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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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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8월 20일 10시 50분 등록

소설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글은 감각적이면서도 직관적이고, 물질적인 동시에 정신적입니다. 카잔차키스는 이질적인 두 개의 요소를 영혼이라는 꼭지점에서 통합합니다. 그는 선과 악, 전쟁과 평화, 성(聖)과 속(俗) 중에서 하나를 찬양하지도 선택하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그 모든 것, 다시 말해 인간과 삶, 사물과 현상의 심층에서 꿈틀거리는 이중성을 꿰뚫고자 합니다.

 

카잔차키스는 모순(矛盾)을 품고 한데 녹여서 역설(逆說)로 만들 줄 압니다. 그런 영혼의 소유자이기에 ‘조르바’와 ‘성 프란체스코’처럼 너무나 다르게 보이는 두 인물에 빠지고 사랑함으로써 그들을 자기화할 수 있습니다. 그는 <스페인 기행>에서도 서로 분명히 다르지만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없는 두 인물이 가진 대극적 특성으로 스페인의 본질을 압축합니다.

 

“스페인은 두 얼굴을 지니고 있다. 하나는 ‘슬픈 얼굴의 기사’라는 돈키호테의 열정적이면서 긴 얼굴이고 다른 하나는 실용주의자인 산초의 멍청한 얼굴이다.”

 

돈키호테와 산초는 대극에 위치합니다. 그러니까 돈키호테가 이길 수 없는 적과 싸우고 닿을 수 없는 별을 잡으려고 한다면 산초는 땅에 발붙이고 현실적인 길을 걸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카잔차키스는 돈키호테와 산초 가운데 하나를 일방적으로 찬양하지 않습니다. 대신에 한 젊은이의 입을 빌려 돈키호테와 산초는 하나임을, 그 둘은 스페인의 영혼을 이루는 동전의 양면임을 보여줍니다.

 

“돈키호테와 산초는 하나예요. 그 둘은 스페인의 통일된 하나의 정신을 이룬답니다. 세르반테스는 우리가 스페인을 더 잘 볼 수 있도록 스페인의 정신을 두 개로 나누었어요. 스페인의 정신은 풍요로운 조화를 이루고 있어요. 건조하고 단단한 껍질 속에 대조적인 두 개의 힘이 한 쌍의 아몬드 알처럼 서로 껴안고 있어요. (...) 스페인의 영혼은 계절에 따라 돈키호테 같은 산초나 산초 같은 돈키호테가 되지요.”

 

카잔차키스는 성인(聖人)을 포함한 모든 사람의 내면에 두 개의 영혼이 살고 있다고 믿었습니다. ‘완전한 신’ 아폴론와 ‘불완전한 신’ 디오니소스. 그는 “예술의 목적은 ‘미(美)’가 아니다. ‘미’는 오로지 수단일 뿐이다. 예술의 목적은 단일성과 통일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예술의 목적은 구원을 가져오는 것이다”라는 말로 아폴론적 시각을 보여줍니다. 동시에 디오니소스적 예술관도 펼칩니다.

 

“창작은 게임이다. 창작의 목적은 구원도 아니고 아름다움도 아니다. 창작자는 신비의 바다 언저리에 앉아 놀고 있는 아이다. 그는 모래로 사람과 집과 산과 동물을 만든다. 그는 놀고 있다. 당신이 그에게 목적을 부여하면, 그는 더 이상 놀 수 없다. 다시 말하면, 더 이상 창작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아폴론은 이성과 질서를 의미하고, 디오니소스는 감성과 해방의 현현입니다. 돈키호테가 열정적인 이상주의자를 상징한다면 산초는 실용적인 현실주의자를 대표합니다. 삶에는 아폴론과 디오니소스, 돈키호테와 산초가 뒤섞여 있습니다. 삶이 모순인 까닭입니다. 인간의 마음에도 이런 대극적 요소가 함께 살고 있습니다. 때로는 하나가 지배적인 위치를 점하지만 주도권을 다툴 때도 많습니다. 이것은 대립과 갈등의 원인이지만, 동시에 삶에 역동성을 더하여 인생에 새로운 국면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인간의 의식은 이질적인 것들을 수용할 수 있는 만큼만 확장될 수 있습니다. 의식의 확장이 곧 성장입니다.

 

카잔차키스의 소설에는 상반되는 특성을 가진 인물 혹은 사건이 늘 등장합니다. 평행선을 달릴 것 같은 두 인물이 만나고, 인과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두 사건이 결합하여 특별한 의미를 낳습니다. 많은 이들이 그의 글에 매료되는 이유이자, 그의 책이 수많은 논란을 가져온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소설뿐만 아니라 <스페인 여행기>와 같은 여행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카잔차키스의 <영혼의 자서전>을 보면 그의 삶도 대극의 충돌과 합일의 추구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대극성은 카잔차키스를 읽는 코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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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코스 카잔차키스 저, 송병선 역, 스페인 기행, 열린책들,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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