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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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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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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0월 23일 00시 00분 등록

“너희가 지금은 죽고 못 살 만큼 서로 좋아하지만 속상하면 못할 소리가 없다. 아무리 속상해도 막말은 하지 마라. 막말을 하게 되면 상처를 입히고 관계에 금이 간다. 자기가 말한 것에 대해 언젠가는 책임을 져야 하니 어떤 일이 있어도 막말은 하지 마라.”

 

그리운 스승 법정 스님이 결혼하는 사람들에게 꼭 해주셨던 이야기라고 합니다. <대화>라는 책에서 이 말씀을 보고 뜨끔했습니다. 슬쩍만 돌아봐도 사람들에게 막말한 기억이 많습니다. 따뜻한 말을 했던 기억보다 막말한 기억이 선명합니다. 특히 가까웠던 이들과 부모님에게 했던 막말은 흉터 같은 슬픔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 부끄러운 마음도 자기가 한 말에 대해 져야 하는 책임인 것 같습니다. 늦었지만 마음속으로 사과합니다. ‘미안합니다.’

 

같은 책에서 법정 스님은 말합니다. “사람 ‘인人’ 변에 말씀 ‘언言’자로 이뤄진 ‘믿을 신(信)’자는 사람의 말이라는 뜻이지요. 사람의 말이란 곧 믿음입니다.” 말이란 믿음에서 나오고, 말 한대로 믿게 되며, 믿을 수 있는 말을 해야 한다는 뜻으로 이해합니다. 무엇에 대한 믿음일까요? 여러 답이 있겠습니다만 하나만 고른다면 ‘진실’입니다.

 

진실이 무엇인지 잘 모르지만 막말하는 태도에서 진실이 나오지 않음은 확실합니다. 또한 진실 되게 말하기 위해서는 먼저 스스로에게 진실해야 하고, 말하는 마음가짐부터 다듬어야 한다는 점은 알고 있습니다. 그럴 수 있다면 상처 주거나 속이거나 나를 위해 누군가를 이용하는 언행은 거의 없앨 수 있습니다. 혹여나 말로 오해가 생기더라도 큰 갈등이나 설화(舌禍)로 번지는 일 없이 풀 수 있습니다.

 

2003년 4월 법정 스님과 소설가 최인호 선생이 월간지 ‘샘터’의 400호 기념으로 대담을 가진 적이 있습니다. 당시 최인호 선생은 자신의 가정 이야기를 바탕으로 샘터에 ‘가족’이라는 소설을 연재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당신의 자녀들이 사실과 다른 소설을 보고 거부감을 가진 일을 언급하면서 소설 집필의 어려움을 말했습니다. 법정 스님은 진실의 중요성에 대해 “진실에는 메아리가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실은 아니더라도 진실하면 됩니다. 사실과 진실은 조금 다르지요. 그런데 진실이 사실보다 더 절절한 것입니다. 진실에는 보편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까지 보낸 마음편지를 떠올리며 스스로에게 물어봅니다. ‘나는 진실한 마음으로 썼는가, 진실한 내용을 썼는가?’ 자신 있게 ‘그렇다’고 답할 수 없습니다. 아니, 그렇지 않았던 적이 많은 것 같습니다. ‘진실’, 글의 내용과 함께 글 쓰는 사람의 자세에 대한 화두로 다가옵니다. 마음편지에서부터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물어야겠습니다. ‘진실한 마음으로 진실한 내용을 쓰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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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천득, 김재순, 법정, 최인호 저, 대화, 샘터, 200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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