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오늘의

마음을

마음을

  • 신종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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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4월 12일 11시 52분 등록

변화경영연구소의 새해는 늘 이맘때입니다. 연구원의 한 기수가 수료하고, 새로운 사람들이 그 자리를 물려받기 때문입니다. 만만치 않은 한 해 공부를 무사히 끝마친 이들을 축하하러, 새롭게 시작하는 이들을 응원하러, 그리고 서로가 그리워서 많은 선배 연구원들이 전국 각지에서 모여듭니다.

연구원 첫 수업에는 두 가지 전통이 있습니다. 그 중 하나는 장례식 연설*입니다. 죽음을 맞이한 자신에게 10분의 여유가 생겼다고 가정하고 이야기를 하는 것이지요. 또 하나는 수련을 위해 출항하는 새 연구원들과 멀리 떨어져 생활하느라 조금은 지친 헌 연구원들의 가슴에 불을 지피는 구본형 선생님의 짧은 강연**입니다. 전통은 올해도 어김없이 이어졌습니다.

두 번째 전통을 위해 우리는 강원도 양양에 흐르는 법수치 계곡으로 달려갔습니다. 이제 막 꽃이 피기 시작한 물길을 따라 한참이나 올라간 끝에 마음에 드는 자리를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이리저리 둘러 앉았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여전히 나지막한, 그러나 예전보다 더 행복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하셨습니다. 아름다운 풍광과 좋은 사람들에 취한 탓에 모두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제게 남은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우리는 지금 작은 물줄기, 그러니까 하나의 지류에 서 있다. 개인은 이처럼 하나의 작은 물줄기다. 우리는 자신의 재능과 강점을 찾아내서 잘 살기 위해 여기 모였다. 그러나 문득 깨달았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여기서 조금 더 내려가면 어성천이라는 곳이 있다. 물고기가 살만한 곳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작은 물줄기들이 모이는 곳에 물고기가 살만한 자리가 만들어지는 것처럼 개인이 모여 우리가 되는 곳에 사람이 살만한 세상이 만들어진다. 그것이 우리가 모인 진짜 이유다.

난 내가 참 좋다. 제법 나이를 먹었지만 여전히 꿈, 그것도 어리석은 꿈 하나를 가슴에 품고 살기 때문이다. 우리는 ‘왜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는 먹고 살 수 없을까?’하는 고민을 가슴에 품고 모였다. 열심히 살아야 한다. 그래서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잘 살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증거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언젠가는 그 질문을 넘어 ‘좋아하는 일을 하지 않고서는 살 수 없는 세상’을 만들어 가야 한다.

- 구본형, 법수치 계곡의 어느 바위 위에서

여행이 끝나고, 몸은 다시 돌아왔지만 마음은 여전히 그 계곡 언저리를 서성입니다. 지난 1박 2일이 마치 꿈만 같습니다. 어리석은 꿈 하나 덕분에 가슴이 가득 차오릅니다. 저의 한 해도 오늘부터 새롭게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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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이희석 3기 연구원)

* 장례식 연설에 대한 지난 글
죽음이 들려준 이야기 – 신종윤
사람이 아름다워 – 정예서

** 연구원 첫 수업에 대한 지난 글
바다. 항구. 등대-사부의 10분 스피치 – 이한숙

IP *.72.2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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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2010.04.12 15:15:51 *.160.46.62
오, 레코딩하셨어요? 선생님 말씀을 토씨 하나 안틀리고, 인용하셨네요. 재생하는 능력이 대단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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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13 09:53:05 *.96.12.130
병곤이형~ 빙고! ㅎㅎ 그래서 더 열심히 들었지요. 올 한 해도 동문회 잘~ 부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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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곤
2010.04.12 16:26:25 *.93.198.155
내가 보기에는 월요일 마음을 나누는 편지를 사부님 강연으로 쓸려고 애초부터 마음먹은 것 같은디...
안 그러냐? 종윤아.
네가 이렇게 친절하게 기록해줄 거라 믿고 나는 필기 안했다.ㅎㅎ
쌩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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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12 16:00:29 *.96.12.130
기억을 더듬어 쓰느라 중요한 이야기를 빠트렸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비슷하다니 다행이네요.

인건씨, 만나서 반가웠어요. 무시무시할 줄 알았는데, 귀여워서(?) 좋았어요. 또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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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해
2010.04.12 19:27:25 *.248.235.12
종윤씨
글속에 사진속에 함께 할 수 있어서 즐겁습니다.
어제 법수치 상류까지 함께 산책해서 더더욱 즐거웠구요.
마음편지 써야한다고 저녁도 못먹고 종종걸음으로 집으로 가곤하던 종윤씨 덕에
이렇게 명료한 추억을 또하나 간직하게 되는군요.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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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13 10:35:08 *.96.12.130
저도 짧은 시간이었지만 법수치 계곡에서의 산책(+ 알파)이 즐거웠어요. 함께 가자고 불러주셔서 감사했어요. 이렇게 많은 사람의 가슴에 큰 파도를 일으키는 사부님의 강의를 내년에도 들을 수 있도록 열심히 또 한 해 살아야겠어요. 내년엔 사람의 자격을 갖추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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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12 22:28:06 *.106.7.10
<연구원 수업>코너에 사부님 강의 녹취록을 올려놓았습니다.
그날의 감동을 되새기고 싶으신 분은 참고하세요.
물론 가장 중요한 말씀은 신종윤 선배님이 멋지게 정리해 주셨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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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13 10:37:10 *.96.12.130
올려주신 녹취록을 천천히 읽다보니 정말 그 날의 풍경이 고스란히 떠오르네요. 제가 빼먹고 찜찜해했던 것들이 무엇인지도 다 살아났구요. 고맙습니다. 건투를 빕니다. 유끼!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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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엽
2010.04.13 17:58:18 *.216.38.10
와우~ !
역시 <마음을 나누는 편지> 필진은 다르군요!
게다가 지난 장례식 연설문과 연구원 첫수업에 대한 글까지 덤으로... !
 
늘 받아보기만 하고 감사함을 표현하지 않았는데, 정말 매번 좋은 글, 잘 읽고 있습니다. 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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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14 17:09:31 *.96.12.130
에고~ 부끄러워라.

이번 모임에서 즐겁게 이야기 나누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연구원 컴백홈 활동에 '핵'으로 활동하시는 모습도 아주 좋구요. 응원하겠습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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