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본형
- 조회 수 5321
- 댓글 수 0
- 추천 수 0
새벽에 글을 쓰면 그 글에서는 새벽의 냄새가 납니다. 나는 사람들이 쓰는 글에 어떤 특유의 냄새가 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가 속한 시간 그가 자고 난 공간의 냄새가 그 글 속에 묻어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글에서는 한꺼번에 몰아 쓴 조급함의 냄새가 납니다. 어떤 글에서는 이제 더 이상 쳐다보고 싶지 않은 지겨운 일을 끝마치고 싶다는 짜증이 묻어 있기도 합니다.
어찌어찌하여 이제는 글과 떨어져 살 수 없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멋도 모르고 이 글밭에 들어섰을 때 세상은 아름다운 꽃밭 같았습니다. 자. 내 인생을 이제는 이곳에서 보내리라. 이 아름다운 곳에서 아름다운 글을 쓰리라.
세월이 지나 이제 첫 번째 책을 쓰기 시작한지 꼭 9년이 지났습니다. 그리고 알게 되었습니다. 글 쓰는 사람들의 세계는 거대한 산과 같아 그 깊이를 알 수 없고 그 길을 찾을 수 없어 산을 헤매야 하는구나. 때로는 계곡에 갇혀 울고, 혹은 우연히 천하의 절경을 보며 기뻐 날뛰고, 혹은 오래 온 길의 앞이 끝난 절벽에 앉아 되돌아 갈 험난함을 넋 놓고 생각해야하는 것이구나.
9월이 되어 첫 날이 산 위에서 밝아 오는데, 어둠이 햇빛에 묻어 그 정취가 은은하고, 하늘색이 묘하여 내 가슴이 뛰는데, 내 하루가 또 이렇게 시작하는구나. 오늘은 나 가을처럼 살리라.
읽던 책 속에서 과테말라의 진보 정당을 이끌었던 하코보 아르벤즈의 연설이 특유한 냄새로 남아 있습니다. 그는 체 게바라가 혁명가로서의 삶을 살도록 그 마음에 불을 싸지른 선동가였지요. 그는 오랫동안 아르벤즈에 대한 존경심을 품고 살았습니다.
“ 인간은 물질적으로 굶주렸을 뿐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에 굶주려 있다”
오늘은 이 굶주림의 한 쪽을 채워 보세요. 당신의 존엄성으로 만든 케익 한 쪽을 즐기세요.
VR Left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956 | 다시 육체의 즐거움으로 [3] | 구본형 | 2008.07.18 | 3778 |
955 | 지금 없는 것은 앞으로도 없다 | 문요한 | 2007.01.02 | 3779 |
954 | 어떤 편지 - E에게 [3] | 구본형 | 2008.05.23 | 3779 |
953 | 용이 되어 그를 보호하다 [2] | 부지깽이 | 2010.05.21 | 3781 |
952 | 족제비는 정말 입으로 새끼를 낳을까 ? [6] | 부지깽이 | 2010.09.03 | 3781 |
951 | 껴안고 살기 [1] | 김용규 | 2013.05.30 | 3788 |
950 | 편지26- 모닝페이지는 흐른다 [1] | 단경(소은) | 2009.06.30 | 3791 |
949 | 농부는 복권을 사지 않는다. | 김용규 | 2011.10.06 | 3796 |
948 | 한 문장이 한 권의 책 [2] | 승완 | 2014.05.27 | 3797 |
947 | 앞으로 나는 얼마나 행복할까? | 문요한 | 2011.07.27 | 3799 |
946 | 바람을 담는 집 [2] | 승완 | 2013.02.12 | 3803 |
945 | 창조적 수다 [8] | 구본형 | 2009.01.29 | 3811 |
944 | 내 마음 속의 나침반 | 오병곤 | 2007.05.21 | 3812 |
943 | 세상에서 가장 신나는 구경꺼리 [1] | 부지깽이 | 2010.11.26 | 3816 |
942 | 마음의 특효약 | 문요한 | 2011.03.02 | 3816 |
941 | [앵콜편지] 내가 어제 한 일 중 가장 기쁜 일 | 최우성 | 2013.08.23 | 3817 |
940 | 3년을 품으면 소화시켜 뼈를 내 놓을 수 있다 [1] | 부지깽이 | 2010.06.04 | 3818 |
939 | 편안함의 힘 [2] | 김용규 | 2012.02.02 | 3819 |
938 | 무엇이 나를 나라고 부르게 할까? | 문요한 | 2007.07.10 | 3822 |
937 | 마음을 살피는 마음 [1] | 문요한 | 2013.02.13 | 38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