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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마음을

2010년 5월 28일 06시 58분 등록

   상업과 전령의 신 헤르메스는 태어난 바로 그날 저녁에 이복형인 아폴론의 소를 훔쳤다. 그는 떡갈나무 껍질로 소의 발을 감싸고, 소의 꼬리에다가는 싸리 빗자루를 매달아 땅바닥에 끌리게 함으로써 소의 발자국을 감쪽같이 지웠다. 그리고는 시치미를 뚝 떼고 자신이 태어난 동굴 속의 강보로 돌아가 아무것도 모르는 갓난아기 행세를 했다. 그런데 헤르메스의 완전 범죄를 망쳐 놓은 한 인간이 있었다.  아폴론이 자신의 소가 없어진 것을 알고 이리저리 찾아다니자 범인은 바로 헤르메스임을 일러바쳤다. 아폴론은 헤르메스의 도둑질을 제우스에게 고발하였다. 이 일로 입이 싼 그 인간은 헤르메스뿐만 아니라 제우스의 눈총까지 받게 되었다. 신들의 일에 감히 인간이 끼어들었기 때문이다.

   이 인간은 더욱 결정적인 괘씸죄를 저지르게 되었다. 어느 날 이 인간은 제우스가 요정 아이기나를 납치해 가는 현장을 목격하게 되었다. 그는 아이기나의 아버지인 강의 신 아소포스를 찾아갔다. 그리고 자신의 부탁을 하나 들어 준다면 딸이 있는 곳을 가르쳐 주겠노라 했다. 그 인간은 당시 코린토스의 왕이었는데, 물이 귀해 백성들이 몹시 고생을 하고 있었다. 그러니 코린토스에 있는 산에다 마르지 않는 샘을 하나 만들어 달라는 게 그의 청이었다. 아소포스는 그의 청을 들어주었다. 그는 제우스가 아이기나를 납치해 간 섬의 위치를 가르쳐 주었고, 아소포스는 곧 그곳으로 달려가 딸을 제우스의 손아귀에서 구해냈다.

  제우스는 저승신 타나토스(죽음)에게 당장 그 인간을 잡아오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제우스의 보복을 미리 예상하고 있던 그 인간은 타나토스가 당도하자 그를 쇠사슬로 꽁꽁 묶어 돌로 만든 감옥에다 가두어 버렸다. 명이 다한 사람을 저승으로 데려가는 저승사자가 묶여 있으니 당연히 죽는 사람이 없어졌다. 명계(冥界)의 왕 하데스가 이 어처구니없는 사태를 제우스에게 고했고 제우스는 전쟁신 아레스를 보내 타나토스를 구출하게 했다. 이제는 어쩔 수 없이 타나토스의 손에 끌려가면서, '그 인간'은 아내 멜로페에게 자신의 시신을 화장도 매장도 하지 말고 광장에 내다 버릴 것이며 장례식도 치르지 말라고 은밀히 일렀다.

저승에 당도한 그는 하데스에게 이렇게 읍소(泣訴)했다.

"아내가 저의 시신을 광장에 내다 버리고 장례식도 치르지 않았습니다. 죽은 자를 조롱한 것인즉 이는 곧 명계의 지배자이신 대왕에 대한 능멸에 다름 아닙니다. 제가 다시 이승으로 가 아내의 죄를 단단히 물은 후 다시 오겠습니다. 저에게 사흘간만 말미를 주소서."

저승의 신 하데스는 그를 다시 이승으로 보내 주었다. 그러나 그는 그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한번 죽으면 그걸로 그만인 인간인 그로서는 이승에서의 삶이 너무도 소중했던 것이다. 하데스가 몇 번이나 타나토스를 보내 을러대기도 하고 경고하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그 는 갖가지 말재주와 임기응변으로 체포를 피했다. 그리하여 그후로 오랫동안을 "천천히 흐르는 강물과 별빛이 되비치는 바다와 금수초목을 안아 기르는 산과 날마다 새롭게 웃는 대지" 속에서 삶의 기쁨을 누렸다. 그러나 아무리 현명하고 신중하다 한들 인간이 어찌 신을 이길 수 있었으랴. 마침내는 그도 타나토스의 손에 끌려 명계로 갈 수밖에 없었다.

명계에선 가혹한 형벌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데스는 명계에 있는 높은 바위산을 가리키며 그 기슭에 있는 큰 바위를 산꼭대기까지 밀어 올리라고 했다. 그는 온 힘을 다해 바위를 꼭대기까지 밀어 올렸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에 바위는 제 무게만큼의 속도로 굴러 떨어져 버렸다. 그는 다시 바위를 밀어 올려야만 했다. 그리하여 그는 "하늘이 없는 공간, 측량 할 길 없는 시간"과 싸우면서 아직도 영원히 바위를 밀어 올리고 있다.

   그 인간은 바로 시지프스입니다. 호머가 전하는 바에 따르면 그는 '인간 중에서 가장 현명하고 신중한 사람'이었지만, 신들이 보기에는 입이 싸고, 교활하며, 신들을 우습게 여기는 심히 마뜩찮은 인간이었지요. 그래서 가장 무서운 형벌을 받은 것입니다. '무익하고 희망없는 일의 반복'보다 더 무서운 형벌을 없다고 생각한 신들의 생각은 일리 있는 것입니다.

자기 경영은 무익하고 희망없는 일에서 기쁨을 보는 것입니다. 매일 바위를 굴러 올리는 것입니다. 온 힘을 다해 그렇게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바위가 산의 정상에서 다시 굴러 떨어지는 것을 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다시 시작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어느 날 이렇게 말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많은 시련에도 불구하고, 나이 듦과 내 영혼의 위대함은 나로 하여금 모든 것이 좋다고 느끼게 한다'

 산 꼭대기를 향한 투쟁, 그 자체가 우리의 마음을 다 채우기에 충분하다는 것입니다. 인간의 유한한 운명을 인식하는 순간, 우리는 살아 있는 모든 떨림에 감사하게 됩니다.

IP *.160.33.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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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10.05.28 07:19:22 *.36.210.2
신화에 대한 이야기는 헛갈림과 어려운 이해를 통해 우리를 바짝 긴장시키며 깨우쳐요. 내용의 어려움이 아니라 신들의 존재를 기억해야 하는 그들의 복잡 다난한 이름을 통해서 말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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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희
2010.05.28 19:22:03 *.106.111.211
신들의 이름은 왜 이케 어렵고.....관계가 복잡한지...
그런데.. 들여다 보면 볼수록....재미나고 생각하게 만드는.....
그로인해.... 주는 교훈은.....깊이 또한 상상 이상이라는거....

오늘도....이렇게..나 자신을 낮추고....함께하고 자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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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
2010.05.30 14:51:51 *.35.254.135
무익하고 희망없는 일에서 기쁨을 보는 것,
매일 바위를 굴러 올리는 것,
온 힘을 다해 그렇게 하는 것,
그리고 그 바위가 산의 정상에서 다시 굴러 떨어지는 것을 보는 것,
그리고 다시 시작하는 것,
이렇게 살 수 있는 사람은 영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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