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오늘의

마음을

마음을

  • 신종윤
  • 조회 수 4520
  • 댓글 수 4
  • 추천 수 0
2010년 6월 21일 14시 26분 등록

창조적인 도약을 이루기 위해서는 자기 분야에서 통용되는 지식에 통달해야 한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10년 정도의 꾸준한 노력이 선행되지 않으면 의미 있는 도약을 이룰 수가 없다. …… [중략] …… 우리가 다루는 일곱 명의 창조자들 역시 혁신적인 업적을 이루기 전에 최소한 10년의 수련기를 거쳐야 했다. 물론 더 오랜 세월이 필요했던 인물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대다수는 또 다른 10년 후에 다시 한 번 중대한 혁신을 이루었다.                     - 하워드 가드너, 『열정과 기질』 중에서

너무 많이 알려져서 빛이 바래긴 했지만 하워드 가드너의 ‘10년의 법칙’이 시사하는 메시지는 여전히 강력합니다. 말콤 글래드웰은 빅히트를 기록한 책, ‘아웃 라이어’를 통해 10년의 법칙을 대중적으로 다듬었습니다. 1만시간의 법칙이 바로 그것이지요. 핵심은 동일합니다. 자신의 영혼을 사로잡는 일을 발견하고, 그 일에 집중적으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면 창조적 성취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지요.

10년 법칙에 부합하는 인물이 직접 이런 이야기를 한다면 아마 한결 진하게 다가올 겁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저는 여전히 강을 건너는 사람인지라 10년의 수련을 거친 대가의 느낌을 전하기엔 역부족이네요. 그래도 이런 법칙들에 의문을 품을 수는 있지요. ‘10년의 법칙’이 사람 사이의 관계에도 적용될까 하는 의문이 바로 그것입니다.

내일모레면 아내를 만난 지 10년이 됩니다. 별걸 다 기억한다고요? 이렇게 중요한 날을 어떻게 잊겠습니까? 3년여에 걸친 연애와 7년이 다되어가는 결혼 생활을 합치니 어느새 10년이 됐습니다. 처음엔 지독하게 다퉜습니다. ‘이 사람이 내 반쪽이 맞을까?’ 싶을 정도로 아프게 상처를 주기도 했습니다. 그런데요,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서로를 알게 되더군요.

어느 순간부턴가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되는 일들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고속도로 톨게이트가 가까워지면 말하지 않아도 아내가 돈을 건넵니다. 가족끼리 나들이를 나서면 아내가 챙겨온 짐 속에 필요한 것이 다 들어있습니다. 혹시 하는 마음에 물어보면 어찌 알고 챙겼나 싶은 물건들이 쏟아져나옵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서로 어디까지 나아가면 싸움이 되는지, 상처를 주지 않으려면 어느 쯤에서 물러서야 하는지도 알게 됐습니다. 서로에게 통달(?)한 것이지요.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세상이 하나쯤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때도 있었습니다. 이제는 내 마음을 다해 사랑할 수 있는 가족이라는 세상이 있어서 다행입니다. 여기서 끝이 아니지요. 창조적 대가들의 삶이 그러했듯 또 다른 도약의 10년이 이어질 테니까요. 우리는 그렇게 더 깊어지고, 더 행복해질 겁니다. ‘예술가란 무엇이든 자기가 하는 일을 예술로 만드는 사람’이라고 하워드 가드너는 말합니다.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 그들과 함께 만드는 아름다운 가정, 저에게 이보다 더 큰 성취는 없습니다. 이것이 제가 추구해야 할 예술입니다. 이쯤 되면 10년의 법칙이 관계에도 적용된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오늘 아침, 그 동안 보냈던 마음 편지를 헤아려보니 정확하게 77통입니다. 행운의 숫자라는 ‘7’이 둘이나 겹친 것을 보니 어쩐지 길하다는 느낌이 드네요. 지난 일년 반 동안 월요일마다 꼬박꼬박 마음 편지를 보냈습니다. 엉터리 편지를 보내며 부끄러웠던 날도 있었고,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던 날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많은 편지를 보내는 동안 정작 아내에게는 메모 하나 건네지 못했네요. 그래서 오늘은 이 편지를 빌어 짧게나마 제 마음을 전합니다.

“당신이 커피숍으로 들어오던 순간이 아직도 생생해. 10년간 고마웠어. 앞으로도 잘 부탁해. 사랑해.”

처음 만났던 날 자기가 무얼 입고 있었는지 기억하냐고 아내가 묻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램으로 한 주를 시작합니다.



IP *.96.12.130

프로필 이미지
우성
2010.06.21 23:22:33 *.34.224.87
건강하고 참한 남자....
아내가 참 좋아할 남자라는 생각이 듭니다.
밀린 일 처리하고, 집에 와 허전한 마음에 노트북을 켜고
소주한잔 들이킵니다. 
의미있는 숫자를 위해 대신 건배해 드리지요.
77 을 위하여!
프로필 이미지
2010.06.30 11:37:05 *.96.12.130
참하다는 표현이 남자에게도 쓰이는 군요. ㅋ 고마워요. 정말 참~한 놈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cartier sunglasses
2010.10.19 16:34:52 *.55.67.106
프로필 이미지
chanel jewelry
2010.10.20 11:09:16 *.43.235.99
qunidaye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56 나의 영혼이 다시 빛날 때 [6] 문요한 2010.07.07 3656
955 소명에 헌신한 한 사람의 이야기 file [5] 승완 2010.07.06 3134
954 10년의 세월을 무슨 수로 버티나 [3] 신종윤 2010.07.05 3684
953 왜 제우스는 늘 여자의 뒤를 쫓아 다닐까 ? [1] 부지깽이 2010.07.02 4935
952 소용없는 것의 소용에 대하여 [1] 김용규 2010.07.01 2645
951 두 배 이상 관찰하라 [7] 문요한 2010.06.30 2750
950 외면의 지리학이 내면의 지리학과 하나가 되는 길 file [1] 승완 2010.06.29 2872
949 월드컵의 추억을 가슴에 묻으며 file [2] 신종윤 2010.06.28 2825
948 당신은 어디로 생각하오 ? [7] 부지깽이 2010.06.25 3280
947 삶이 웅덩이에 빠져 갇혔을 때 [3] 김용규 2010.06.24 2857
946 포기는 삶을 이어준다 [1] 문요한 2010.06.23 3215
945 나무는 겨울에도 자란다 file [4] 승완 2010.06.22 3209
» 관계를 위한 10년의 법칙 [4] 신종윤 2010.06.21 4520
943 금지된 것을 찾아 나서는 여행 [2] 부지깽이 2010.06.18 3339
942 평범함을 굴복시킨 그것 file [1] 김용규 2010.06.17 2665
941 상상속의 관중을 지워라 문요한 2010.06.16 5465
940 ‘산천과 사람, 스승과 제자의 원융(圓融)’ file [2] 승완 2010.06.15 2861
939 매도 알고 맞으면 덜 아프다 [2] 신종윤 2010.06.14 3560
938 잃어버린 구슬을 찾는 법 [5] [1] 부지깽이 2010.06.11 3937
937 넘어져보는 경험 file [12] 김용규 2010.06.10 31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