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오늘의

마음을

마음을

  • 구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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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7월 18일 07시 39분 등록

몸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고통이던 며칠이 지나 다시 육체는 즐거움을 선사하기 시작했습니다. 걷고 땀을 흘리고 샤워를 하고 먹고 마시고 떠들고 사랑하기 시작했습니다. 다시 자연이 지배하는 세계로 들어 온 셈입니다.

아침에 자리에서 일어나니, 불현 듯 어떤 생각 하나가 나를 찾아 왔습니다 '오늘이 가기 전에 해야 할 멋진 일 100 가지'를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게 뭘까요 ? 내 머리 속에는 천천히 여러 가지 생각들이 뭉게뭉게 피어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별로 감흥이 없습니다. 그래서 방법을 바꾸어 보기로 했습니다. 나는 옷을 모두 벗고 침대에 반듯이 누웠습니다. 그리고 발을 10 센티미터 쯤 들었습니다. 아주 살짝 든 것이지요. 그리고 그 자세로 참을 수 있는 동안 내가 내 입을 통해 원한 모든 것들은 다 이루어진다고 생각했지요. 그리고 하나씩 오늘의 멋진 일들을 열거해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제법 괜찮은 생각들이 재빨리 지나갔습니다. 조금 지나자 온 몸이 떨리기 시작합니다. 힘들기 시작한 것이지요. 내 소원도 더 빨리 내 입을 빠져 나왔습니다. 그러다 침대가 마구 흔들리고 집이 들썩거리는 듯한 느낌이 들면서 나는 아무 의식도 없이 단어들을 마구 뱉어내기 시작했습니다. 다음은 참기 어려운 상황까지 가서 마구 머리를 헤집고 들어 온 생각들이 무작위로 내 입 밖으로 튀어 나온 것들을 나열해 본 것입니다.

딸기.., 아이스크림..., 물을 마신다... 물속에 들어가 눈을 뜬다...물을 만진다...그 사람을 오랫동안 지켜본다.. 아주 차거운 맥주...하얀 테이블보가 깔린 뜨거운 여름 파라솔 밑의 식탁, 우리집 개.. 새소리 들리는 나무 밑에서 낮잠, 아주 재미있는 역사책 다섯 페이지, 하얀 노트와 딸아이가 사준 만년필, 아내와 농담 따먹기, 연주회, 어느 저녁 파티....연구원들의 출판 기념회, 성장을 한 제자들... 아주 긴 편지, 나만 아는 곳으로 가는 버스 안... 아름다운 호수가 야생꽃들이 가득한 곳에 저녁 어스름에 도착하기..산행... 소리를 지르며 질주하기...저녁밥, 시원하게 씻고 좋은 시 한 줄을 쓰는 것...키스, 포옹...

점점 더 힘들어 지다 더 못 견디고 탁 하고 발을 내려 놓았습니다. 내 소원들도 끝났습니다. 삶도 끝났습니다. 육체가 견디지 못하는 곳에서 삶도 자신을 내려놓습니다. 위대한 일이란 하나도 없건만 삶이 이보다 더 소중할 수 없군요. 나는 이런 일들을 하며 하루를 보낼까 합니다.

* 어제 백산이 10년간 주무르던 박사학위 논문을 들고 나를 찾아 왔었습니다. 보름달이 환했는데, 우리 몇몇은 그 달을 보며 축하주를 마셨습니다. 자정이 지나 우리는 헤어졌지만 달은 밤을 세워 긴 밤 여정을 마쳤을 것입니다. 우주는 절대로 가던 길을 멈추는 법이 없으니까요.

IP *.189.235.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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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형
2008.07.18 09:52:48 *.160.33.149

편지를 보내고 나니 두 가지가 분명치 않아 보완 설명합니다.

* 10 센티 발을 든다 ----> 두 발을 모아 무릎을 굽히지 않고 꼿꼿히
10 센티미터를 들어 올린다. 그러면 아랫배 근육이 당겨지지요.

* 하루에 100 가지를 다 하는 것은 아니지요. 하루에 한 두 가지씩
해보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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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8.07.18 10:51:43 *.36.210.11
저희 다 알아들었어요. 사부님. ㅋㅋㅋ

마구 빨리빨리 읊조리면서 배와 발 온몸을 부들부들 떠시는 사부님을 연상하며 어찌나 우습던지요. ㅎㅎㅎ


꽁지머리는 알라나 몰라

오늘의 변화경영연구소 MVP로 그 멋진 머리가(?) 우승컵을 높이 쳐들어 쌍수로 환호하듯 이렇게 스승의 가슴에 잔잔히 수놓아 지는 것을.


우리도 모두 기뻐하며 응원하고 그가 무슨 일을 해냈는가를
또 그 뒤를 연이을 벗들이 줄을 서며 따로 또 같이 함께 하리란 것을.


대한민국에는 아무도 못 말리는 천하무적의 패거리 변.경.연의 놀이가 있다네.
얼쑤~ 쿵덕쿵덕쿵~ 에헤라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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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2008.07.18 19:35:27 *.131.5.106
몸이 많이 쾌차하신것 같아 참 다행이네요. 지난 겨울에 둘째 아이가 작은 사고로 두번 수술한 일이 있었는데요. 실밥을 뽑고 붕대를 풀던 날! 케익을 사서 촛불을 켜고 회복파티를 했었더랬어요. '다 나았네. 다 나았어!'하며 노래부르던 그때 생각이 불현듯 떠오르네요.

회복을 축하드립니다. 사부님!!! 다음에 맛난것 사드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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