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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7월 1일 09시 41분 등록

  어느 날 한 사람이 메디치가를 찾아와 대출을 요구했다. 발다사레 코사라는 사람이었다. 그는 뒤가 구려 보이는 이력을 가지고 있었다. 해적 출신일 뿐 아니라 당시 최고의 대학이던 볼로냐 대학의 법학 박사 학위를 돈으로 매입한 철면피라는 소문이 돌았다. 어쨌든 메디치가는 그에게 돈을 대출해 주었다. 코사는 그 돈으로 교황청으로부터 추기경의 직을 매입했다. 당시 성직 매매는 공공연한 것이었다 (단테는 신곡 속에 지옥에서 헤매는 교황을 등장시켜 성직매매를 비난하고 경고했다) 어쨌든 이 악당은 추기경이 된 후에도 8년 동안이나 메디치가와 거래를 했다. 그러던 중 1410년 악당 코사는 요한네스 23세 라는 법명의 교황으로 덜컥 선출되어 버렸다.

  당시 카톨릭 교회는 암울한 역사의 어두운 터널을 지나면서 교황의 명예는 실추될 대로 실추되어 있었다. 이탈리아와 프랑스가 반목하여 로마와 아비뇽에 각각 교황이 생겨 2명의 교황이 지배하던 시기였고, 이 분열을 막고 법통을 지키기 위해 피사에서 종교회의를 열었지만 오히려 제 3의 교황을 선출하는 코미디가 연출되었다. 피사에서 선출된 교황이기 때문에 피사 교황이라 불리게 된 제 3의 교황은 즉위 일 년 만에 서거해 버렸다. 추기경이었던 악당 코사는 그 뒤를 이어 요한네스 23세라는 이름으로 3명의 교황 중 한 명이 되어버린 것이다. 어이없는 상황 속에서 기회를 노리던 당시 신성로마황제였던 지기스문트(Sigismund)는 신변보장을 약속하고 독일의 콘스탄츠 종교회의에 3명의 교황을 초대했다. 그러나 그는 약속을 어기고 3명의 교황을 모두 폐위시키고, 자신의 힘으로 단 한 명의 교황을 선출해 버렸다.  요한네스 23세는 하이델베르크성에 유폐되었고 3만 5천 플로린이라는 거액의 벌금이 부과되었다.  황제가 교황을 인질로 잡아 돈을 요구한 것이다. 요한네스 23세, 즉 악당 코사는 빈털터리에 불쌍한 건달이 되었다. 그가 믿을 곳은 오직 한 군데 메디치은행 뿐이었다.

   메디치가의 창시자라 할 수 있는  조반니 디 비치 데 메디치는 이 대목에서 중요한 결정을 하게 됩니다.  빈털터리 교황 요한네스 23세의 몸값을 대출해 주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풀려난 교황은 다음해 피렌체에서 죽어 버렸고, 메디치가는 그를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의 세례당에 안장해 주었습니다. 메디치가는 거액의 부실 채권을 떠안게 되었지만 이 과정에서 메디치가의 의리와 신용을 세상에 널리 알리게 되었지요. 그 후 시간이 지나 로마 교황청은 비밀과 의리를 지키는 신용의  메디치가를 주거래은행으로 삼게 되었고 이 때부터 메디치의 번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한편 악당 코사, 즉 요한네스 23세는 죽으면서 감사의 표시로 메디치가에 성물 하나를 기증하게 되는데, 그것은 세례자 요한의 손가락이었습니다. 성 요한은 피렌체의 수호성인입니다. 그래서 피렌체 대성당인 산타 마리아 델 피오네의 세례당 이름도 성요한 세례당으로 불립니다.   요한 성인의 손가락은 그 후 대대로 메디치가의 자랑거리가 되었습니다.

   메디치가에서는 두 명의 교황이 배출되었습니다.  가문의 영광이었지요. 그 중 한 명이 유명한 레오 10세입니다. 그는 당시 최고의 화가였던 레오나르도 다 빈치에게 '세례자 요한'을 그려 달라 의뢰하게 되는데, 이 그림이 매우 묘합니다. 기묘한 웃음을 띄며 오른 손을 올려 검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있는 세례자 요한의 표정과 모습이 당혹스럽습니다. 그 손가락이 가리키는 것은 무엇일까요 ? 메디치가의 영광을 보라는 것일까요 ? 저 얼굴이 악당 코사의 얼굴인지 영악한 메디치가 주인공들의 얼굴인지 세례 요한의 얼굴인지 온통 뒤섞여 있어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메디치가는 이 거래를 통해 '한 번 고객은 영원한 고객'이라는 특별한 이야기를 창조해 냈다는 것입니다. 메디치가는 피렌체의 작은 환전상으로 비즈니스를 시작하여 작은 은행이 되었습니다. 은행업에서 성공하려면 당시 최대의 부가 모여 있던 교황청의 주거래 은행이 되어야 했지요. 그러나 후발주자에 불과한 메디치 은행에게 그 기회가 올 것 같지 않았습니다.  요한네스 23세의 몸값을 대출해 준 것은 이 기회를 잡기 위한 드라마틱한 결정이었지요. 그들은 이 거래를 통해 고객에 대한 의리와 신용의 전설을 만들어 내는 데 성공한 장사꾼이 되었습니다.

   자기 경영은 위기를 승리의 기회로 인식함으로써 극적인 터닝포인트를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새로운 이야기 하나가 쓰여지는 것이지요.  세상 사람이 다 선택한 평범한 결정은 이야기가 되지못합니다.  극적 요소가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지요.   어떤 선택을 해야할 때, 그 선택이 지루한 삶의 이야기에 극적 전환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감동이 되게 하는 것이 바로 자기 경영의 즐거움입니다.   무엇이 현실적 결정이냐를 물을 것이 아니라 무엇이 위대한 결정이냐고 묻는 것입니다.   위대한 결정이 위대한 삶을 만들어 냅니다.   위대한 결정을 해 본적이 있는지요 ? 그것이 어리석은 결정이 아니라 위대한 결정이었던 이유는 무엇인지요 ?

(피렌체를 둘러 볼 때의 포인트 하나.   성 요한의 손가락은 피렌체에 있지만 이 그림은  루브르에 있습니다.  다 빈치는  당시의 대가 중에서 유일하게  메디치가로 부터 냉대를 받았던 천재였기에  프랑스에서 많이 활동하고  그곳에서 죽었습니다 )  

공지사항:   여름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 7월 22일 부터 24일 까지 진행 됩니다.   관심이 있는 분들은
등록하시기 바랍니다.  http://www.bhgoo.com/zbxe/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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쭈니
2011.07.01 10:39:44 *.190.114.35
가고 싶다.........."나.찾.어"여행...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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