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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규
  • 조회 수 3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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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천 수 0
2006년 10월 26일 00시 27분 등록
내 삶의 주인

긴 가뭄 뒤 비오더니 상강(霜降)을 지나며 추워졌습니다. 건강한 나날 보내고 계신지요?
서리가 내리기 시작한다는 절기, 상강은 대부분의 식물들에게 통절한 전환을 요구하는 시점입니다. 조금 더 자라보려는 욕망을 떨구고 동면에 들어 안으로 깊어지도록 전환할 것을 요구하는 구체적 시점인 것이지요. 올해 일군 열매를 새들에게 헌납하여 그 씨앗의 유포를 모색한 뒤, 어느 볕 좋은 봄날의 번식을 기원하며 동면에 들 준비를 갖추어야 하는 때가 상강입니다.

상강이 들어 있는 이번 주를 때로 삼아 저도 제 삶의 겨울을 맞기 위한 의식을 가졌습니다. 7년 째 지속해 온 밥벌이 중심의 삶에 빗장 하나를 걸었습니다. 3년의 준비 끝에 10년 넘게 쌓은 짐을 박스에 담고 차에 실은 것입니다. 몇 가지 정리를 위해 서너 달 더 시간이 필요할 테지만, 이제 나는 한 2년쯤 혹독한 겨울과 지낼 것입니다.

짐을 싸겠다 여쭈니 제 어머니는 가늘고 긴 삶을 준비해야 하는 때가 마흔이라 하시는데, 마흔에 겨울을 삶으로 끄집어 들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3년간 이 질문을 던졌고 스스로 명백한 답을 찾아 놓았습니다. 그것은 남은 인생을 행복하게 살고 싶어서입니다. 그렇다면 내게 행복한 삶은 어떤걸까.

돈이나 출세 때문에 비굴해짐이 없는, 자존과 자립으로 가득한 삶. 나의 편리를 도모하자고 타인의 이익을 빼앗음이 없는, 죄짓지 않는 삶. 숨막히는 도심에 갇힌 내 자연에 대한 그리움을 마음놓고 채울 수 있는 고삐풀린 삶. 모색하고 싶으면 싶은대로, 혹은 그만두고 싶으면 또 그대로, 그렇게 가슴이 시키는대로 창조의 자유를 벅차게 누리는 삶. 그리하여, 마침내 마음이 두어 뼘 더 자유롭고 평화로와 지는 삶.

이렇게 내가 주인인 삶을 살 수 있다면 나는 더 나이들어서도 몇 번이고 통절한 전환을 위한 겨울을 맞을 것입니다. 짐싸는 일이 이번처럼 설레이고 두려운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오늘은 언젠가 제 행복한 공간으로 당신을 초대하여 동동주 서너 독 비우는 꿈을 꾸고 싶어집니다. 와 주실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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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죄의 말씀

지난 주 목요일 행복숲 칼럼을 보내드리면서 보내는 사람을 제가 아닌 구본형선생님으로 사용하는 오류를 범했습니다. 이로 인해 독자 여러분과 구본형선생님께 본의 아닌 폐를 끼쳐 드린 점 사죄드립니다.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각별히 주의하겠습니다.
IP *.189.235.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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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완
2006.10.26 00:45:43 *.147.17.103
일빠~!

용규 형의 동동주 먹을 때도 일빠로 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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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형
2006.10.26 06:57:25 *.116.34.135
그대는 훌륭하다. 겨울은 추울 것이다. 그러나 추위가 없는 봄꽃이 있더냐. 살아 남아라. 살아 남는 것이 그대가 사는 길이다.

마흔은 폭포와 같다. 떨어져 내려야 강을 이룬다.
감탄하게 하라.

그대를 알게 되어 참으로 기쁘다.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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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처럼
2006.10.27 21:49:22 *.76.193.244
사형, 축하합니다.
용기와 결단이 부럽기만 합니다.
궁기리에서 봅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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