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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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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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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6월 26일 00시 46분 등록

“자네나 나나 산대야 고작 10여년인데, 무슨 욕심이 그리 많은가? 사는 데 꼭 필요한 물건은 열 가지 뿐이라네. 들어보겠나? 책 한 시렁, 거문고 한 개, 친구 한 명, 신 한 켤레, 베개 한 개, 창문 하나, 마루 하나, 화로 한 개, 지팡이 한 개, 나귀 한 마리일세. 자네가 내 친구가 되어주게.”

 

조선시대 문신 김안국(金安國)이 재물 욕심이 심한 친구에게 보낸 편지입니다. 삶에 꼭 필요한 것은 열 가지뿐이라면서 욕심을 줄이고 간소하게 살자는 뜻을 전하고 있습니다. <송재잡설(松齋雜說)>에 담긴 글인데 나는 정민 교수의 <일침>에서 읽었습니다. 이사를 몇 번 해보면 생활의 밑천은 소박한 게 좋음을 알게 됩니다. 형편에 맞춰 갈 곳이 많아지고 이사 비용이 적어지고 걱정꺼리가 줄어듭니다.

 

결혼을 앞두고 요즘 신혼집을 꾸미고 있습니다. 간소하게 살자고 마음먹었지만 이게 어려운 일임을 절감합니다. 그때마다 김안국 선생의 편지를 떠올리며 다짐을 바로잡습니다. 간소한 생활용품과 함께 부부생활의 원칙을 하나 세워두었습니다. ‘작은 기쁨과 감탄이 일상에 흐르는 삶’이 그것입니다. 송나라 때 사람 예사(倪思)는 ‘나의 열 가지 즐거움(齊齋十樂)’에 관해 이렇게 썼습니다.

 

“의리서(義理書)를 읽고, 법첩의 글자를 익힌다. 마음을 맑게 하여 고요히 앉고, 좋은 벗과 청담을 나눈다. 작은 술잔에 얼근히 취하고, 꽃에 물주며 대나무를 심는다. 거문고를 듣고 학을 완상하며, 향을 사르고 차를 끓인다. 배를 띄어 놓고 산을 바라보고, 바둑과 장기에 마음을 붙이기도 한다. 이 열 가지 외에 비록 다른 즐거움이 있다 해도 나는 바꾸지 않겠다.”

 

김안국은 삶의 첫 번째 필수품으로 책을 꼽고, 예사는 열 가지 즐거움의 맨 앞에 독서를 넣었습니다. 책과 독서는 꼭 필요한 삶의 밑천이자 즐거움인가 봅니다. 김창흡(金昌翕)이 쓴 ‘예원의 열 가지 즐거움(藝園十趣)’에서도 독서가 첫 번째입니다. ‘벼랑 위 절에서 한 해가 저무는 때 눈보라는 온 산에 섞어 치고, 밤은 찬데 스님은 잠이 들어 혼자 앉아 책을 읽을 때.’ 정민 교수는 <책 읽는 소리>에서 예사와 김창흡의 열 가지 즐거움을 전하며 말합니다.

 

“팍팍한 세상을 건너가다가 뜻하지 않게 만나는 짧은 순간들로 인하여 이 인생이 새로운 원기로 충만해진다. 어디 나도 한번 나의 열 가지 즐거움을 손꼽아볼거나?”

 

나도 나름의 열 가지 즐거움을 꼽아봅니다. 몇 가지 장면이 반짝입니다. 책과 자연, 독서와 글쓰기, 벗과 사랑이 떠오릅니다. 기쁘고 설렙니다. 멀리 있는 것들이 아니어서 또 좋습니다. 사랑하는 그녀와 함께 우리의 10가지 즐거움도 써봐야겠습니다. 얼마나 의미 있는 시간이 될 런지요. 사랑과 함께 일상의 즐거움을 가꾸는 것만 한 기쁨이 어디 있을 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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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민 저, 책 읽는 소리, 마음산책,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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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7.08 17:13:59 *.209.210.82

단순하고 조화롭게 우리의 가문에 영광이지요.
실제로 아내는 단순한것을좋아하고 나는 언제나 조화롭게를 외치고 살아가고있지요?
현실에서 쉽지않치만 해보면 참 좋습니다.
승완님의 작은 승리를 기대합니다.
오늘에서야 페친인줄 알았고 페북을 그쳐서 이곳에 왔지요? 괜찮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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