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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마음을

  •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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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2월 18일 01시 09분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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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러 사람들이 묻습니다. 겨울에 산중에서 오두막 생활을 할 때 가장 중요한 살림이 무엇인지? 눈 속에 갇힐 수 있으니 양식도 있어야 하고, 가끔 씻기도 해야 하니 물이 얼지 않도록 잘 살펴야 합니다. 함께 사는 개들의 양식도 바닥나지 않게 챙겨야 하고 좋아하는 담배도 넉넉하면 좋습니다. 그렇지만 겨울에는 무엇보다 아궁이에 불을 지피는 일만큼 중요한 일이 없는 듯합니다. 불을 때지 않은 방의 찬 바닥을 견디며 잠들기는 어려운 일이니까요.

 

그렇게 답하면 또 묻습니다. 불편하지 않은지? 무섭지는 않은지? 왜 불편함이 없을까요! 대자연이 드리우는 시간적계절적 변화상 앞에 어찌 두려움이 없을까요! 그래서 이렇게 산중에서 자연과 함께 살자면 계절과 상관없이 챙겨야 하는 살림의 정수가 있습니다. ‘마음 살림이 그것입니다.

 

불편함은 이런 마음 앞에 지워집니다. ‘일찍이 서양은 지난 200년간, 우리나라는 지난 50여 년간 이룩한 발전보다 놀라운 발전을 이룬 적이 없다. 분명 지금 나는 나폴레옹이나 세종대왕이 누린 것보다 더 큰 편리를 누리며 살고 있을 것이다.’ 또한 두려움은 알아가고 느끼는 것 앞에 지워집니다. 처음엔 고라니의 울음소리를 멧돼지의 분노한 소리로 착각해서 두려웠고, 부엉이의 노래 소리는 그 소리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모르고, 다만 전설의 고향에 출연하는 귀신을 위한 배경 효과음으로 대비하여 두려웠습니다. 그리고 이따금 산이 윙윙 울어대는 소리는 바람이 길을 바꿀 때 내는 소리인 것을 몰라서 두려웠습니다. 모든 것이 나 아닌 것들과 단절된 마음에서 연유하는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자주 듣는 질문 중에 외롭지 않느냐? 가 있습니다. 왜 이따금 외롭다 느껴지는 시간이 없을까요! 이 또한 사람에 대한 기대에서 비롯함을 알게 되고, 또한 무수한 생명과 사물 속에 내가 스며들지 못하는 데서 찾아오는 것임을 알게 되자, 곁에 두고 잘 어루만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좁고 찌든 마음을 열어 천천히 내 밖의 세계인 자연과 연결하는 마음을 살려내면 웬만한 것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아직 춥다지만 내일이면 우수(雨水)입니다. 대동강 물도 녹을 테고, 뒷산 생강나무도 곧 꽃을 피우겠지요. 그 사이 나도 산 속 오두막에서 두 번째 겨울을 떠나 보낼 것입니다. 그간 자연이 나를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내가 발 딛고 있는 천지 속에 스며들지 못하여 내가 자연을 밀어내는 것이 문제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차차 더 많이 스며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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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봄이 오는 길목에서 자연스러운 삶을 꿈꾸는 이들을 위한 주말 강의를 시작하려 합니다.

건국대학교 미래지식교육원에서 에코 CEO’라는 과정으로 2학기 동안 진행할 예정입니다.

숲과 자연을 주제로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기 위한 과정입니다.

책을 쓰고 싶은 사람은 자연이 주는 풍부한 메타포를 건질 수 있을 테고, 숲과 자연을 콘텐츠로 삼아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는 자기다운 삶과 창업의 아이디어가 될 수도 있겠지요. 자연을 그리워하는 이라면 아래 링크에 올려놓은 과정의 내용을 참고하셔서 인연이 되면 좋겠습니다.
 건국대학교 미래지식교육원 
IP *.229.25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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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건재
2010.02.18 02:33:39 *.236.255.53
요즘은 너무 많은 분들이 찾아와서 귀찮을 수도. ^^ 한국에서도 이미 많이 다녀가셨다고 하네요.
나 아닌 것과의 단절됨으로 오는 두려움이라는 말이 가슴을 확 밀쳐냅니다.
두려움이 밀려 왔을 때 두려움에만 귀를 기울이고, 왜, 어떻게 왔는지를 물어보지를 못했네요.
만약 이 질문을 던졌다면 두려움이 두려움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
(기회되면 같이 가요 형! 사실 한 번은 10년동안 수확한 것이 고작 몇 개의 사과라고 어디서 이야기를 했는데,
전후 맥락을 잘 설명하지 못했는지 많은 분들이 웃으셨어요. 그런데 제가 왜 그리 섭섭한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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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규
2010.02.22 18:54:42 *.229.170.199
그 책에 보면 기적의 사과를 생산하는 그 농부의 이빨빠진 얼굴 사진이 있는데
그것이 그의 삶을 대변하는 것 같아서 참 좋았다.
농약과 비료 없이 농사를 짓느라 소출은 부실했고 생계는 점점 막막해졌다고 하지.
농삿일이 없는 겨울철에 도시에 나가 나이트클럽 종업원으로 일하다가
야쿠자들에게 얻어맞아 잃게 된 이빨의 빈 자리를 그는 이제 살만해졌는데도 치료하지 않고 살고 있다 했어.
자신이 무엇을 지키려고 했는지를 잊지 않기 위해
신념의 상징으로 그 빠진 자국을 달고 살아간다는 그의 이야기에 참으로 가슴 뭉클했어.
나를 많이 생각하게 하는 책을 읽어볼 기회를 주어 고맙다. 건재.
새 학기 치열하게 보내고 항상 건강하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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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처럼나무처럼
2010.02.18 06:08:04 *.64.107.166
우수 경칩...봄이 오는 소식이군요.

