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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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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4월 28일 23시 43분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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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방 주변 밭에 감나무와 매실나무를 심은 것이 4 4일입니다. 올해 1월부터 3월까지는 2.8일마다 한 번 꼴로 눈 또는 비가 올 만큼 비정상적인 강우량이었는데, 정작 나무를 심고 보름이 넘도록 비가 오질 않았습니다. 저러다 잎도 내보지 못하고 나무 다 말라 죽는 것 아닐까 걱정 가득한 나날을 보냈습니다. 일일이 물을 주기에는 너무 많은 수의 나무여서 하는 수 없이 가지를 강하게 전정해 주며 나무들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잘 견뎌서 나와 함께 오랫동안 여기서 살자.”

 

옮겨 심은 나무에게 물을 주지 못한 대신 강하게 가지를 잘라준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한마디로 균형때문입니다. 나무들은 묘목으로 자라던 밭에서 이곳으로 옮겨올 때 잘려나간 뿌리 때문에 뿌리의 양은 줄었는데 가지는 여전히 원래 상태였습니다. 뿌리가 활동하여 빨아들일 수 있는 양분과 수분의 양에 비해 수요처인 가지의 양이 더 많아서 수급 불균형이 초래되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가뭄마저 겹쳤으니 그냥 두면 나무들은 허덕대는 나날을 보낼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처럼 뿌리와 지상부의 비율을 T/R율이라고 부릅니다. 특별히 사람이 이식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일반적으로 나무들은 스스로 T/R율을 조절할 줄 압니다. 자신의 몸 전체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나무들은 스스로 자신의 잎을 떨구고 가지의 일부를 정리할 줄 아는 것입니다. 나무들의 이러한 구조조정은 균형을 위한 자연스러운 과정의 하나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산방에 입주하던 해인 2008년 늦가을, 나는 마당에 매화나무를 심었습니다. 2009년 봄. 녀석은 부실하다 싶을 만큼 조금의 꽃을 피웠고 통틀어 세 개의 매실만을 생산했습니다. 자라던 터전이 바뀌면서 녀석의 삶에도 불균형이 찾아온 탓이었을 것입니다. 2010 4월 곡우 즈음에 드디어 녀석이 작년보다 세 배는 많은 꽃을 피웠습니다. 요즘 불순한 날씨 때문에 결실의 양이 얼마 늘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개화의 양에 있어 커다란 약진을 이뤄낸 것만으로도 녀석의 T/R율이 어느 정도 균형을 찾았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렇듯 균형은 자연의 지향이요 법칙입니다. 대기의 순환이 그렇고, 조수간만의 차도 같은 차원입니다. 사람의 마음에 이는 기쁨이나 격정 혹은 분노, 그리고 그 뒤를 따르는 침잠이나 번민 혹은 성찰 역시 마음이 균형을 향하려는 자연스러운 과정입니다. 많은 자연스러운 것들의 운동과정이 나무가 스스로 지향하는 T/R율의 균형 원리와 다르지 않습니다. 누군가 오래 있었던 조직을 떠나 새로운 곳에 섰다면 그 역시 균형을 찾기까지 겪어주어야 하는 험난한 과정이 있을 것입니다.

 

4월 초 중순의 가뭄을 잘 견딘 백오산방의 감나무들은 요즘 내리는 비에 훌쩍 제 잎 망울을 터트리고 있습니다. 스스로 균형을 찾아 마당을 환하게 밝히고 있는 매화와 함께 귀엽고 대견하고 사랑스러운 모습들입니다. 모든 고비를 넘고 마침내 균형에 이른 나무들의 아름다움과 같이 우리의 삶도 그러하기를 빌며 이 불안정한 4월을 보냅니다. 그대 눈부신 5월과 마주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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