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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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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9월 11일 00시 09분 등록
지난 토요일, 2기 연구원들의 수업에 참석했습니다. 이날 수업 중 하나는 ‘당신의 장례식을 치루는 것’이었습니다. 연구원들은 장례식을 가정하고 혼령이 되어 그곳에 모인 가족과 친척, 그리고 벗들에게 세상을 떠나는 마지막 연설을 해야 했습니다. 불을 끄고 촛불 세 개에 의지하여 연구원들은 한 명 씩 준비해온 글을 읽었습니다. 나는 누군가는 울 것이라 예상했습니다. 본인은 몰랐을 겁니다. 쓸 때 몰랐을 것이고, 읽을 때도 모르지만 어느 순간 숨이 턱 막히고 목이 메이고 눈이 흐려집니다. 저 역시 분위기는 조금 다르지만 비슷한 상황에서 저도 모르게 울음이 터졌던 경험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알게 모르게 눈물의 사연을 칼처럼 품고 삽니다. 누구는 좀 더 슬펐고 누구는 그보다 밝았습니다.

저는 한 달에 한 번 있는 2기 연구원들의 공식적인 수업에 거의 빠짐없이 참석하고 있습니다. 사람들과 쉽게 친해지는 편인데 2기들과는 그렇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만나면서도 마음이 조금 불편했습니다. 왜 그럴까? 어제야 그 이유를 알았습니다. 저는 몇 가지 이유로 인해 그들과 마음을 나누지 못했습니다. 같은 이유로 그들을 존중하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란 것이 대단한 것이 아닙니다. 제 선입견과 치졸함일 뿐입니다. 어디선가 마음 나누기란 ‘내가 웃으면 동생도 나를 보고 웃는 것. 내가 울면 동생도 나를 따라 울먹이는 것’이란 구절을 본 적이 있습니다. 어둠 속에서 그들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마음속에 제가 만든 벽들이 하나씩 무너졌습니다. 지금이라도 이렇게 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입니다. 빅터 프랭클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랑은 다른 사람을 그의 인격의 가장 깊은 핵심까지 파악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 누구도 어떤 사람을 사랑하지 않고서는 그의 실체를 충분히 알 수가 없다. 사랑함으로써 사랑하는 사람의 본질적인 특성과 특징들을 알 수 있는 것이다. 더욱이 그 사람 안에 잠재되어 있는 것, 아직 실현되지는 못했으나 마땅히 실현되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된다. 더 나아가, 사랑하고 있는 사람은 사랑으로써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이 잠재 능력들을 실현할 수 있게 해준다. 그가 무엇을 할 수 있으며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를 깨닫게 해줌으로써 이 잠재능력들을 실현시키는 것이다.”

전에는 이런 말에 별 감흥이 없었는데 이제는 다릅니다. 마음으로, 존중으로, 그리고 사랑으로 사람을 만나야겠다고 다짐 또 다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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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석
2006.09.12 08:43:51 *.81.19.137
신기하네요. 나도 빅터 프랭클에 푹 빠져 있는데.. 그리고 저 표현 좋네요. -내가 웃으면 동생도 나를 보고 웃는 것, 내가 울면 동생도 나를 따라 울먹이는 것-
중대한 변화가 있어 보이는데, 변화경영연구소의 핵심멤버로서 잘 헤쳐나갈 저력이 있으리라 믿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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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완
2006.09.12 13:14:46 *.120.97.46
글에 덧글이 달린 것을 보고, '한 선생님이시구나'하고 생각했습니다. 왠지 그럴 것 같았습니다. 글을 쓰고 읽는 사람이 그 행간을 느끼는 것, 이것 역시 마음 나누기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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