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오늘의

마음을

마음을

  • 승완
  • 조회 수 3117
  • 댓글 수 2
  • 추천 수 0
2010년 8월 31일 00시 04분 등록

구본형 사부님과 오세나 연구원과 함께 첫 책을 쓰며 박원순 선생님을 인터뷰한 적이 있습니다. 2006년 5월이었는데요. 인터뷰 중에 그의 다이어리를 본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다이어리 속 일정표에는 약속과 미팅이 가득 적혀 있었는데 대부분 개인적인 약속이 아닌 아름다운가게나 희망제작소와 관련된 공적인 일들이었습니다. 박원순 선생님은 자신의 일을 좋아하고, 일을 찾아서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그가 인터뷰 중에 내 기억에 오랫동안 남을 말을 했습니다.

“제가 간사들에게 과로사하고 싶다는 말을 한 적이 있어요. 늙어 아파서 여러 사람 고생시키는 것보다 이곳(현장)에서 장렬히 전사하는 게 낫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하곤 해요. 언젠가 직원들에게 이런 말을 했더니 다음 날 누군가가 제 책상 위에 <과로사 이기는 법>이라는 책자를 갖다 두었더군요.”

‘현장에서 과로사하고 싶다’는 말이 진담 같은 농담처럼 다가왔습니다. 그런데 이 말을 그의 다른 책에서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2002년 이화여대에서 ‘NGO 경영학(NGO Management)’을 주제로 강연한 것을 모아 책으로 엮은 <세상은 꿈꾸는 사람들의 것이다>에서도
“내 꿈이 과로사하는 것”이라는 문장이 나옵니다. 그리고 2009년 4월 출간된 <희망을 심다>에서도 똑같은 문장을 볼 수 있습니다. 선생님의 말은 ‘진담 같은 농담’이 아니라 ‘농담 같은 진담’인 것 같습니다.

“아름다운가게 할 때 간사들에게 제 꿈이 과로사라고 했어요. 병원에서 몇 개월, 아니 몇 년 동안 투병하면 주변 사람들이 괴롭잖아요. 그러니까 열심히 일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이 세상과 이별하는 것이 참 보기 좋고 아름답지 않느냐, 이런 얘기였죠. 그랬더니 어떤 간사가 제 책상 위에 <과로사 이기는 법>, 이런 책을 갖다 놓았더라고요.(웃음)”

놀라웠습니다. 같은 표현을 반복한 진부함 때문이 아니라 그 변하지 않는 태도와 열정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과로사하고 싶을 정도로 사랑하는 일을 찾은 박원순 선생님은 운이 좋은 사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직접 인터뷰를 하고 <희망을 심다>를 읽으며 느낀 그는 자신이 선택한 일이 무엇이든, 죽어도 좋을 정도로 그 일에 헌신할 수 있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습니다.

과로사하고 싶을 정도로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찾을 수 있다면, 혹은 이 일을 하다가 죽어도 좋을 정도로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좋아할 수 있다면, 그 일을 잘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마흔 살에 그런 일을 찾아 그런 태도로 꾸준히 일하고 있는 한 사람의 이야기가 <희망을 심다>에 담겨 있습니다.

sw20100831.gif
* 오늘 소개한 책 : 박원순, 지승호 저, 희망을 심다, 알마, 2009년
* 홍승완 트위터 : @SW2123

* 안내
‘1인 창조기업 전문 웹진’을 지향하는 변화경영연구소의 웹진 <CHANGE 2010> 9월호가 발간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여기
를 클릭하세요.

IP *.255.183.127

프로필 이미지
맑은
2010.08.31 01:57:17 *.129.207.200
안그래도, 지금 선생님의 '공익을 경영하라' 읽는중인데, 묘한 인연이네요. 학창시절, '공부하다가 쓰러지는 것이 꿈'이었는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지요. 저는 제 생각보다 튼튼한가 봅니다. 

일이라는 것이, 이것 조금, 저것 조금 할 수가 없어요. 과로하지 않으면 되는 일이 없지요. 대부분 과로와 피곤, 과중한 업무를 싫어하는데, 이분은 오히려 기꺼이 받아들이시는군요. 새로운 시각입니다. 

찾아서 읽겠습니다. 

좋은책 소개, 고맙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승완
2010.09.02 19:15:12 *.255.183.127
박원순 선생님을 몇 번 뵌 적이 있는데, 그때마다 느끼는 건 뭔가 '마인드'의 차원이 다르다는 거였어요.
곰곰히 생각해보니, 자신의 소명과 일에 대한 열정과 헌신이 그런 마인드의 핵이 아닌가 싶어요.
그리고 '현장에서 과로사하고 싶다'는 말이 그런 마인드의 상징적 표현인 것 같아요.
박 선생님에게서 또 하나 느낀 건, '저 분이랑 같이 일하는 분들 참 힘들겠다'는 것이었어요.
동시에 선생님의 언행을 보면서 상당히 개방적이고 유연한 분이라는 생각도 했어요. ^_^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