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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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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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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3월 17일 01시 31분 등록

남쪽에는 매화가 개화를 시작했다는 소식이 확연하지만, 이 숲에는 아직 나무에 꽃피었다는 소식은 없습니다. 봄은 늘 아래로부터 오는 법. 나무에 꽃피었다면 남쪽의 숲과 들 바닥에는 꽃 소식이 제법일 것입니다. 그렇다 하여 남쪽으로 꽃을 맞으러 길을 떠나지 않는 내 마음의 이유는 이 숲에도 이미 아래로부터 봄이 시작되었음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아직 정작 봄맞이풀이란 이름을 지닌 녀석은 꽃 소식이 없는데, 양지바른 땅의 점나도나물은 노란색 꽃 수줍게 올리고 있습니다. 잠시 추운 날 끼어든다 해도 이제 봄이 맞습니다.

 

봄은 세상을 어떤 빛깔로 물들입니까? 매화의 흰 빛깔? 벚꽃의 연분홍? 개나리 노란색? 아닙니다. 매 계절은 형언할 수 없는 무수한 빛깔로 세상을 수놓습니다. 꽃이 밝은 빛깔로 제 모습 드러낼 때, 이 시절의 곤충과 작은 새들은 아직 잎이 돋지 않은 나무나 가시덤불에 깃들어 안전을 구하기 위해 서로를 분간할 수 없는 의태의 빛깔로 오히려 자신을 숨긴 채 분주합니다. 하물며 사람의 모습이 왜 한 빛깔이겠고 또 왜 꼭 한 빛깔이어야겠습니까? 도시를 떠나 자연에서 다시 시작하는 삶 역시 마찬가지. 그 빛깔은 제법 다양할 수 밖에 없습니다.

 

먼저 은퇴형 회귀입니다. 이들은 대부분 그간 도시생활에서 어느 정도 확보한 경제력으로 전원주택을 짓고 들어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이들은 전문적으로 농사를 짓지는 않습니다. 취향에 따르지만, 기껏 작은 텃밭을 가꾸는 것이 농사의 전부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들에게 자연은 경관(fine view)으로서의 의미가 큽니다. 이들의 소득은 연금이나 퇴직금, 혹은 여전히 지속하고 있는 도시적 수입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는 이런 이들의 귀환 생활을 전원생활로 분류합니다.자연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충족하는 즐거움이 있는 삶입니다. 개인의 삶에 대한 만족감도 높은 편입니다. 하지만 자연 및 지역공동체와 진정한 소통을 나누기는 어려운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또한 더 나아가 지구 생명 공동체와 깊이 교감하는 철학 및 생활방식을 가진 이들도 드뭅니다. 더러 그림 같은 집을 짓기 위해 또 다른 난개발을 조장하는 경우도 이 부류가 많은 편입니다.

 

다음으로 귀농생활을 위한 회귀입니다. 흙 밟고 농사 지으면서 자연에 대한 그리움을 깊이 충족할 수 있는 생활이 가능합니다. 몸 쓰는 노동과 생산의 즐거움을 알아 치우치지 않는 통합적인 삶을 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도시문화로부터 소외되는 것을 각오해야 합니다. 농업의 미래가 암담한 현실에서 경제적 빈곤 가능성도 상존합니다. 가족의 반대가 있을 수 있는 형태입니다. 농사로 돈을 벌기 위해 유기농을 대규모로 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농약과 비료를 쓰는 농사를 하게 될 가능성이 또 다른 고민이 되는 회귀입니다. 하지만 노동과 생산, 소득이 새로 시작하는 그곳에 함께 녹아 든 삶이고, 지역 공동체와의 끈끈한 관계와 소통이 존재하는 삶을 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참 쉽지 않은 형태의 회귀가 있는데, 나는 이것을 생태적 삶을 추구하는 회귀라 부릅니다. 이것은 한 마디로 일개 생명체(개체)로서 자연본래 의미를 따라 사는 삶입니다. 따라서 자연 생명체 본연의 모습으로 사는 보람과 행복감이 있습니다. 헨리 데이빗 소로우나 니어링 부부의 삶이 대표적입니다. 관계와 소통, 순환이 존재하는 삶이고 생명 공동체의 미래를 고려하는 삶입니다. 소박한 삶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대 문화로부터 깊이 소외되고, 경제적 빈곤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따라서 극단적으로는 가족으로부터 버림받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지속 가능한 생태적 삶을 유지하는 것이 곤란할 수도 있습니다.

 

크게 자연으로의 회귀 또는 귀환의 빛깔을 이렇게 세 가지로 구분해 보지만, 그 속을 흐르는 갈래는 저마다 훨씬 다양하고 다릅니다. 자연이 한 빛깔이 아닌 것과 같은 이치일 것입니다. 자연에서 다시 시작하기 위해서는 먼저 나는 어느 빛깔에 속하고 싶은지, 그 장단점을 세심히 챙기는 일부터 시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음 주에는 알고 떠나자 라는 주제로 좁혀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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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진
2011.03.17 12:53:10 *.178.101.200
6년전 준비하던 일이 잘 되지 않으면 시골 큰어머니댁으로 들어가 살려고 했었습니다. 그저 큰 욕심없이 먹고 사는데는 지장이 없을 것 같았습니다. 저는 귀환의 빛깔에도 속하지 않는 도피형이었을 것 같습니다. 작년 운좋게 밭두고랑을 얻어 고구마를 키워 맛나게 먹었습니다. 밭주인께서  기특하게 여기셨는지 올해는 두고랑을 더 주시어 네고랑이 되었습니다. 부담은 크지만 올해는 당근이랑 콩도 하고 싶다는 욕심이 납니다.
아직 제 빛깔을 내는 건 힘들겠지만... 내 나이 지천명때는 그 빛깔 낼수 있도록 노력하여야겠습니다. ^^
매번 자연속에서 편지를 읽는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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