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오늘의

마음을

마음을

  • 신종윤
  • 조회 수 3116
  • 댓글 수 1
  • 추천 수 0
2010년 9월 7일 16시 40분 등록

태풍이 창문을 두리는 소리에 밤새 뒤척이다가 눈을 떴습니다. 제일 먼저 든 떠오른 것은 초토화된 나라를 향한 우국충정(憂國衷情)이 아니라 당장 뚫고 가야 할 출근길 걱정이었습니다. 무거운 마음으로 집을 나서니 아니나 다를까 길이 엉망입니다. 도로를 어지럽게 덮은 나뭇잎들과 여기저기 떨어진 간판의 잔해들이 지난 밤의 무시무시했던 상황을 잘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지하철은 아수라장이었습니다. 다른 교통 수단을 포기하고 몰려든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지요. 자가용이나 버스보다는 지하철을 타는 편이 제 시간에 출근하는데 유리할 거라는 사람들의 기대가 반영된 탓입니다. 숨쉬기가 거북할 만큼 사람들이 많은 것도 괴로웠지만 더 큰 문제는 지하철이 느리게 간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제 시간에 출근하기는 틀렸습니다. 이게 다 망할 놈의 태풍 탓입니다.

왕창 늦었으면 포기했을 텐데, 막상 지하철에서 내리고 보니 시간이 애매합니다. 허겁지겁 달려가면 얼추 지각을 면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걸음을 재촉했습니다. 태풍이 지나갔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여름의 끝자락인지라 등줄기를 타고 땀이 흐릅니다. 그냥 지각하고 말지,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싶기도 했지만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새로운 팀으로 발령이 난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마음이 급합니다.

온몸은 땀 범벅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나마 세차게 불어주는 바람 덕분에 속옷까지 젖는 최악의 상황은 면했습니다. 사무실이 보이고, 지각은 면하겠다는 생각이 들자 마음이 여유로워졌는지 땀을 식혀주는 바람이 무척이나 고맙게 느껴지더군요. 그리고 곧이어 스스로가 조금 우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무를 부러뜨리고, 간판을 떨어뜨리고, 지하철을 느리게 가도록 만든 주인공도 이 바람이기 때문입니다.

세상에 사람을 할퀴려고 부는 바람이 있겠습니까? 그저 더울 때 부는 바람은 고맙고, 추울 때 부는 바람은 밉지요. 지금 여러분을 괴롭히고 있는 그 일은 어떻습니까? 조금만 여유를 가지고 바라보면 추울 때 부는 바람 정도로 웃으며 넘길 수도 있지 않을까요?

(지난 토요일, 급히 인도에 왔습니다. 이곳 인터넷 사정이 여의치 않아 부득이 하루 늦게 마음 편지를 보냅니다. 이해해주세요. 감사합니다.

IP *.181.3.226

프로필 이미지
범해
2010.09.10 01:32:33 *.67.223.107
종윤씨....
비바람이 이렇게 몰아치는데...인도에 가 있군요.
주원이는 천둥  울리면  무섭다꼬 아부지 안찾는가 모르겠네......

너무 착한사람 하지말고....
다시 서울오면 술한잔 합시다. 호랭이 벙개 날려서.... 객지에서는  몸조심하고요  ......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016 자기 탐색을 도와주는 책, <성격의 재발견> file [7] 승완 2010.10.05 3325
1015 비둘기의 목소리를 들으려면 [1] 부지깽이 2010.10.01 4271
1014 아픔, 신이 주는 성찰의 기회 [1] 김용규 2010.09.30 2795
1013 믿는대로 흘러간다 문요한 2010.09.29 3314
1012 <갈매기의 꿈>에서 배우는 헌신의 의미 file [2] 승완 2010.09.28 5853
1011 때로는 그저 결정을 내려야 한다 신종윤 2010.09.27 3247
1010 사랑하는 것을 아끼는 법 [1] 부지깽이 2010.09.24 3617
1009 성장의 궁극 file [3] 김용규 2010.09.23 2939
1008 사랑 없는 일은 공허하다 file [2] 승완 2010.09.21 3100
1007 친구가 되는 법 file [5] 신종윤 2010.09.20 2814
1006 그의 주검을 존중했더라면... [2] 부지깽이 2010.09.17 3079
1005 부러진 날개의 발견과 치유 file [4] 김용규 2010.09.16 3176
1004 내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이유 [3] 문요한 2010.09.15 3480
1003 내면의 비범성을 표현하는 방법 file [2] 승완 2010.09.14 2897
1002 그 몸이 모두 남김없는 눈물되어 흐르는구나 [1] 부지깽이 2010.09.10 3398
1001 자자산방 file [14] 김용규 2010.09.08 3149
1000 당신의 실험일지에는 어떤 기록이 있습니까? [4] 문요한 2010.09.08 3033
» 그저 추울 때 부는 바람처럼 [1] 신종윤 2010.09.07 3116
998 그때로 돌아가도 그녀를 사랑할 것 같습니다 file [2] 승완 2010.09.07 3025
997 족제비는 정말 입으로 새끼를 낳을까 ? [6] 부지깽이 2010.09.03 37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