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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마음을

2006년 6월 7일 23시 58분 등록
간벌

요즘은 행복숲 부지를 찾는 일 때문에 일주일에 하루나 이틀을 꼭 숲을 찾아 나서게 됩니다. 참 즐거운 여행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숲에 들어가 노닐다 보면 식물도 사람과 같아 자신의 욕망, 자기의 영역을 키우려 드는 존재임을 알게 됩니다. 숲의 각 개체들은 오로지 번식을 위해 제 욕심대로 자라는데, 생장이 좋은 녀석들은 누군가의 자리를 빼앗거나 하늘을 덮기도 합니다. 이러니 키 작은 식물들은 햇빛과 양분을 원천적으로 차단당해 고난을 겪기도 하고, 심하면 아예 생장을 멈춘 채 누렇게 말라 죽기도 하지요.

전문가들은 그래서 숲에 대한 체계적인 간벌과 관리가 필요하다 말합니다. 잘 가꾸어진 숲을 보면 수목의 지하고(나무가 서 있는 지표면에서 첫 가지 까지의 높이)가 비교적 높게 관리되어 있고 간벌도 적절히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는 주력 수종들의 생장을 위한 배려기이도 하지만, 하층식물을 위한 배려이기도 합니다. 적절한 간벌과 지하고의 유지는 숲 안에 채광과 통풍을 확보하여 다양한 하층식생이 자생적으로 잘 자라 다양한 생명들의 아름다운 조화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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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 들어 숲을 공부하다가 저는 다시 ‘나의 세상살이’를 생각하게 됩니다. 저는 요즘 욕망대로 살고 싶은 나를 격려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살아있으되 살아있지 못한 것과 같은 삶을 더 이상 허용하지 않으리라. 마음으로 좋아하는 것에 충심으로 열광하고 찬양하고 춤도 추리라. 더는 관계 때문에, 과거 때문에, 평가 때문에, 혹은 불허하는 이념 때문에 주저앉지 않으리라…’ 그렇게 결심의 항목들을 꺼내보고 또 꺼내보며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숲에 들어 간벌이 필요한 욕심 많은 나무들을 만나다보니, 내 마음에서도 간벌하듯 덜어내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됩니다. 늘어진 마음의 가지가 누군가에게 쓸데없는 그늘을 만들고 있지 않은지, 더 넓은 하늘의 영역을 차지하려는 욕심이 대책 없이 자라 통풍을 막고 있는 건 않는지…

오늘은 간벌할 욕심 목록을 만드는 일로 하루를 시작하고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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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탄
2006.06.08 12:31:17 *.199.134.129
현충일에 청양 고운식물원에 다녀와서인지 용규님의 나무에 대한 비유가 더 실감나네요. '간벌' ~~ 제게는 집중과 배려로 읽힙니다. 누구보다도 제게 필요한 항목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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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놈
2006.06.09 14:27:20 *.237.208.151
미탄님과 저는 같은 날, 다른 식물원을 다녀왔군요. 전 한택식물원에 들렀습니다. 딸녀석이 바오밥나무를 보고싶어해 갔는데, 제가 더 신기해 하고 좋아했습니다.
미탄님의 추임새가 제겐 배려로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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