려고 고민 중인 직장인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단 생각이 들었어요.




우선 얻은 것부터 말해 볼게요.


첫 번째 얻은 것은 아이들과 놀아주는 아빠가 된 것이에요. 육아휴직 전에는 새벽에 회사에 출근해서 매장을 마감하고 집에 오면 밤 10시가 넘었어요. 집에 오면 두 딸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저에게 달려와서 놀아 달라고 떼를 썼는데 제가 몸도 늙고 에너지도 방전이 되다 보니 아빠 너무 피곤해서 그러니까 내일 놀아줄게~” 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거든요. 그런데 육아휴직을 쓰면서 매장 마감하고 밤 10시에 와도 내일 새벽같이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는 마음의 여유가 생겨서 아이들과 좀 더 시간을 많이 보낼 수 있게 되었어요. 평일 오전에도 매장에 가기 전에 아이들 등교를 도와주기도 했고요. 방학 때는 아이들과 오전 시간에 함께 놀 기회가 많아서 좋았습니다. 아래 글은 지금 초등학교 3학년이 된 둘 째 딸이 월요일 아침에 있었던 일을 쓴 글인데요. 육아휴직 기간이기에 가능한 일이었지요.



제목: 아빤 나빴어

우리 집에 엄마가 없다. 방금 나가셨다. 우리 집은 완전 파티다. 우린 배달을 시키기로 했다. 아빠가 먹고 싶은 걸 시키고, , 언니까지 시켰다. 배달이 왔다. 비닐을 뜯었다.  3개가 와 있었다. 우린 엄마가 오기 전에 얼른 먹었다. 아빠 그릇이 남아있고 우리 음식은 이미 털렸다. 우린 아빠 음식을 먹으려고 했다. 아빠 밥엔 김치찌개가 묻어 있었다.  언니와 나는 더러워서 에잇이라는 소리가 나왔다. 나는 아빠한테 배신감을 느꼈다우린 밥을 다 먹고 엄마가 오길 기다렸다우린 놀았다. (히히엄마가 왔다. 아빠는 갓난 애긴가엄마의 사랑을 다 받는다. 어휴~내가 갓난 애기였어 봐라. 아빠가 얄미웠다며칠 뒤 아빤 간식을 사왔다그래요 세상엔 나쁜 사람은 없어요.



두 번째 얻은 것은 코로나19로 자영업자들이 많이 힘든데 그럼에도 쌀국수 매장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쌀국수 매장을 유지하는 것이 뭐 대단한 일인지 의아해 할 수도 있는데요. 최근에 제 매장 직원도 가족이 코로나 확진이 되면서 출근을 2주 동안 못하게 되었어요. 요즘 아르바이트생 구하는 것이 하늘의 별 따는 것만큼 힘들거든요. 더 심각한 일은 애써 아르바이트생을 채용해서 매장 업무를 가르쳐 놓으면 한 달도 안되어서 그만두는 일이 잦아요. 그래서 사장인 제가 직접 그 빈자리를 채워야 하는데 직장을 다녔다면 이런 응급상황에 대처를 할 수 없었을 거에요. 이후에도 다른 직원도 친구가 코로나 확진이 되면서 자가격리로 일을 못하게 되는 상황이 벌어져서 제가 또 오전 오후 풀타임으로 일을 하며 빈 자리를 채울 수 있었습니다. 제 매장 옆에는 돈까스 매장이 있는데요. 그 매장 직원하고 사장님 가족이 코로나에 확진 되면서 일주일 동안 문을 닫았어요. 매출도 큰 타격을 입었지만 재고도 다 버려야 하는 이중고를 감당해야 했었죠. 제 몸이 회사에 얽매이지 않았기에 코로나19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요즘에도 평소처럼 운영이 가능했다고 생각해요.




