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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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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6월 20일 00시 33분 등록

"나는 지식보다 상상력이 더 중요함을 믿는다. 신화가 역사보다 더 많은 의미를 담고 있음을 나는 믿는다. 꿈이 현실보다 더 강력하며 희망이 항상 어려움을 극복해준다고 믿는다. 그리고 슬픔의 유일한 치료제는 웃음이며 사랑이 죽음보다 더 강하다는 걸 나는 믿는다. 이것이 내 인생의 여섯가지 신조이다."

-로버트 풀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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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플러스를 연재하다가 문득 이러한 행위가 왠지 낯설지가 않다는 생각이 들면서 누군가가 떠올랐습니다.

제가 정신과 레지던트 2년차에 인연을 맺게 되어 레지던트 끝날 때까지 주치의를 맡았던 분입니다. 그녀는 20대 초반에 정신분열병이 발병하여 청춘의 대부분을 정신병원에서 보낸 40대 중반의 미혼여성입니다. 70이 넘는 병약한 아버지와 단 둘이 살고 있었던 그녀는 아버지가 돌아가시면 자신은 살아갈 수 없을 것이라는 깊은 불안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한 불안 때문인지 어느 날부터인가 그녀의 망상과 환청 속에는 제가 들어가 있었습니다. 흥미롭게도 그 망상은 의사-환자로서의 현실적인 관계를 위협하지 않으면서 한편으로는 재미있는 내용이었습니다.

“선생님! 지구에는 지하세계가 있는데요. 지하에는 지상에 있는 사람들과 똑같이 생긴 사람들이 살아간대요. 그런데 그곳은 지상과는 다르게 서로의 역할과 위치가 다 틀린가 봐요. 선생님과 저랑 똑같은 사람이 지하에도 살고 있는데 거기서 우리는 의사와 환자가 아니라 서로 엄마와 아들 사이래요.”

그 때부터 저에게는 또 하나의 엄마가 생긴 것입니다. 실제로 그녀는 용돈만 생기면 음식과 옷을 사서 병원에 찾아와 건네주었습니다. 마냥 받을 수만은 없었지요. 그래서 여러 차례의 면담 끝에 그녀의 '물질적 보살핌'을 중단시킬 수 있었습니다. 이후, 그녀는 저에게 매주 편지를 보내왔습니다. 하지만 그 편지는 단순한 편지가 아니었습니다. 내면의 삶을 돌아보게 하고 삶의 에너지를 주는 편지였습니다.

그 편지의 구성은 꼭 제가 여러분에게 '에너지 플러스'라는 형식의 글을 보내는 것과 유사합니다. 그녀는 책에서 읽은 좋은 구절을 서문에 인용하고 이후에 자신만의 해석을 덧붙여 저에게 들려주었습니다. 아마 제가 여러분께 이렇게 [에너지 플러스]라는 편지글을 쓰게 된 것도, 질병의 치유를 넘어 자기의 실현을 이야기할 수 있게 된 것에도 그녀의 ‘정신적 보살핌’이 있었기 때문이지도 모르겠습니다.

에너지 플러스는 오늘이 15번째입니다. 그녀와의 묘한 인연을 떠올리며 그 오랜 흔적을 찾아보았습니다. 오늘 서두의 글은 그녀가 1998년에 저에게 보낸 편지에서 인용하였습니다. 8년 전 그녀가 했던 편지쓰기를 되풀이 하고 있는 저의 모습을 보며 삶의 순환을 떠올렸습니다. 그리고 저의 편지를 받아보시는 누군가가 언젠가 또 다른 사람들에게 삶의 힘을 건네주는 글을 쓰리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상상력, 신화, 꿈, 희망, 웃음, 사랑! 이 여섯 가지 신조는 강한 전염성이 있어 인류의 역사와 함께 끝없이 ‘순환’할 것임을 믿습니다. 그것이 저의 '7번째 신조'입니다.

- 2006. 6. 20 문 요한의 Energy Plus [1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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