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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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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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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8월 3일 23시 52분 등록

가까운 사람 중에 두어 명 나로서는 참 부러운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 중 한 사람은 박학하고 다식한데다 뛰어난 이해력과 창의력, 그리고 경쾌함마저 갖추었습니다. 또 다른 한 사람은 타고난 재주에 우직하여 세상이 알아주지 않는데도 이십 년 가깝게 오직 그 길만을 향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앞의 사람은 재주가 비범하고 뒤의 사람은 신념을 따르는 우직함이 대단합니다. 나는 두 가지 모두에 어설픈 사람이어서 그들과 만날 때면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고 또한 늘 배우게 됩니다.

 

그런데 납득하기 어려운 것은 나의 기준으로는 두 사람 다 성취에는 부실한 삶을 살고 있다는 것입니다. 두 사람 모두 부지런할 뿐만 아니라 항상 도모하는 삶을 살고 있는데 그 도모가 시원하게 이루어지지 않아 바라보는 나 역시 늘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왜 그럴까? 긴 세월을 교통하면서 나는 자연스레 그들을 살피게 되었고 나름대로 그 원인을 알게 되었습니다.

 

먼저 재주가 많은 사람은 창의력을 포함한 온갖 재주가 너무 많고, 뻗치는 호기심이 지나치게 강렬한 것이 문제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난이도가 높고 창의적이며 도전적인 일을 찾고 그 일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한 그에게는 넓은 인간관계를 가졌지만 우직함이 너무 부족했습니다. 새로운 것이 다가오면 그것을 알아보고 해보는 것을 지나치게 즐기다 보니 앞서 저지르고 도모하던 일이 용두사미처럼 흐려지는 현상이 잦았습니다. 한 마디로 하나에 집중하고 끝까지 밀고 나가기에는 너무 많은 재주를 타고난 것이었습니다. 오직 한 길, 자신이 이루고 싶은 무언가에 대해 분명한 신념을 가진 다른 이의 문제는 너무 옆을 보지 않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한 분야에 대해 좁고 깊은 재주와 실천력을 가졌지만 고개 돌려 곁을 보지 않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그는 사람과의 관계 역시 좁고 깊은 교류를 추구하는 경향을 가졌는데, 그러다 보니 스스로가 해결할 수 없는 것에 대해 자원을 동원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폭도 좁았습니다.

 

둘 중 나의 성향과 가까운 쪽을 굳이 분별해 본다면 나는 신념이 강한 사람 쪽에 속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나 역시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닌 다른 영역에 쉽게 눈길을 주지도, 또 얇고 넓게 사람을 사귀지도 못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나는 그럭저럭 작은 성취들을 이루고 그것을 디딤돌로 삼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으려 애쓰는 편입니다. 세상의 흐름에 귀 기울이려 노력하고 내가 갖지 못한 재주를 귀하게 여겨 그 분야에 재주 가진 이들의 힘을 나의 신념과 버무리려는 노력도 꽤 하는 편입니다.

 

나는 귀농이나 귀촌을 할 때, 그래서 자연에서 무언가를 새롭게 도모하고 이루어가려는 삶을 시작하려는 사람에게 자신이 가진 재주 또는 신념에만 머물지 말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자신이 가진 재주가 너무 훌륭하여 이것저것 모두를 모색해 보려 하면 흩어지는 부분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또한 오직 스스로의 신념에만 머물다 보면 더불어 해결하여 이룰 수 있는 기회를 내 것으로 만들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재주 또는 신념에만 머물지 않고 무언가에 집중하고, 주변의 힘과 함께 나아간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쉽지는 않지만 꼭 키워야 하는 역량이 바로 이 둘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일임은 분명해 보입니다. 자연에서 다시 시작하려는 그대는 어떤 재주와 어떤 신념을 가지고 계신지요? 그 둘은 어떻게 만나고 화해할 수 있을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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