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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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인간은 지상의 것을 빌려 쓰고 지나갈 뿐이다. 생에 대한 겸손함과 순결성의 힘만 있다면 누구도 결코 가난하지 않다. 지금 어려운 시대에 힘겹다고 느끼거나 자신이 무너졌다고 느끼는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아직 남아있는, 어쩌면 자신이 이룬 몇 안 되는 진실의 알갱이인 최소한의 현실을 소중히 붙들고 빛이 나도록 닦는 일로부터 다시 시작하라고.”
-전경린의 ‘붉은 리본, 96쪽에서-
제 컴퓨터 앞에 붙여있는 글귀입니다. ‘앞만 보고 걸어왔는데, 칡덩굴처럼 얽혀있는’ 현실이 한탄스러울 때면 이 글귀를 읽습니다. 두 번 세 번 읽으면, 마음이 차분해집니다. 제가 좋아하는 작가 전경린이 제게 주술을 불어넣는가 봅니다. 이 주술의 힘이 당신에게도 유효했으면 좋겠습니다.
모든 생의 장면에 ‘나’가 있습니다. 부모와 자식, 돈과 명예 아무 것으로도 대체될 수 없는 유일함의 근원입니다. 우리는 평생에 걸쳐 ‘나’를 바로세우는 일에 애써야 할 것입니다. ‘나로서 존재하고자 하는 사람’은 ‘다시 시작’할 수 있습니다. ‘다시 시작’한다는 것의 결연함이 저를 뭉클하게 합니다.
당신에게 남은 최소의 알갱이는 무엇입니까. 당신이 끝내 포기할 수 없는 바로 그것! 그것은 나를 믿어주는 어머니의 기도일수도 있고, 마지막 남은 오기나 자존심일수도 있고, 기어이 이루고 싶은 풍광 한 자락일수도 있습니다. 몇 안되나마 알갱이가 남아있다는 것을 소중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겸손함과,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순결성이 있다면, 누구도 결코 가난하지 않습니다. 어떠세요? 새해에는 최소한의 현실을 붙들고 빛이 나도록 닦아보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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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목요일에 편지드리게 된 한명석<변화경영연구소 2기 연구원>입니다. 제 컬럼의 제목은 ‘어느 독창적인 시니어의 책읽기, 세상읽기’입니다. ‘마음을 나누는 편지’를 시작하면서 가장 걱정이 되는 것은, 제가 누군가를 가르치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입니다. 제가 책이나 거리에서 느낀 것을 전달하다 보면, 아무래도 어조가 강해질 때가 있을 것입니다. 그것은 제 느낌이 그만큼 강했다는 뜻이지, 제가 그 경지를 다 이루었다는 자만이 아님을 알아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제 느낌, 제가 도달한 땅, 제 안의 소우주를 당신에게 보여드릴 수 있을 뿐입니다.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읽어주신다면, 참 행복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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