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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마음을

2006년 5월 29일 00시 18분 등록
며칠 전 일이 있어 광주에 있는 한 종합병원을 방문했습니다. 그 병원은 기독교 정신을 지향하고 있었는데, 그래서인지 병원 내에 큰 예배당이 있었습니다. 저는 일 때문에 하루 종일 예배당에서 시간을 보내게 됐습니다. 하루 동안 예배당에는 여러 사람이 오고 갔습니다. 그날 그곳에서 본 장면 몇 개를 그려보고 싶습니다.


* 한 여성이 조용히 들어왔다. 그녀는 예배당의 중앙에 자리를 잡았다. 그녀는 두 손을 모아 기도를 시작했다. 잘 들리지는 않았지만 절실해보였다. 기도는 예상보다 길게 계속 됐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15살 정도로 보이는 한 여자 아이가 그녀의 곁에 앉았다. 그녀의 딸이었다. 아이는 환자복을 입고 있었고 걸음에 맞춰 링겔 병이 따라 다녔다. 그녀의 절실함과 기도의 이유는 딸이었다. 아이가 옆에 왔음에도 그녀의 기도는 한 동안 계속 됐다. 어느 순간 그녀는 한 손을 딸의 이마에 얹고 다른 한 손으로 딸을 안았다. 아이는 눈을 감았고 어머니의 기도는 계속 이어졌다.


* 두 여성이 예배당의 앞쪽에 앉았다. 한 명은 할머니였고 다른 한 명은 30대 중반 정도로 보였다. 나이로 봐서는 어머니와 딸 같았다. 할머니는 평상복을, 다른 여성은 환자복을 입고 있었다. 그들은 뭔가 두꺼운 책을 펼쳤다. 성경인 듯 했다. 아니었다. 찬송가 책이었다. 둘은 찬송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노래가 평화로웠다. 그들의 조금 뒤에서 한 여인은 울고 있었다. 그녀는 기도하며 울고 있었다. 울며 말을 잇지 못하면서도 기도는 이어졌다. “하나님 아버지, 그들을 지켜주시옵소서. 하나님, 제발 그들을...” 그녀의 눈물에 맞춰 찬송가는 떨리고 있었고 그녀의 울음 역시 찬송가와 함께 했다. 아마, 내가 잘못 들은 걸 꺼다.


* 정오를 많이 지났을 무렵, 아버지와 아들이 들어왔다. 연로하신 할머니와 젊은 여성도 함께였다. 아버지와 할머니는 휠체어를 타고 계셨다. 아버지와 할머니께서 많이 편찮으신 것 같았다. 나와 나이가 비슷해 보이는 아들은 아버지의 휠체어를 조심스레 밀었다. 그 뒤에서 아가씨 역시 할머니의 휠체어를 그 만큼 천천히 밀었다. 아들은 아버지 쪽으로 고개를 숙였다가 다시 드는 행동을 반복했다. 아마도 아버지에게 뭔가 말을 하는 것 같았다.

그들은 나와 별로 멀지 않은 곳에 앉았다. 대화를 들어보니, 아들과 아가씨는 연인 사이인 듯 했다. 어떻게 된 사정인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아버지와 그녀의 할머니가 같은 병원에 입원하신 것 같았다. 확실하지는 않다. 아들은 아버지에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일상적인 이야기였다. 어느 순간 아버지가 잠이 드시는 듯 했다. 아들은 그래도 이야기를 계속 했다. “아버지, 나 이제 농사 안 지으려고. 아버지가 건강해지면 지을 거야. 그러니까 얼른 건강 되찾으세요. 일어나셔야 해요. 알았죠?” 이 말에서 아들의 마음을 느꼈다. 병든 아버지에게 모든 아들이 갖는 그런 마음이었다. 아버지는 말이 없었다. 잠이 드셨으니까.

젊은이는 그녀와 할머니에게도 말을 건넸다. 할머니는 정신이 있으셨으나 대답을 잘 하지 못하셨다. “할머니, 아름다우세요. 그거 아세요? 지금도 아주 예쁘세요.” 쉽지 않은 상황인 것 같은데 그와 그녀는 밝았다. 그는 잠든 아버지에게 간혹 농담을 했다. “아버지, ○○ 왔어요. 별로 안 예쁘죠? 그래도 농사는 잘 지어요. (웃으며) 빨래 잘하고 밥 잘하면 되죠. 살림 잘하는 게 최고잖아요. 아버지 얼른 일어나셔서 용돈 주셔야죠.” 여전히 아버지는 말씀이 없으셨다. 괜스레 집에 계시는 아버지 생각이 나서 나는 힘들었다.


내게 이 장면들은 생생해요. 절실한 이들의 모습이었기에 그런 것 같아요. 그들이 절실히 원하는 것, 기도하는 것은 ‘그’ 혹은 ‘그녀’가 건강해지는 것이었어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들과 딸, 엄마와 아버지, 그리고 친구를 볼 수 있고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절실한 일일 수도 있어요. 오늘 하루는 참 소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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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05 11:53:35 *.55.77.221
한 이들의 모습이었기에 그런 것 같아요. 그들이 절실히 원하는 것, 기도하는 것은 ‘그’ 혹은 ‘그녀’가 건강해지는 것이었어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들과 딸, 엄마와 아버지, 그리고 친구를 볼 수 있고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 누군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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