세 번째 얻은 것은 제가 육아휴직 전에 계획한 일 중 그래도 몇 가지는 진행을 하고 있다는 것인데요. 유튜브를 최소 일주일에 1개씩 올리면서 구독자도 168명에서 3,445명까지 늘어 날 수 있었어요. 스마트스토어도 중국 구매대행을 시작하면서 사업을 확장 중에 있습니다. 3050 월급 독립 프로젝트는 10명까지 진행은 못했지만 현재 2명을 코칭해 주면서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게 중요한 것 같아요. 육아휴직 기간 동안 어떤 일을 하겠다고 미리 계획을 세워 놓아야 이렇게 중간 점검하면서 놓치고 사는 것은 없는지 전열을 재정비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분명히 잃은 것도 존재합니다.




첫 번째 잃은 것은 바로 월급입니다. 당연한 결과죠. 이미 알고 육아휴직을 사용한 것이고요. 매달 들어오는 월급 대신에 정부에서 지원하는 육아휴직 수당을 받고 있습니다. 월급의 30% 정도 수준이지만 감사한 일이죠. 그래서 큰 돈은 아니더라도, 제가 미리 육아휴직 전에 월급 이외 10가지 수입 파이프라인을 만들어 놓은 것은 천만다행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시간을 투자해서 일을 하지 않아도 수입이 들어오는 파이프라인이 있다는 것은 마음의 위안이 됩니다.




두 번째 잃은 것은 바로 승진입니다. 지금 저희 회사는 올해부터 승격 명단을 공개하지 않기로 인사정책이 변경되었는데요. 그래서 누가 과장이 되고 차장이 되고 부장이 되었는지 공개적으로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팀장님이 승격한 사람을 조용히 불러서 축하한다 정도 인사만 하는데요. 저는 작년 초에도 진급에 실패했었습니다. 물론 제가 승진에 욕심이 없기 때문에 큰 마음의 상처는 받지 않았습니다. 올해도 승진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육아휴직을 사용한 직원에게 승진의 선물을 선뜻 안겨줄 회사는 그렇게 많지는 않을 것 같아요. 그래도 궁금은 하더라고요. 제가 육아휴직 중이라 팀장님이 저를 혹시 불러서 축하한다는 말을 잊은 것은 아닌지 말이죠. 하하. 그래서 인사 담당자에게 이메일을 보냈는데 답장이 없더라고요. 부정적인 암시죠. 그래서 함께 일했던 동료를 통해 확인해 보니 예상대로 제 이름은 승격 명단에 없었습니다. 예상했던 결과라 아무렇지는 않았습니다. 살짝 잠깐 아파했습니다. 그것뿐입니다. 육아휴직을 쓴다면 승진은 마음에서 비우시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다고 생각해요.




세 번째 잃은 것은 바로 정신상태입니다. 출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마음의 여유는 제가 밤 늦게까지 TV를 본다거나 집에서 술을 마시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러니까 정신상태가 해이해졌다는 뜻입니다. 평소에 출근 할 때는 새벽 3 30분에 기상해서 책을 읽고 글을 썼는데 요즘엔 늦게 자다 보니 일어나는 시간이 조금씩 뒤로 밀려나고 있습니다. 다시 정신상태를 재정비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열정과 게으름은 정말 종이 한 장 차이 같아요. 잠깐 방심하면 게으름이 그 틈을 타고 봇물처럼 터져 나오더라고요. 제 녹슨 정신상태를 닦고 조여야겠습니다. 여러분도 육아휴직을 생각한다면 게으름이 침범하지 않도록 빈틈을 보이지 마시길 바라겠습니다.




지금까지 육아휴직 3개월 중간 보고서를 써 보았는데요. 내가 얼마나 노력하는 가에 따라서 직장에 다닐 때 보다 많아진 시간을 잘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얻은 것과 잃은 것을 참고해서 현명한 육아휴직을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저도 8가지 해야 할 목록 중에서 아직 시작도 못한 4번째 책 쓰기에 박차를 가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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