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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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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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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1월 6일 01시 21분 등록
며칠 전, 정확하게는 2006년 11월 3일 아침 7시 26분, 제 휴대폰이 울렸어요. 처음에는 알람인줄 알았지요. ‘벌써 9시인가... 더 자고 싶은데...’, 조금 자유로운 저는 9시에 알람을 맞춰둬요(사실, 그 시간에 일어난 적은 별로 없어요). 알람을 끄고 다시 자려고 했는데 알람이 아니더군요. 그녀의 전화였지요. 우리가 나눈 대화를 그대로 옮겨 볼게요.

나 : (잠이 덜 깬 목소리로) 여 보 세 요~.
그녀 : (그 특유의 억양으로) 승완, 나 선이야.
나 : (조금 놀란 목소리로) 누나! 아침 일찍 웬일이야?
그녀 : (그 특유의 친절함으로) 여기 창덕궁이야. 그런데 승완아, 글쎄 창덕궁 비원이 목요일에 자유롭게 개방한 데.
나 : (얼떨떨한 목소리로) 아, 그래?
그녀 : 매주 목요일에 개방하는 데, 동절기에는 하지 않는 데. 11월까지만 개방 해.
나 : (여전히 잠이 덜 깬 목소리로) 그렇구나.
그녀 : 승완아, 여자 친구랑 비원 놀러가.
나 : (누나가 왜 전화했는지 알았다. 잠이 깼다) 아... 누나 근데 여자친구 직장 다녀서 평일에는 가기 어려운 데... 밤늦게는 개방 안 하잖아?
그녀 : (아주 조금 실망한 목소리) 아... 그렇구나. (다시 그 특유의 억양으로) 휴가 내서 가면 되지. 아냐, 비원가는 데 휴가까지 내기는 좀 그런가...
나 : 아냐. 근데 누나 지금 어디야?
그녀 : 나 지금 회사 출근하고 있어. 승완이 갑자기 생각나서 전화했어.
나: (감동! 감동!) 누나 고마워. 누나 못 본지 오래 됐네. 여자친구랑 조만간에 집으로 놀러 갈게. (웃으며) 그 친구 만두 좋아해. 출근 잘 하고.
그녀 : (웃으며) 그래, 한 번 와. 그 만두집에서 가까워. 여자친구랑 함께 와.

이 전화를 받고 기뻤어요. 느닷없는 전화 한통이 하루를 특별하게 해주었어요. 저는 알아요. 누나가 아침에 전화하기가 그렇게 편하지 않았으리라는 것을. 누나는 임신 중이거든요. 누나는 출근하기도 편치 않았을텐 데, 어떤 곳을 지나며 어떤 사람이 생각나 그 사람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제 아침을 깨운 느닷없는 누나의 목소리, 그 특유의 억양과 친절함과 순수함. 그녀는 소녀에요. 나는 그녀를 생각할 때마다 소녀의 이미지를 떠올려요.

그녀는 1기 꿈벗이고 1기 연구원이에요. 매년 내게 손수 제작한 카드를 보내주고, 나를 위해 기도해주는 소중한 벗이에요. 가끔씩 독특한 그림이나 사진과 함께 시 같은 메일을 보내주는 그녀는 시인이지요. 꿈벗이자 1기 연구원인 재동 형의 아내이자, 내년 1월이면 한 아이의 엄마가 됩니다. 그녀는 ‘이선이(idgie)’입니다.

누나처럼 오늘은 저도 어디에선가, 가슴에 떠오를 누군가에게 느닷없는 전화를 하고 싶습니다. 그 사람에게 책 한 권, 시 하나, 만화책 한 권, 영화 한 편, 좋은 카페 한 곳 말해주고 싶습니다. 내 목소리 느닷없이 전해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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