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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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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2월 10일 01시 31분 등록

자자산방 앞 마당 홍매화는 이러다 꽃피지 싶게 꽃눈에 살이 제법 많이 붙었습니다. 그렇게 지난 일주일은 참 따뜻했습니다. 누그러진 밤공기가 하도 좋아서 이따금 별구경도 하고, 어두운 마루에서 부엉이 우는 소리를 듣다가 혼자 잠시 춤을 추는 시간을 갖기도 했습니다. 이런 날씨면 이번 달 숲 공부모임은 필히 숲과 들을 한 바퀴 둘러보아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나의 산방으로 찾아와 함께 숲을 공부하는 모임이 어느새 2년이 다 되어갑니다. 함께 공부하는 분들은 꼬박꼬박 약간의 삯도 내시고 더러 음식이나 군것질할 거리를 가져다 놓기도 합니다. 아는 것 많지 않아 나눠드리는 것도 별로 없는 선생이 오히려 스승 같은 제자들에게 은덕을 입고 사는구나 느끼는 날이 많습니다.

 

그 중 공직에 근무하면서 정년을 3년 앞두고 계신 분(편의상 김선생님이라 부르겠습니다)이 있습니다. 김선생님에 대한 나의 느낌은 그분이 늘 스승 같아서 당신 스스로 학생 혹은 제자라는 표현을 쓰실 때마다 송구스러운 마음이 드는 분입니다. (하긴 나이로 치면 저보다 어린 사람이 딱 한 명 있군요.) 김선생님은 2년 가까운 공부모임에서 내가 요구하는 진도의 예습을 단 한 차례도 거르지 않고 준비해 오신 분입니다. 김선생님은 얼마 남지 않은 공직생활을 정리하면 그간 전문기관을 통해 확보한 숲해설가 역량을 활용하며 살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전문지식도 풍부하신 김선생님이 그간 나의 공부 모임에 가장 모범적으로 참여하신 이유는 당신의 역량에 깊이와 넓이를 더하시기 위해서라고 했습니다.

 

지난 공부모임에서 나는 이번 숲 세미나는 김선생님께서 한 번 진행해 보시죠라고 권했습니다. 한사코 뒤로 빼시다가 겨우 맡아서 진행을 하시는데, 아주 내실 있게 진행을 하셨습니다. 나는 책에는 없지만 더하면 좋을 내용 정도만 도와드렸습니다. 내내 학생으로 있다가 선생이 되어 진행을 하는 경험을 대단히 훌륭하게 마치신 김선생님을 나는 아낌없이 칭찬해 드렸습니다. 김선생님은 아이고, 스승이 가르쳐주는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쓸 수 있어야 마땅한데, 오히려 욕보이지 않을까 걱정입니다라며 겸손한 걱정을 보여주셨습니다.

 

김선생님의 겸손을 대하면서 나는 문득 평소 가지고 있던 생각이 떠올라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는 가장 못난 스승은 자기를 똑 닮은 제자를 찍어내는 스승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마 제대로 된 모든 스승들은 제자가 스승의 한계를 넘어서거나 보완하며 제자만의 새로운 색깔 하나를 더하기를 간절히 희망할 겁니다. 스승을 통해 얻은 지식과 관점을 제대로 익힌 후 여태 어느 스승도 해내지 못한 영역에 제자만의 빛깔을 보태는 학생! 저는 각각의 그들이 정말 훌륭한 스승이고, 제자라고 생각합니다.”

 

올해 이 숲에 꿈꾸던 숲학교가 서면 나는 선생 노릇을 더 자주 하며 살게 될지도 모릅니다. 조금 더 나은 선생이 되기 위하여 나는 선생을 똑 닮은 붕어빵이 되라고 요구하는 가장 하수의 선생을 경계하는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을 작정입니다. 그대는 어떠신지요? 직장에서 후배들에게 어떤 선배고 어떤 관리자로 살고 계신지요? 집 안에서 어떤 손윗사람, 혹은 어떤 부모로 살고 계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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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치
2011.02.10 06:22:43 *.38.222.35
어제 회사에서 어떤 문화를 원하느냐에 대한 질문을 하고 각자가 가진 생각을 얘기했었어요. 그 때 제가 대답했던 것이 " 구성원들의 잠재력, 가능성을 이끌어 내 줄 수 있는 자유 분방한 회사 "라고 했는데. 김용규님 글을 보니.

"서로가 서로에게 스승도 되고, 제자도 되는. 그래서 각자의 한계를 넘어서거나 보완하며 각자의 색깔을 찾거나 더할 수 있는 기업 문화"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요..
정감가는 글 항상 잘 보고 있습니다. 제 생각을 정리 할 수 있는데 도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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