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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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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24일 00시 12분 등록

아주 오래 전에 읽었는데도,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있는 책들이 있습니다. 내게는 히로나카 헤이스케의 ‘학문의 즐거움’이 그 중의 하나입니다. 이 책은 내게, ‘얏! 하고 비약할 수 있는 힘’이라는 구절로 각인되어 있습니다. 누렇게 변하기 시작한 책을 펼쳐, 밑줄 그어놓은 부분을 다시 읽어봅니다. 놀랍게도, 요즘의 내 심정과 정확하게 부합합니다.


“창조하는 인생이야말로 최고의 인생이다.”
“창조하려면 먼저 배워야 한다.”


“열심히 공부해도 결국 잊어버리게 되는 것을 왜 하지 않으면 안되는가. 그것은 지혜를 얻기 위해서가 아닐까? 공부하는 과정에서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살아가는 데 있어 대단히 중요한 지혜라는 것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결과적으로 배우는 것은 낭비가 아니다. 그러므로 많이 배우고 많이 잊어버리고, 다시 많이 배우라고 말하고 싶다.
지혜에는 넓이가 있고, 깊이가 있고, 힘이 있다. 지혜의 힘이란 결단력을 말한다. 결단할 수 있는 힘, 어느 순간에 얏! 하고 비약할 수 있는 힘, 이러한 지혜의 힘은 인생과는 직접 관계가 없어 보이는 공부하는 가운데서 키워지는 것이다.”


인생의 하프타임을 맞아, 글쟁이가 되기 위한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옆에서 보기에는 백수같이 보이지만, 하루 종일 생각하고 느끼고 읽고 쓰고 있습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마음으로부터 우러나는 일입니다. 좋은 책과 좋은 필자를 발견하는 일이 최대의 기쁨입니다. 이런 작업을 하면서 먹고 살 수 있다면, 더 이상 소원이 없겠습니다. 전에 써놓은 “나의 이야기”를 다시 읽어봅니다. 상투성보다 본질을, 축적보다 발산을 추구하며 살다보니, 손에 잡힌 것이 없습니다. 내세울만한 성취 하나 없이 저물어가는 오후는, 거의 바닥이라고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바닥에서 나를 곧추세운 것은, 책이라는 오래된 취미 하나입니다.


10년 전에 읽으며 밑줄 그어놓은 부분을 운명처럼 확인하며, 내가 읽은 책 한 권, 한 권이 모두 내 안으로 들어와 지금의 나를 이루었구나, 시행착오로 점철된 세월역시 내 안으로 흘러 들어왔겠구나, 또 하나 깨달았습니다. 너무 지리멸렬하게 시간을 낭비했다고 생각한 자책감이 엷어지는 순간입니다. 지금의 나는, 내가 만난 모든 만남의 총화입니다. 따라서 지금 내딛는 발걸음과 ,지금 쓰는 편지 한 편에도 나의 모든 체험이 실려있습니다.


무언가 새로운 동기유발이 필요하다고 생각될 때면, 그대가 살아온 날을 꼼꼼하게 살펴보기 바랍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기꺼이 몰입하여, 남다른 기쁨을 주던 일을 찾아보세요. 그 일 속에 당신을 당신답게 하는 요소가 숨어있을 것입니다. 있는 힘을 다 해 그 일을 후벼파세요. 파다보면 샘물이 솟고, 샘물과 샘물 사이에 지류를 낼 수 있을 것입니다. 어쩌면 당장은 쓸모없을지도 모르는 공부를 하는 가운데, 당신을 ‘얏! 하고 비약하게 만드는 힘’이 비축될 것입니다. 다시 히로나카 헤이스케가 이야기합니다.


“어려움이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며, 이때야말로 깊이 생각하는 힘이 요구된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써야 좋을지 전혀 알 수 없을 때, 혹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가능성이 전혀 없을 때, 의지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의 깊은 사고력뿐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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