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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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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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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1월 1일 00시 04분 등록

템플 그랜딘(Temple Grandin)은 자폐아였습니다. 그녀는 세 살이 될 때까지 말을 못했고, 이미 두 살 때 평생을 보호시설에서 보내게 될 거라고 진단 받았습니다. 어린 시절 그녀는 ‘소리를 지르는 이상한 아이’, ‘특정 자극에 고착적인 얼간이’, ‘다른 아이들의 머리를 치고 다니는 괴상한 아이’였습니다.

헌신적인 어머니 덕분에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입학을 했지만 그녀의 자폐증상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 학교 숙소로 가는 중에 공사 중인 기숙사 건물에 놓인 사다리가 그녀의 눈에 들어왔습니다. 사다리를 타고 4층으로 올라가자, 그곳에 작은 문이 있었습니다. 템플은 그 문을 보자마자 이것이 바로 자신의 ‘운명의 문’임을 예감했습니다. 그 문을 넘자 세 개의 창문이 달려 있는 작은 방이 나왔습니다. 목수들이 ‘까마귀 둥지’라고 부르는 방이었습니다. 그 방에서 창문을 통해 산 뒤에서 돋는 달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녀는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어느 자폐 이야기>에서 당시를 이렇게 회상합니다.

“그 순간 어떤 위로감이 나를 감쌌다. 몇 달 만에 처음으로 현재의 평안함과 미래의 희망을 느꼈다. 사랑과 환희의 기쁨이 나를 감쌌다. 나는 그것을 찾았다! 천당으로 통하는 문, 갑자기 나의 마음에 있었던 여러 가지 생각들이 의미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정말 찾았다! 시각적 상징을! 내가 해야 할 것은 이 문을 통해서 걷는 것이었다.”

어두운 밤이 되어서야 그녀는 방에서 나왔습니다. 템플은 이제 예전의 자신이 아니었습니다. 스스로를 구원 받은 사람으로 느꼈습니다. 상징적 문을 넘어서고 그 방에 머무는 경험을 통해 처음으로 자신의 미래에 대해 눈을 뜨고, 영혼의 깨침을 경험했습니다. 나무 문은 그녀에게 자신에게 펼쳐질 미래를 상징했고, 그 문을 넘는 것은 ‘새로운 노력과 새로운 분야로 나아감’을 의미했습니다. 그녀는 외부에서 찾아낸 상징물과 그에 대응하는 상징적 행위를 통해 불안과 공포에 집착하는 자폐에서 빠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템플은 종종 이 문을 넘어 이 작은 방에 갔습니다. 방에 들어가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많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무엇보다 진정한 자기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 방에서 그녀는 ‘나에 대해서, 나의 삶에 대해서, 나의 신에 대해서 생각’했습니다. 그녀는 말합니다.

“내 앞에 놓여 있는 미래가 무엇이든 그것은 작은 문을 통해서 나가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구제, 환희, 그리고 행복의 상징인 그 문, 문, 문…… 그것을 넘어서야만 내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다른 사람이 나 자신과 내 생각을 믿도록 하기 전에 내가 나 자신을 믿어야 했다.”

템플 그랜딘은 자폐증을 극복했습니다. 그녀는 고등학교는 물론이고 대학교를 우등생으로 졸업했습니다. 동물학으로 석사 학위와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미국 콜로라도 주립대학의 동물학과 교수가 되었습니다. 그녀는 가축을 다루는 도구 전문가로 세계적으로 인정 받고 있습니다. 미국 가축 시절의 3분의 1이 그녀의 설계로 이루어졌으며, 그 설계는 다른 나라에서도 널리 도입되고 있습니다. 또 하나, 템플은 자폐증을 직접 겪고 극복한 과정을 통해 자폐증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가 되었습니다.

그녀가 상징만으로 자폐증을 극복한 것은 물론 아닙니다. 헌신적인 어머니와 여러 사람의 도움과 자신의 의지의 결합으로 일궈낸 성취였습니다. 그럼에도 ‘문’이라는 상징은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그녀는 “그 작은 나무 문은 나에게 중요한 상징이었고, 많은 것을 그것을 통해 다루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 상징의 문이 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수 있게 했고 나를 성장시켰다”고 말합니다.

상징이 무엇이기에 이런 힘을 발휘하는 것일까요? 다음 편지에서 상징의 의미와 상징이 어떻게 힘을 발휘하는지에 대해 이야기 나누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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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템플 그랜딘 저, 박경희 역, 어느 자폐인 이야기, 김영사, 2005년

* 교육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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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민
2011.11.01 10:52:19 *.114.22.80
상징과 우연의 관계성. 이러한 것들을 어떻게 수용할 건가... 잘 풀어주어서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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