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가 되려면 10년이 걸린다.”, 사진가 마이너 화이트의 말입니다. 소나무 사진가로 유명한 배병우는 1984년 처음 소나무를 찍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처음엔 무조건 찍었을 뿐이다. 다음 단계에 접어들어서는 소나무에 관한 자료를 모으고, 공부를 하게 되었다. 그렇게 10년쯤 지나자 뭔가 되는 것 같았다”고 합니다. 하워드 가드너는 한 분야를 창조하거나 혁신한 거장들을 연구한 <열정과 기질>에서 ‘10년의 법칙’을 강조합니다. 어떤 분야에서 대가의 경지에 오르기 위해서는 적어도 10년간의 집중적인 수련기가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말콤 글래드웰의 <아웃라이어>를 통해 유명해진 ‘1만 시간의 법칙’ 역시 본질은 10년의 법칙과 같습니다. 1만 시간을 채우는 데 대략 10년 정도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10년의 법칙과 1만 시간의 법칙은 전문가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알려줍니다. 하지만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주지 않습니다. 한 분야에 10년 이상 몸담은 사람은 적지 않습니다. 그에 비해 대가 혹은 프로급 장인은 극소수입니다. 시간은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증거입니다. 어떤 수련이 필요할까요?

<우리 시대의 장인정신을 말하다>에서 유홍준 교수는 인간이 동물과 다른 이유로 시행착오를 통한 성장을 꼽습니다. “인간은 무수한 시행착오를 통해 얻은 경험으로 지식을 축적해 나간다”는 겁니다. 그는 “미술사와 문화유산도 마찬가지다. 과거의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경험과 지식의 축적을 이룰 수 있다. 한 사람이 예술적 성취를 이루기까지에는 무수한 시행착오를 통한 훈련을 거쳐야 한다. 시행착오를 거치지 않고서는 절대로 대가가 될 수 없다”고 말합니다. 같은 책에서 건축가 김봉렬도 똑같이 주장합니다.

“전문성은 시간과 함께 쌓인 시행착오를 만들어진다. 시행착오란 과거의 개념이 아니다. 예를 들어 은장도를 1만 개를 만들어서 쌓이는 능력은 시행착오가 아니라 기계적인 기술일 뿐이다. 은장도 열 개를 만들면서 하나를 만들 때마다 ‘아, 내가 지난번에 이것을 잘못했다’와 같은 인식을 끊임없이 하면서 나오는 것이 바로 시행착오다. 이전 작업을 반성하고 새로운 것을 찾아보고 궁리하고, 거기서 도전하고, 다시 개척하는 것. 그러한 것이 지속되면서 장인이 되는 것이다.”

훈련은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합니다. 실전에서 실수하지 않으려면 연습할 때 많이 실수하고 반성하고 고치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실수와 반성과 교정이 결집될 때 지식은 명료해지고 기술은 우아해집니다. 그에 비해 훈련 과정은 명료하지도 우아하지도 않습니다. 훈련의 역설입니다.

1만 시간 동안의 심층 수련을 통해 도달하는 수준은 어떤 모습일까요? 존재와 일의 혼융과 확장입니다. 배병우 사진가에 의하면 “카메라를 내 눈의 연장(extension of eye)으로 사용하게 되고, 모든 기구들을 내 손의 연장(extension of hand)처럼 쓸 수” 있는 수준입니다. 사진뿐만 아니라 다른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음악가는 악기와 음표를 나란 존재의 연장(延長)으로 쓸 수 있어야 하고, 작가는 단어와 문장을, 화가는 캔버스와 붓과 물감을 자신의 연장으로 삼을 수 있어야 훌륭한 전문가입니다.

어떤 일이든 비범함에 이르기 위한 기본은 두 가지입니다. 10년간의 꾸준한 수련 시간, 시행착오와 자기반성과 교정으로 작동하는 수련 방식. 이를 통해 도달할 수 있는 비범함의 경지는 자신의 일을 자기 정신의 연장으로 삼을 수 있는 나의 일이 곧 나인 수준입니다. 존재의 천직화, 천직의 존재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