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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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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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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월 18일 06시 29분 등록

사랑의 본질은 대상에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이성에 대한 사랑이든 직업에 대한 사랑이든 나와 맞는 대상을 만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에리히 프롬은 <사랑의 기술>에서 나와 같은 사람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사람들은 필요한 것은 단지 올바른 대상을 찾아내는 것이라고 믿고 있으며 따라서 그 밖의 일은 모두 저절로 뒤로 물러난다. 이 태도는 그림을 그리고 싶어 하면서도 기술을 배우지 않고, 올바른 대상만을 고르면서 이 대상을 찾아내면 아름답게 그릴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의 태도와 비교할 수 있다.”

프롬에 따르면 사랑은 특정한 사람과의 관계가 아닙니다.
“사랑은 한 사람과, 사랑의 한 ‘대상과’의 관계가 아니라 세계 전체와의 관계를 설정하는 태도”입니다. 또한 프롬은 사랑은 기술이자 활동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니까 사랑은 능동적인 것이고 생산적인 것입니다. 다르게 말하면 사랑은 능력입니다. 이 능력의 본질은 사랑을 받는 게 아니라 줄 수 있는 능력입니다. 이런 능력을 갖춘 사람에게 주는 것의 의미는 특별한데, 프롬은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주는 것은 잠재적 능력의 최고의 표현이다. 준다고 하는 행위 자체에서 나는 나의 힘, 나의 부(富), 나의 능력을 경험한다. 고양된 생명력과 잠재력을 경험하고 나는 매우 큰 환희를 느낀다. 나는 나 자신을 넘쳐흐르고 소비하고 생동하는 자로서, 따라서 즐거운 자로서 경험한다. 주는 것은 박탈당하는 것이 아니라 준다고 하는 행위에는 나의 활동성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주는 것은 받는 것보다 더 즐겁다.”

프롬은 물질적인 측면에서 부자는 많이 ‘갖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많이 ‘주는’ 사람임을 강조합니다. 많이 가지고 있어도 그것을 잃어버릴까 혹은 빼앗길까봐 걱정하는 사람은 심리적으로 가난한 사람, 이미 가난해진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사랑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랑이라는 능력의 본질은 사랑을 받기보다는 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주는 것일까요? 성숙한 사랑은 아무거나 아무렇게 주지 않습니다. 나 자신, 내가 가진 것 중 가장 소중한 것, 프롬의 표현을 빌리면 ‘생명’을 줍니다.

“이 말은 반드시 남을 위해 자신의 생명을 희생한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자기 자신 속에 살아 있는 것을 준다는 뜻이다. 그는 자신의 기쁨, 자신의 관심, 자신의 이해, 자신의 지식, 자신의 유머, 자신의 슬픔-자기 자신 속에 살아 있는 것의 모든 표현과 현시(顯示)를 주는 것이다.”

돌아보면 사랑에 대한 내 고민은 사랑을 주는 것이 아닌 사랑 받는 것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더 사랑 받기를 바라고 사랑을 확인하지 못하면 불안해하며 어떻게 하면 사랑 받을 수 있는지 고민한 시간이, 더 많이 사랑하고 더 깊이 사랑하고 어떻게 하면 사랑을 소중히 나눌 수 있는지 고민한 시간보다 훨씬 많았습니다. 나를 빛나게 해줄 대상을 찾으면서도, 사랑할 마음은 키우지 않았던 것입니다. 일에서도, 관계에서도 말입니다. ‘사랑에서 멀어지면 삶에서도 멀어진다’는 말의 의미를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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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리히 프롬 저, 황문수 역, 사랑의 기술, 문예출판사, 2005년
* 홍승완 트위터 : @SW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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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18 10:10:17 *.192.175.113
오늘 아침 곰곰 새겨읽은 글이었어요.
늘 느끼는 거지만 책 속의 감동깊은 문장을 뽑아내는 탁월함~!
항상 잘 읽고 감사하고 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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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완
2011.01.19 13:02:18 *.237.95.132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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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개
2011.01.18 11:17:36 *.143.199.187
주는것의 기쁨....
오래전에 읽을까 말까 고민했던 책이였는데...
이렇게 소개된 것을 보니 읽어지고 싶어집니다.
좋은책과 좋은글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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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완
2011.01.19 13:04:36 *.237.95.132
아마 3년 전쯤에 <사랑의 기술>을 처음 읽었던 것 같아요.
그때는 큰 감흥이 없어 시큰둥했어요.
그런데 얼마 전에 다시 읽어보니 그때와 많이 달랐어요.
책은 달라진 게 없는데, 내가 달라져서 그런 거겠지요.
그래서 어떤 책을 읽느냐만큼 언제 읽느냐도 중요한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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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
2011.01.19 15:04:23 *.30.17.30
대학다닐 때 "사랑, 도대체 뭐야?!" 라는 심정으로 샀다가....
곧, " 사랑, 그거 어려운 녀석이군."라며 반쯤 읽다가 던져두었던 책인데,
오빠의 글을 읽으니 와닿는 구절이 꽤 있군요. 다시 읽어야할 때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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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완
2011.01.19 20:43:30 *.237.95.132
그래, 연주야, 한 번 읽어보렴.
나 역시 <사랑의 기술>을 통해 '사랑'의 의미를 오해하고 있었음을 알았어.
그리고 '기술'이란 단어도 처음에는 거부감을 가졌는데, 읽어보니 이해가 되더구나.
프롬이 말한 '기술'은 사실 '기예'에 가까워. 그래서 제목에도 'art'가 들어 간 것 같아.
물론 프롬의 주장에 100% 동의하는 건 아니지만, 생각하고 성찰하게 만드는 좋은 책인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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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종식
2011.01.20 18:45:18 *.105.5.253

이 책을 보면  메신저 초창기에 홍콩에 있는 교포와 체팅했던 기억이 납니다. 

요즘  어떤 책을 읽냐고 묻길래   사랑의 기술이란 책을 읽는다고 했더니 

어쩜 그렇게 야한 책을 읽냐고 해서 한바탕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십년이 지난 지금도 과연 사랑이 배워서 되는 것인가  아니면 타고 나는 것인가  묻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사랑을 피워내는 세상이 있고  사랑을 짓밝고 가는  세상이 있어서  ,

천당과 지옥이 있고 천사와 악마가 공존하는 세상에 살고 있어서  삶에 대해서  개인의 철학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지옥에 살것인지, 천당에 살 것인지, 천사를 만날 것인지, 악마를 만날 것인지,

천사가 될 것인지 , 악마가 될 것인지  순간순간 정신차려서 선택해야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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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완
2011.01.22 23:11:10 *.237.95.132
사랑이 타고 나는 것인지, 배워야 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타고나든 안하든 배우고 싶고,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천국이든 지옥이든, 삶이 그 무엇이든 주어진 삶에, 펼쳐진 삶에
기쁜 마음으로, 공감과 연민으로 참여하고 싶습니다.
이런 경지가 무엇인지 잘 모르지만,
노력하다 보면, 수련하다 보면 조금씩 알게 되리라 믿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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