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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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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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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3월 30일 00시 23분 등록

작년 여름 닷새 동안 홀로 여행을 떠난 적이 있습니다. 나름의 생각과 고민을 안고 떠났던 여행이었습니다. 낯선 길을 홀로 걸으며 한 번도 본 적 없는 나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그 동안 숨겨져 있던 내면의 얼굴 몇 개를 만난 것이지요. 새로운 공간에서 홀로 있다 보니 자기에 대한 감각이 예민해져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여행은 자기를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여행자에게 길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여정을 이어나가기 위해서 존재하는 길이 있고 그곳에서 새로운 장소를 발견하고 사람들을 만나면서 여행의 참 맛을 음미하기도 한다. 때때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커다란 거울이 되기도 한다.”
- 이진이, <이순신을 찾아 떠난 여행>

여행 중에 문득 생각 하나가 일었습니다. ‘사람을 찾아 떠나는 여행을 해보자. 떠나기 전 그 사람에 대해 연구하고, 떠나서는 온 몸으로 그 사람을 만나자. 돌아온 후에는 그 사람과 나와 에 대해 기록하자. 사람을 찾아 떠나는 여행, 이것이 내가 추구하는 여행이다. 떠나기 전의 나와 떠난 후의 나, 그리고 돌아온 나는 같지 않으리.’

가슴이 뛰었습니다. 누구를 찾아 떠날지 고민할 필요도 없이 한 사람이 떠올랐습니다. 바로 이순신 장군입니다. 꽤 오래 전부터 이 분을 존경하여 많은 책을 읽어왔습니다. 책으로만 읽지 말고 그의 삶이 남아 있는 장소와 길에서 만나보고 싶었습니다. 어쩌면 그 과정과 그 길에서 얻은 깨달음을 책으로 써도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그 동안 읽었던 책들을 살펴보고, 새로운 책도 찾아봤습니다. 이 과정에서 이미 나와 같은 생각을 한 사람이 여럿이라는 점과 이 생각을 실천하여 책으로 펴낸이가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책의 제목은 <이순신을 찾아 떠난 여행>입니다. 이 책을 읽으며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난 것처럼 반가웠습니다. 저자이자 방송작가인 이진이 씨는 말합니다.

“이순신을 만나러 떠났지만 결국 집으로 돌아올 때는 항상 나를 만나고 돌아오는 여행이 된다. 여행지에서 끊임없이 이순신과 대화를 나눴던 것처럼 나는 나 자신과도 대화를 계속 이어갔다. 나의 상처와 대면하고 나의 단점과 마주했다. 하기 싫었지만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돼 버렸다. 그러는 사이 놀랍도록 강해지고 전보다 훨씬 더 너그러워진 나를 발견하기도 했다.”

저자는 ‘이순신을 찾아 여행’하면서 가장 좋았던 점으로 ‘우리 땅의 발견’과 ‘나의 발견’을 꼽습니다. 남도의 자연은 아름답고 음식도 맛있습니다. 남쪽 바다는 이순신 장군의 손길과 발길 그리고 숨결이 배어 있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아름다운 곳으로 존경하는 사람을 찾아 떠난 여행이니 ‘우리 땅’과 ‘나’를 재발견할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가장 어려운 순간에 이순신을 만났다. 그는 내게 인생의 순간순간을 뛰어넘는 힘을 준다. 어려울 때마다 그를 생각하면 극복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주 잘할 수는 없을지 몰라도 적어도 좌절은 하지 않을 것 같다.

남쪽 바다를 여행하는 동안에도 나는 외롭지 않았다. 이순신이 늘 함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인생이라는 쉽지 않은 여행길에도 그가 함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려운 일이 생기면 남쪽 바다로 달려가면 된다. 그는 내 삶을 함께해줄 스승이며 동반자이니까.”

마음으로 존경하는 영웅과 역할모델이 있다는 건 좋은 일입니다. 삶의 어느 시기에나 좋지만, 특히 어려운 시절을 견디고 극복할 수 있는 에너지를 줍니다. 힘든 시기를 거치지 않은 영웅은 없기에 그에게서 모범과 올바른 자세를 배울 수 있습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 아름다운 곳으로 떠나는 여행,
얼마나 황홀하고 멋진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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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소개한 책 : 이진이 저, 이순신을 찾아 떠난 여행, 책과 함께, 2008년

* <이순신을 찾아 떠난 여행>의 부제는 ‘여행하는 방송작가 이진이의 인물유적 답사기’입니다. 부제처럼 이 책은 ‘이순신을 찾아 떠나는 여행’을 하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입니다. 책을 보면 저자가 이순신과 관련된 여러 곳을 꼼꼼하게 찾아 다녔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유적지에 대한 정보가 지루하게 나열되어 있지 않고 저자의 생각과 함께 책의 곳곳에 자연스레 녹아 있습니다. 이런 방식은 덜 친절해보일 수 있지만 여행 정보를 더 멋지게 보여주는 장점이 더 큰 것 같습니다. 또한 이순신 장군에 대한 저자의 존경과 사랑은 이순신이 아닌 누군가를 찾아 여행을 떠나고자 하는 이에게 좋은 모범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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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희
2010.03.30 17:02:36 *.153.252.66
가끔 사람이 그리울 때면 제인구달,   타샤를  만나러 긴 여행을 생각했었다.
떠나지 못하는 아쉬움으로 책 한권 들고  중앙선 열차를 타면
바람이 있고 사람들의 온기가 거기 그곳에 있기에
사랑의 물줄기가 강물을 타고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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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완
2010.03.31 23:52:26 *.254.238.137
누나, 그렇죠?
언젠가 누나를 찾아갈게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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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02 12:29:03 *.170.243.226
대학시절엔 혼자..어떻게 여행을 하나?
어떤 고민이 있기에..혼자만의 시간을 그리 몇일동안 갖어야 하나...했는데..
이젠..조금씩 혼자만의 여행이 하고 싶어지네요...
존경하는 사람을 찾을 때..
돌아가신 분의 영혼을 찾아서 떠나는 여행도 괜찮은 듯 하네요..
전 처음에..살아계신 분을 만나뵙는 줄 알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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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완
2010.04.02 17:44:42 *.254.238.137
지영 님, 안녕하세요! ^_^
누구를 찾아 떠나든 사랑과 존경의 마음으로 가면 좋은 것 같아요.
저는 여행에 서툰 사람이지만,
목적이나 계획도 필요하지만 마음이 여행의 질을 좌우하지 않나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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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
2010.04.07 18:13:29 *.169.216.251
아, 좋은 글 감사합니다.
 마음 속으로 존경하는 누군가를 찾아 떠나는 여행은, 곧 내 안에 있는 '존경하올' 누군가를 만나기 위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하네요.
얼마 전, 통영 여행 중에 만난 '시티투어'의 안내자가 떠오르네요. 그분은 오마주하는 이순신 장군을 진지하고 아름답게 소개하는 분이었어요. 이순신장군을 '남자가 갈 수 있는 길을 모두 걸은 진정한 남자이자 영웅!'로 설명하시는데 뭉클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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