자연스러움...

글씨에 들어간 힘 만큼이나 멋지게 스며드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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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규
2010.02.22 18:57:12 *.229.170.199
눈이 녹지 않아 아직 차가 올라오지 못하지만 확실히 봄은 땅을 뚫고 오는 중인가 봅니다.
지천에 숨어 있는 새싹들 투성이입니다.
햇빛처럼님의 봄도 멋지게 일어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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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한
2010.02.18 12:36:14 *.174.66.219
와, 이제는 강단으로 진출까지!

이제 서울에서 자주 뵐 수 있겠네요.

서울에서 느끼지 못하는 계절의 변화를

숲에서 전해오는 이야기로부터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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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규
2010.02.22 18:58:35 *.229.170.199
그러게 처음 시도하는 일이어서 나도 많이 긴장이 되는구먼.
더 깊이 공부할 기회로 삼을 작정이야.
준비하느라 바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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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석
2010.02.18 13:35:19 *.209.239.32
오홋! 한 학기도 아니고 두 학기씩이나! ^^
축하합니다.
자연을 찾아 회귀하는 것이 메가트랜드인 것은 분명하고,
자연 특히 숲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에게
해 줄 말이 많고, 잘 전달할 수 있는 용규님의
입지가 단단해지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보이네요.
부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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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규
2010.02.22 19:01:46 *.229.170.199
안과 밖을 조목조목 짚어
잘 해볼 수 있는 용기를 주셔서 고맙습니다.
한선생님이야말로 시대가 요구하는 명확한 주제에 천착하고 계시니
장차 많은 이들에게 도움을 주실 것이라고 믿습니다.
깊고 멀리 가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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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현
2010.02.19 00:43:50 *.155.7.112
'모든 것이 나 아닌 것들과 단절된 마음에서 연유하는' 것이라는 말,, 
'좁고 찌든 마음을 열어 천천히 내 밖의 세계인 자연과 연결하는 마음을 살려내면 웬만한 것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라는 말...   마음에 들어오네요.. 새기고 갑니다.

사람, 일, 사는것, 이유, 존재, 두려움,..


강의하시게 된거 너무 축하드려요.
이제 산에 봄이 오는가 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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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규
2010.02.22 19:03:32 *.229.170.199
고마워요. 은현씨.
함께 굶어 새로와지기를 소망했던 동기의 따뜻한 격려가 참 좋습니다.
봄이 오면 함 봐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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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2010.02.19 05:39:35 *.102.107.122
종이에 스며든 저 푸른 빛이 멋집니다.
새해 출발도 멋있게 시작하시는 군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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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규
2010.02.22 19:04:59 *.229.170.199
새벽님도 저 빛을 좋아하시는 군요.
고맙습니다.
좋은 봄날 맞으시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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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숙
2010.02.19 20:43:42 *.64.148.199
작년 10월에 나우사MT로 백오산방을 방문한적이 있습니다.
주말마다 서울에 오셔서 강의하신다고 하니 더욱 가깝게 여겨집니다.
에코CEO - 김용규님과 너무 잘 어울리는 말 같습니다.

요즘은 이렇게 자기길을 열심히 가는 사람들을 보는것이 너무 좋네요.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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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규
2010.02.22 19:06:49 *.229.170.199
반갑습니다.
가을과 겨울을 잘 나셨죠?
올 한 해 기쁜 일 많으시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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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20 21:43:50 *.67.223.154

스며드는 삶...

새학기가 시작되면 서울을 자주 오가겠군요.
눈 따갑고 귀 시끄러운 자동차 많은 거리들과 잘지내는 법은? 

학교와의 새 인연...아름다운 꽃 피우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건대 호숫가 친절한 카페를 나중에 소개해 줄게요.
아주 맛있는 커피를 뽑아주던 상냥하고 고운 아가씨 있는 그 카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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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규
2010.02.22 19:10:49 *.229.170.199
한 해 동안 뜻있는 분들을 만나 함께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 열린다면
저 역시 깊이를 더할 수 있는 시간이 되겠구나 기대하고 있습니다.
오늘 잠시 서울에 갔다가 내려왔는데 역시 서울은 시끄러운 스모그 도시입니다.
잘 지내는 법이 어디 뾰족할려구요?
저는 서울에 살 때 껴안고 살되 자주 근교 산에 올랐던 것 같습니다.

수강신청자들이 있어야 그 고운 아가씨 있는 카페를 가볼 텐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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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정 윤태희
2010.02.20 23:14:42 *.219.138.90
요즘들어 자연스러운 삶을 살고 싶다는 몸부림이 제 속에서 일고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어디든 스며들고 싶고 어디에도 저를 가두지 않고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듯 저 자신을 관조하고 싶습니다.~
꽃피는 봄이 오면 산방에도 들리겠습니다.

강연하시게 된 것도 무지 축하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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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규
2010.02.22 19:12:22 *.229.170.199
울산 그 바다와 함께 잘 지내시는 거죠?
울산은 지금 복수초가 꽃을 피우지 않았을까 싶은데...
그곳 분들의 정겨운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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