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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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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2월 8일 15시 18분 등록

알랭 드 보통은 <일의 기쁨과 슬픔>의 도입부에서 “이 책이 부두에서 신전에 이르기까지, 의회에서 회계 사무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보여주는 18세기의 도시 풍경화와 비슷한 기능을 하기 바란다”고 썼습니다. 그리고 “현대 일터의 지성과 특수성, 아름다움과 두려움을 노래해보기로 마음먹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일과 일하는 사람들, 그리고 일터에 대한 그의 그림은 어둡고 노래는 우울합니다. 낙관적이기보다는 비관적이고, 긍정적이기보다는 부정적이며, 유머스럽기보다는 냉소적입니다. 그러면서도 둘 중 하나로 완전히 넘어가지는 않습니다. 비관의 틈새로 빛이 보이고, 부정 속에 긍정의 촛불 하나는 남겨 두고 있으며, 냉소 속에 유머의 감성도 숨 쉬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 책의 매력은 여기에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일의 기쁨과 슬픔>의 마지막 단락에서 보통은 일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이렇게 정리합니다.

“우리의 일은 적어도 우리가 거기에 정신을 팔게는 해줄 것이다. 완벽에 대한 희망을 투자할 수 있는 완벽한 거품은 제공해주었을 것이다. 우리의 가없는 불안을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고 성취가 가능한 몇 가지 목표로 집중시켜줄 것이다. 우리에게 뭔가를 정복했다는 느낌을 줄 것이다. 품위 있는 피로를 안겨줄 것이다. 식탁에 먹을 것을 올려놓아줄 것이다. 더 큰 괴로움에서 벗어나 있게 해줄 것이다.”

일의 역사와 철학에 대한 측면에서 보면, 가령 조안 B. 시울라의 <일의 발견>과 비교하면 <일의 기쁨과 슬픔>은 함량 미달인 책입니다. 그렇다고 <일의 기쁨과 슬픔>이 나쁜 책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이 책을 비판할 생각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 책의 가치는 다른 곳에 있기 때문입니다. 일을 바라보는 알랭 드 보통의 시선은 조금 삐딱하면서도 뭔가 다릅니다. 흥미로운 것은 그 남다른 관점 속에서 묘사한 일이 독특하면서도 보편적인 공감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입니다. 또한 일에 대한 그의 묘사는 시울라의 책에서 볼 수 없는 생생함과 구체성을 보여줍니다. 보통의 남다른 관점을 통해 우리는 평범함 속에서 색다름을 볼 수 있고, 생생한 묘사로 인해 색다름 속에서 평범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것이 그의 글에 빠져들고 감정이입하게 되는 이유입니다.

<일의 기쁨과 슬픔>을 읽어보면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다고 생각하던 것들을 향한 뜻밖의 시각으로 유명하다’는 알랭 드 보통에 관한 평가가 무색하지 않습니다. 그는 어떻게 남다른 관점으로 평범한 것을 볼 수 있는 걸까요? 그 실마리는 이 책에 등장하는 테일러라는 화가가 보통에게 던질 말 속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을 본 적 있어요?” 테일러가 묻는다.
“제대로 본 적이 있냐는 거죠? 전에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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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랭 드 보통 저, 정영목 역, 일의 기쁨과 슬픔, 이레, 2009년
* 홍승완 트위터 : @SW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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