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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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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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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4월 1일 08시 11분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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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지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집 짓기에서 가장 중요한 작업은 집의 구조, 즉 골격을 완성하는 것입니다. 집은 딛고 설 터전과 주춧돌이 있어야 하고 지붕을 떠받칠 기둥이 있어야 합니다. 터를 다져 기둥을 세우고 보를 걸어 지붕을 얹고 나면 남은 공정엔 큰 걱정이 없습니다. 비가 와도 바람이 불어도 골격을 이룬 구조체 아래서 나머지를 채워나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벽을 쌓고 창문을 달고 취향에 맞게 내
외부를 꾸미는 일은 여유 있게 할 수 있는 작업들이기 때문입니다.

 

많은 면에서 삶은 집 짓기와 같습니다. 삶 역시 우선 발 디뎌 먹고 살 터전(분야)가 있어야 합니다. 터전을 구했다면 목적하는 삶을 떠받치고 실현할 수 있는 기둥이 있어야 합니다. 한때 도시를 터전으로 삼았던 나는 마흔 살에 새로운 터전을 찾아 나섰습니다. 숲과 흙이 그것입니다. 그곳에서 기둥 세 개를 세워 삶의 목적을 떠받치기로 작정했습니다. 오늘은 첫 번째 기둥에 대해 말씀 드립니다.

 

내 삶의 첫 번째 기둥은 아름다운 농부의 삶을 실현하는 것입니다. 내가 생각하는 아름다운 농부란 건강한 농부입니다. 더 많은 것을 취하자고 땅을 착취하고 생태계에 부담을 주는 농부가 아닌, 자연의 흐름과 나란히 걸어가는 농사를 짓는 농부입니다. 농약과 비료에 의존하는 대신 자연의 질서인 관계와 순환의 원리를 따라 농사를 짓는 농부로 자리잡고 싶습니다. 이것이 내 삶의 가장 중요한 하나의 기둥이 되려면, 그 일이 좋아야 하고 그렇게 농사지어서도 먹고 살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합니다. 그러자면 땅을 알아야 하고 땅 위에 자라는 작물만 아니라 함께 자라는 이웃의 풀(잡초)들도 알아야 합니다. 또한 그것과 관계하며 사는 수많은 곤충과 새와 다른 생명들도 알아야 합니다. 2년 째 농업 마이스터대학을 다니고 있고, 땅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고자 애쓰고 있습니다. 몇 년 째 생명이 지속되는 원리인 생명의 그물망을 더 깊이 연구하고 있습니다. 어떤 분야에서는 조금씩 눈이 떠지고 귀가 열리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생태계의 원리가 그러하듯 농부로서 삶의 기둥 하나를 세우려는 나의 이러한 노력 역시 관계를 통해 완성될 수 있습니다. 핵심적으로는 착한 소비자의 지지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상대적으로 모양은 조금 못났어도 자연의 수많은 은혜로 빚어지는 농산물의 건강한 맛을 인정할 줄 아는 소비자, 여느 공산품처럼 모든 농작물도 최종 가격만을 통해 그 가치가 결정된다고 믿는 소비자가 아닌, 땅과 햇빛과 바람과 물과 다른 무수한 생명들과의 관계가 빚어내는 보이지 않는 가치를 인정하고 그 모든 것의 수고로움에 감사할 줄 아는 소비자! 그런 소비자를 만나야 합니다.

 

한두 해 실험을 마치면서 자신 있는 농사 분야를 정했습니다. 올해는 토종 벌꿀에 주력할 계획입니다. 30여 통의 토종 꿀벌을 숲 주변에 두기로 했습니다. 이 정도 규모에서 꿀벌을 착취하지 않고 수확할 수 있는 꿀의 양은 대략 60(140Kg) 정도입니다. 그 중 50되를 착한 소비자들에게 팔 계획입니다. 벌 한 마리가 정6육각형의 그 작은 집에 꿀을 채우기 위해 최소 8천 송이의 꽃을 날아다녀야 한다는 노고를 이해하는 소비자, 그 노고에 감사하며 8천 송이의 꽃 향기를 맛볼 줄 아는 마음을 가진 소비자에게만 팔 생각입니다. 모든 판매는 회원제로 할 생각입니다. 각각 30만원과 50만원의 회비를 내는 일반 회원과 특별 회원으로 구분할 생각입니다. 백오산방의 착한 소비자 회원에게는 추수철에 이 숲의 억만 송이 꽃으로 빚어낸 토종벌꿀 한 되를 기본으로 제공할 계획입니다. 특별 회원은 여름이 오기 전 완성될 백오산방의 손님방을 한 이틀 내드리려 합니다. 또 함께 숲을 거닐며 숲 이야기를 들려드릴 계획입니다. 내년에는 꿀벌과 산마늘, 그 다음 해에는 지금껏 조성하고 있는 곶감과 매실을 더할 계획입니다. 매화꽃 즐기며 숲을 걷고, 숲을 걸으며 봄나물과 산마늘을 채취하는 체험 캠프도 열 생각입니다.

 

살아보니 삶의 기둥은 홀로 세울 수 없습니다. 무수한 관계를 통해 세워집니다. 그대 보시기에는 어떤지요? 내가 세워가는 삶의 기둥 하나, 농부의 꿈이 괜찮아 보이는지요? 착한 소비자를 자청하고 싶어지는지요? 혹 고쳐 세워야 할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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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10.04.01 09:00:24 *.36.210.230
쫗아요! emoticon  어매아배께 드릴 꿀 한 통 정성으로 잘 거둬주소.

그대의 첫 책 <숲에게 길을 묻다>
출간 기념 때에 30권을 구매하렸는데 차질이 생겨 못 지켜 마음에 두었으나 이것으로 대신 하면 좋을 것 같네.

착한 소비자인지 모르겠지만 부모님께서 착한이(善伊) 란 이름 달아주셨으니 가능하겠죠.  일반회원 신청!!!


그런데 일반 회원, 특별 회원이라는 명칭보다 더 나은 이름 뭐 없을까요?
등급 말고 진화 혹은 상징성을 띠며. 참여 회원과 체험 회원? 나무 회원과 숲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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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01 09:55:30 *.241.151.50
"벌 한 마리가 정6육각형의 그 작은 집에 꿀을 채우기 위해 최소 8천 송이의 꽃을 날아다녀야 한다는 노고"
소름이 돋았습니다.
예전에 아이들과 함께 본 [꿀벌대소동]이라는 애니메이션도 생각나구요.
"꿀벌처럼 생각해! 꿀벌처럼! 꿀벌처럼!"

일반회원 - 꿀벌회원
특별회원 - 여왕벌회원 어떨까요? 
체험하러 오시는 분들은 - 일벌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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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건재
2010.04.02 00:31:52 *.236.255.20
형, 착한 소비자가 되기 위해서는 소비자도 교육을 받아야 할 것 같은데요. ^^
보이지 않는 부분의 노고까지 헤아리기가 쉽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알아야 보이지요. ^-^

회원 신청은......나중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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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산
2010.04.02 08:16:56 *.246.146.138
친구, 늘 또래를 부끄럽게 만드는 재주를 가진 흰 까마귀 ^^
근데 회원 가입은 언제 어디서 받으실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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