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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마음을

  • 홍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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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2월 11일 00시 38분 등록
마음은 항상 일과 집중력에 대해 저항하려 든다. 지난 가을 글을 쓰려고 할 때마다 내 마음이 완전히 하얗게 텅 비어 버리는, 병적인 쾌감 속으로 빠져 들어가 창문 밖을 멍하니 바라보면서 모든 것과 하나가 되고 싶은 사랑을 느낀 적이 있었다. 글을 쓰겠다는 시간 내내 이런 상태로 멍하니 앉아서 보낸 적도 많았다.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그래, 나의 의식이 점점 개화되고 있는 거야! 이것이 글쓰기보다 훨씬 중요하며, 또 글쓰기의 목적이 바로 이거 아니겠어!”

나중에 이런 상태에서 빠져 나왔을 때 나는 카타기리 선생에게 내가 보낸 시간에 대해서 말했다. 그는 이렇게 대꾸해주었다.

“오, 그건 그냥 게으름일 뿐입니다. 어서 가서 일하세요.”

[- 나탈리 골드버그(Natalie Goldberg),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Writing down the bones)' 중에서]

요즘 제가 이상했습니다. 회사를 두만 둔지 2달이 지나는 시점입니다. 책 쓰기와 영어 공부 그리고 이직 준비를 잘 해야 하는데, 매사에 집중력이 떨어지고 생산성이 낮았습니다. 아웃풋 역시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저는 제가 잘 할 줄 알았습니다. 생산성이야, 머리가 스마트하지 못하고 전에도 높지 않아 좋아지리라 기대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이전 정도는 유지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시간이 많아져 좋아하는 일을 마음껏 할 수 있기 때문에 집중력이 높아지고 아웃풋 역시 좋아질 것이라 기대했습니다. 허나, 지금 이 시점에서 보면 이전의 반도 못하고 있습니다. 아니,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안하고 있습니다.

다른 어떤 것도 탓할 수 없습니다. 시간은 전보다 많습니다. 좋아하는 이를 만나 마음은 넘칩니다. 주변에는 자극을 주는 꿈벗과 연구원들이 있습니다. 경제적인 부분은, 적어도 아직까지는 가장 큰 문제가 아닙니다. 분명한 목표와 실천계획도 갖고 있습니다. 결국, 문제의 원인은 제 자신이었습니다. 변명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제 자신을 탓했습니다.

내 고민과 방황이 깊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시간 관리를 잘 못하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을 미루고 중요하지 않은 것에 힘을 분산하고 있었습니다. 중요한 일을 어려운 일이라 미루면서, 중요하지 않은 것을 중요한 것처럼 여기고 그것으로 제 자신을 합리화했습니다. 해보지도 않았으면서 정면승부를 피하고, 그러면서도 그 승부에서 지기 싫어 다른 일로 그 승부를 감추려 했습니다. 비겁한 짓입니다.

지금의 제 상황과 원인은 한 단어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바로 ‘게으름’입니다. 그리고 해결책 역시 단순합니다. ‘부지런’입니다. 근면하다고 해서 모든 문제를 해결하거나 목표를 달성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근면하지 않은 사람이 목표를 달성하기를 바라는 것은 로또에 당첨되기를 바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근면함이 왜 보편적인 미덕인지 절감합니다.

“승완아, 더 이상 자신을 속이지 말자. 게으름을 화장하지 말자. 게으름은 지금의 네게는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친구다. 이제 그 친구를 재우고 부지런을 흔들어 깨우자.”
IP *.189.235.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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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11 01:40:28 *.248.142.108
새롭게 깨어나심을 축하합니다.
따라서해보고 싶어요.
깨어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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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아
2006.12.11 18:49:17 *.167.176.104
승완군!
군의 글을 읽으면 어떤 때에는 향기롭고 그속의 슬기가 넘쳐 흐르고, 또 한 때에는 늙은이가 피로에 지쳐 고개를 오르는 모습이 보입니다. 세상 모든 글 쓰는이가 다 그렇타 하더라도 승완이는 그렇치 않했으면 하는 것이 나의 욕심입니다. 최고의 명작은 작가가 그 속내를 보임이 없는 것, 성경이나 불경을 읽으면서 예수님이나 부처님의 마음이 보이지 않듯이 말입니다.
승완군의 재주는 점차로 익어 감은 누구도 부인치 않을 겁니다. 그러나 평상심을 잃지 않도록 수행도 겸해야 자신과 사랑하는 사람이 더욱 행복해집니다. 경제적으로 유능한 사람보다는, 마음이 한결같은 사람과 같이 하는 여인 진정 행복한 여인 입니다.
좀 있는 이들이 겉으로는 최고의 만족한 세상을 사는것 같이 행동하고, 또 그렇게 보지만 그건 거짓입니다. 부조화와 고통은 더 많이 가지고 있으면서 자존심이 그들을 정직하게 만들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대는 게으런 사람도 아니고, 무능자도 아닙니다. 평상의 모습 그대로 보여주고 사고하고 행동하여도 나의 눈에는 멋진 작가로 보입니다.

一貴선생!
치사하게 맥빠지게 놀지 말자구요^^ 이제 조금만 가면 되는데, 그녀에게도 바다냄샐 전한다 하세요. 그리고 부산엘 오세요. 헐한 회나 실컨 사더 릴 터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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