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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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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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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4월 23일 08시 07분 등록


곡우(穀雨)에 맞춰 이 숲에도 제법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하지만 계곡엔 전혀 물이 불지 않았습니다. 아마 숲을 이루고 있는 초목들이 생장을 위해 빗물을 가두어두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번에 내린 비로 산벚나무와 개복숭아가 피워 올렸던 눈부신 꽃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이어 제법 거센 봄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밭을 간 뒤 옥수수를 파종하기 위해 씌워놓은 비닐 망이 이번 바람에 훌러덩 벗겨지고 말았습니다. 산새들도 세찬 바람을 피하려는지 좀체 나는 모습을 보기 어렵습니다. 산방 앞 중경을 이루는 낙엽송 한 무리가 남에서 북으로 부는 바람에 부러질 듯 위태롭게 휘어졌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기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신기합니다. 잎사귀를 다 내어 놓았으니 한결 두터워진 몸집이고, 그만큼 바람에 대한 저항도 클 텐데, 제 한껏 키를 키운 저 높은 나무들은 그 가느다란 줄기로 어떻게 바람을 견디는 것일까요?
대부분의 큰 나무들은 겨울에 부는 거센 북풍을 잎을 지워 몸을 가볍게 하는 것으로 견딜 것입니다. 하지만 저렇게 잎을 내어 성장하는 계절에 불어대는 거센 바람은 어떻게 견딜 수 있을까요?

아마 그 답은 견고함과 유연함의 겸비에 있을 것입니다. 거센 바람을 견디는 나무는 대지 깊숙이 굵은 뿌리를 뻗어 자신을 땅의 견고함에 묶고 땅을 원군으로 삼고 있습니다. 이들을 심근성(深根性) 나무라고 부릅니다. 모진 바람이 불어올 때 그들이 뻗어놓은 견고한 뿌리는 자신의 몸뚱이가 뽑혀 넘어지지 않도록 지켜줄 것입니다.

한편 유연함은 나무들에게 다양한 모습으로 개발되어 존재함을 알 수 있습니다. 줄기에서 뻗은 여린 가지들은 바람에 맞서지 않고 사뭇 흔들립니다. 이를 통해 바람은 유선형으로 흩어지며 나무에게 가하는 압력을 줄이게 됩니다. 뿌리에서 가지 끝까지 채워진 물도 나무가 부드럽게 휘어질 수 있도록 유연제 역할을 합니다. 뿌리 근처의 지름과 줄기 끝의 지름 사이의 비율에도 어떤 비밀이 있을 것 같습니다. 위로 갈수록 점점 가늘어지는 줄기는 분명 유연함의 비밀일 것입니다. 아예 바람에 눕는 법을 터득한 나무도 있습니다. 고산지대에 사는 눈주목이나 눈향나무의 ‘눈’은 ‘누운’이 줄어 이룬 말입니다. 바람이 부는 방향을 따라 자신의 줄기를 눕힘으로써 바람을 견디는 것이지요.

오늘 숲으로 불어오는 이 거센 바람을 맞으며 생각해 봅니다.
나무가 항상 제 발 아래를 살펴 스스로 견고함을 갖추듯, 또한 성장을 향한 제 촉수에 유연함을 갖추어 소중한 날개가 꺾이는 것을 피하듯, 우리의 삶 또한 견고함과 유연함이 함께 있어야겠구나! 거센 바람에 대책 없이 맞서는 것으로는 얻고 싶은 하늘을 열지 못하는 것이 자연의 법칙이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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