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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종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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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8월 23일 14시 37분 등록

선물 받은 책을 읽다가 재미있는 조각 글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이혼한 노부부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사건의 전말은 이렇습니다.

자식들을 모두 출가시킨 노부부는 모처럼 치킨을 배달시켰습니다. 늘 그랬던 것처럼 할아버지는 할머니에게 무 담을 그릇을 가져오라고 시켰지요. 할머니는 말없이 주방으로 향했습니다. 그 사이 할아버지는 TV를 보며 치킨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그릇을 가지고 돌아온 할머니는 치킨 통을 뒤적이다가 버럭 소리를 질렀습니다.

"내가, 내가 당신 같은 인간과 오십 년을 살았다니!"

영문도 모른 채 날벼락을 맞은 할아버지는 어안이 벙벙해졌습니다. 그래서 이유를 따져 물었습니다. 할머니를 분노케 한 것은 다름 아닌 닭다리였습니다. 할아버지는 별다른 생각 없이 통에 들어있는 닭다리 두 개를 모두 먹어버렸던 것입니다. 별거 아닌 일을 가지고 왜 그러냐고 묻는 할아버지에게 할머니는 솟구치는 눈물을 참으며 말했습니다.

"별거 아니라고요? 지난 50년간 당신이 내게 해온 일들이 바로 이런 거라고요."

결국 노부부는 닭다리가 원인이 되어 요즘 유행(?)하는 황혼 이혼에 이르게 됐다고 하네요. 닭다리 하나 때문에 평생을 함께 한 부부가 이혼한다는 게 잘 이해가 안 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전 묘한 공감과 함께 웃음을 짓게 되더라고요. 이 이야기가 유독 제 가슴에 꽂힌 이유는 아마도 비슷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결혼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치킨을 배달시켜 먹던 저는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평소에는 배려심 많은 아내가 별다른 말도 없이 닭다리 두 개를 몽땅 먹어버렸거든요. 어릴 때부터 닭다리는 양보하는 거라고 배워온 저에게는 충격적인 일이었지요. 그렇다고 닭다리 때문에 싸울 수는 없잖아요? 치사하게…... 그런데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불만이 쌓여갔습니다. 말을 하자니 창피하고, 안 하자니 억울한 상황이 한동안 이어졌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결국 홍수에 둑이 터지듯 "나도 닭다리 좀 먹자"는 분노의 외침이 제 입에서 튀어나왔습니다. 덕분에 서먹해지고 말았지요.

이혼한 노부부의 이야기를 담은 책의 저자는 '나중에 딴소리 말고 미리 자신의 닭다리를 챙기라!'고 말합니다. 맞습니다. 초기에 그렇게 했더라면 수월하게 상황을 풀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요. 그런데 저에게 그보다 더 중요하게 다가왔던 것은 사람마다 상징체계가 다르다는 깨달음이었습니다. 내가 옳다고 믿는 것이 어떤 이유에서든 간에 다른 사람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음을 새삼 알게 된 겁니다.

저는 사실 닭다리보다 가슴살을 좋아합니다. 퍽퍽하지만 먹을게 많으니까요. 저에게 닭다리란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남들이 좋아하니까 탐이 나는 물건과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그에 반해 아내는 어려서부터 닭다리를 먼저 챙겨주시던 부모님 덕분에 별다른 느낌 없이 닭다리를 먹었던 겁니다. 그러니 '나도 좀 먹자'고 달려드는 제 모습이 낯설게 느껴졌겠지요.

당장 상대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무례한 사람이라고 속단하기 전에 한번쯤 둘 사이에 존재하는 다름의 원인을 짚어보아야 합니다. 열린 마음으로 노력하면 그리 어렵지 않게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습니다. 물론 원인을 찾았다고 해서 문제가 바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최소한 노력을 쏟을 방향은 알게 될 테지요. 늘 그렇듯 대화가 열쇠입니다.

혹시 할아버지는 할머니도 닭다리를 좋아한다는 걸 몰랐던 건 아닐까요? 자장면이 싫다고 하신 어머니를 오해했던 어리석은 자식들처럼 말이죠. 매번 마음 편지를 통해 자상한 남편, 따뜻한 아빠인양 떠들었지만 실상은 이 모양입니다. 아~ 오늘은 닭다리로만 구성된 치킨 세트를 배달시켜야겠습니다.

(노부부의 이야기는 '유쾌한 소통의 법칙 67 (김창옥 저, 나무생각)'에서 참고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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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10.08.23 18:42:59 *.36.210.218
닭다리 때문의 황혼 이혼은 행동거지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다"는 속담이 결코 그르지 않다라는 것을 생각해 보게 하죠. 그거 좀처럼 바뀌지 않는 일상의 지독한 행동거지로 전혀 배려심 없고 절대 고쳐지지 않는 악습과도 같다는데 동의하지요. 무의식 중의 그러한 행동거지들, 살아보니 좀처럼 절대 고쳐지지 않던 걸요. 상대든 나든 할 것 없이 말이죠. 수양에 따라 누그러뜨릴 수는 있는지 모르지만 참 바뀌지 않는 부분들이예요. 그래서들 그렇게 초반에 제대로 확실히 길들이고 기선을 잡으려고 들 하는 것인가 봐요. ㅎㅎㅎ 그런 경험 무지하게 많이 했던 기억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려고 해서 이만 뚝! 하고 그칩니다.  ㅋㄷㅋㄷ 그대 생각 중에 글이 올라와 댓글 달고 나가네. 그대에게 항상 칭찬해 주고픈 고마움이 있어 너무 늦지 않게 글로라도 갚아보려 하는데 잘 될지 모르겠구먼. 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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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10 10:41:22 *.43.235.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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