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오늘의

마음을

마음을

  • 신종윤
  • 조회 수 3247
  • 댓글 수 0
  • 추천 수 0
2010년 9월 27일 09시 38분 등록

날이 밝으면 600억짜리 프로젝트를 위한 계약서에 최종 서명을 합니다. 종이 한 장에 글자 몇 자를 적는 일 덕분에 그간 지독히도 마음을 졸였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제가 몸담고 있는 회사의 첫 해외 사업으로 기록될 것입니다. 또한 연계되어 진행될 12조원 규모 사업을 위한 의미 있는 초석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거창한 의미보다는 얼른 서명을 끝내고 밀린 잠을 푹 자고 싶다는 마음이 더 간절하네요.

이 프로젝트에서 저희 회사가 맡은 역할은 SI(System Integration)입니다. 여러 개의 서로 다른 회사들을 모아서 고객이 원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납품하는 역할이지요. 문제가 생길 경우 그에 대해 최종적인 책임을 지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계약 단계에서의 사소한 결함도 그냥 지나칠 수 없습니다. 간과하고 넘어간 작은 문구 하나가 부메랑이 되어 정수리를 향해 날아들지도 모르니까요.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저희 프로젝트의 고객사는 인도 정부의 예산으로 사업을 수행합니다. 자연스럽게 여러 면에서 통제를 받지요. 현재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은 정부에서 업체들에게 강요한 불합리한 조항 하나입니다. 중소 업체들이야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받아들이지만 대기업들은 단호하게 거절합니다. 객관적인 입장에서 본다면 이들의 주장은 타당합니다. 문제는 저희 회사가 이 둘 사이에 위태롭게 서있다는 점입니다.

대기업의 안정된 제품을 대신할 대체품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특히 짧은 기간 내에 프로젝트를 완료해야 하는 이번 사업의 특성상 신뢰도가 낮은 제품을 선택한다면 커다란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되고 맙니다. 하지만 정부와 감리 기관의 사람들은 업체의 반발을 받아줄 마음이 전혀 없습니다. 조항을 수용하거나 사업에서 빠지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종용할 뿐입니다. 

살다 보면 때때로 생각을 멈추고 그저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창 밖으로 부옇게 동이 터오는군요. 아마도 제게는 지금이 바로 그 순간인 듯합니다. 여러분이라면 어떤 결정을 내리시겠습니까?


IP *.181.3.226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016 자기 탐색을 도와주는 책, <성격의 재발견> file [7] 승완 2010.10.05 3325
1015 비둘기의 목소리를 들으려면 [1] 부지깽이 2010.10.01 4271
1014 아픔, 신이 주는 성찰의 기회 [1] 김용규 2010.09.30 2796
1013 믿는대로 흘러간다 문요한 2010.09.29 3314
1012 <갈매기의 꿈>에서 배우는 헌신의 의미 file [2] 승완 2010.09.28 5853
» 때로는 그저 결정을 내려야 한다 신종윤 2010.09.27 3247
1010 사랑하는 것을 아끼는 법 [1] 부지깽이 2010.09.24 3618
1009 성장의 궁극 file [3] 김용규 2010.09.23 2940
1008 사랑 없는 일은 공허하다 file [2] 승완 2010.09.21 3100
1007 친구가 되는 법 file [5] 신종윤 2010.09.20 2814
1006 그의 주검을 존중했더라면... [2] 부지깽이 2010.09.17 3079
1005 부러진 날개의 발견과 치유 file [4] 김용규 2010.09.16 3176
1004 내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이유 [3] 문요한 2010.09.15 3480
1003 내면의 비범성을 표현하는 방법 file [2] 승완 2010.09.14 2898
1002 그 몸이 모두 남김없는 눈물되어 흐르는구나 [1] 부지깽이 2010.09.10 3399
1001 자자산방 file [14] 김용규 2010.09.08 3149
1000 당신의 실험일지에는 어떤 기록이 있습니까? [4] 문요한 2010.09.08 3033
999 그저 추울 때 부는 바람처럼 [1] 신종윤 2010.09.07 3117
998 그때로 돌아가도 그녀를 사랑할 것 같습니다 file [2] 승완 2010.09.07 3026
997 족제비는 정말 입으로 새끼를 낳을까 ? [6] 부지깽이 2010.09.03 37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