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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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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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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0월 14일 00시 44분 등록

나 살고 있는 괴산은 청결고추와 대학찰옥수수, 그리고 김장용 절임배추가 농특산물인 지방입니다. 요즘 마을의 절임배추 작목반 형님들은 전화기를 꺼놓고 지냅니다. 사상 초유의 배추 값 파동 탓에 김장용 절임배추의 주문을 문의하는 도시 소비자들의 전화가 끊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값이 조금 떨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배추 값은 고공행진입니다. 실은 배추만이 아닙니다. 올 한해 채소값은 그 어느 때보다 장바구니 물가를 끌어올렸습니다.

 

가장 큰 원인은 역시 기상이변 입니다. 올해는 그 어떤 과학 영농으로도 하늘의 반대를 극복할 수 없었습니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올해 발생한 기후불안이 앞으로도 언제든지 지속될 수 있다는 불확실성에 있습니다. 언론들이 앞다투어 근본적 대안과 해결책을 찾아 보도하려 애쓰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농산물 수입을 통한 가격 안정화를 단기적 대안으로 제시하는 정부의 모습도 그려지고, 유통구조의 개혁이 절실하다는 오래된 주장도 부활합니다. 보다 깊이 있는 논의로는 생활협동조합 운동이 펼쳐왔던 소비자와 생산자의 약속과 믿음에 의한 생산과 소비 방식을 확산하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합니다.

 

나 역시 한살림같은 생협 활동이 확산되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생협을 통하면 소비자들은 안전한 먹거리를 안정적인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고, 농민들은 보다 높은 수입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농민이 생협을 통해 농산물을 공급할 때는 판매금액의 75% 내외를 자신들의 몫으로 갖습니다. 하지만 다른 자본주의적 유통채널에 공급하면 소비자가의 45% 정도만이 농민의 몫으로 돌아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생협이 농산물의 공급과 유통을 담당하는 역할이 지금보다 훨씬 커진다 하더라도, 그것이 기후변화로 인한 농업의 불확실성과 그로 인한 소비자 물가의 불안을 불식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입니다. 엉뚱하다 여길지 모르지만, 내가 생각하는 실천적 대안의 하나는 도시의 도처가 농사를 시작하는 것입니다. 학교에서 교사와 학생들이 빈 터의 일부에 농사를 짓습니다. 아파트 거주자들이 베란다에 스티로폼이나 나무상자를 이용해 흙을 담고 채소를 키웁니다. 아파트 주민들이 합의하여 정원과 옥상 등에 밥상에 꼭 필요한 채소들의 농사를 시도합니다. 근교의 주말농장, 혹은 빈 터와 화분을 최대한 활용해서 작게라도 꼭 필요한 채소의 일부를 자급하는 것입니다. 파와 고추, 상추나 토마토, 배추 몇 포기는 수확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른 생명과 이웃을 사랑할 마음이 생기는 것은 덤입니다.

 

더 근본적으로는 아픈 지구의 절규에 이제라도 제대로 귀 기울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올 한해 지구 곳곳을 강타한 기상이변을 그저 우연한 사건으로 바라보아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드디어 이 땅에서도 벌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토종벌 농사의 산실 지리산에서도 그렇고, 아랫마을과 이웃마을에서도 벌이 사라졌다는 이야기가 들립니다. 뉴스는 이것이 전국적 현상임을 말합니다. 벌이 사라지면 봄도 서서히 사라질 것입니다. 자명한 일입니다. 기상이변과 그로 인한 농업의 불확실성! 그 근본적 원인에 더 이상 눈감지 말아야 합니다. 아픈 지구를 치유하기 위해 저마다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합니다.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의식주를 선택하고, 생협에 가입하고, 건강한 농사를 짓는 농부들을 지지하고, 도시에 처한 나일지라도 작게나마 농사를 시작해야 합니다. 그렇게 더 이상 가이아의 분노에 눈감지 말아야 합니다. 절임배추 문의가 쇄도해서 전화를 꺼놓고 사는 농부들의 마음 역시 불안하고 불편합니다. 눈감지 마십시오!

IP *.20.20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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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요한
2010.10.14 04:45:23 *.176.113.224

도시농업에 대한 의견 저 역시 공감합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집에서 도시농사를 시도해보려고 하는데,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 구조내에서 장소가 마땅치가 않아서 막상 실천하려니 시간이 많이 걸리더군요. 저희 집은 앞 베란다가 터서 거실과 연결된 상태에서 그랬어요. 하지만 지금은 딸아이가 허락하여 딸 아이방 베란다를 도시농사지역으로 만들예정입니다. 거기에 있던 화분들과 수납장을 치우고요.
무엇이든 새로운 실천에는 장애요소를 극복하는 과정이 먼저인 것 같아요.

지구의 아픔에 눈감지 않고 용기있는 삶을 살아가시는 김용규님께 파이팅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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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규
2010.10.29 22:31:48 *.20.202.217
어렵지만 그렇게 실천하시는 배요한님이야 말로
실천가의 용기를 품으신 분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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