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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마음을

  • 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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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2월 23일 05시 05분 등록

죠셉 캠벨의 인생 철학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Follow your bliss”입니다. 'bilss'는 ‘더 없는 행복’, ‘희열’을 의미하는 데, <신화의 힘>의 번역자인 이윤기 선생은 이것을 ‘천복’으로 번역했습니다. 캠벨에 의하면 천복은 ‘살아 있음의 경험’입니다. 제 생각에 ‘살아 있음’이란 나란 존재에게서 황홀함을 느끼는 것이고, 이런 황홀감을 주는 경험이 ‘살아 있음의 경험’입니다. 그는 천복이라는 개념을 산스크리트어를 공부하면서 발견했다고 합니다.

“산스크리트어에는, 이 세상의 가장자리, 즉 초월의 바다로 건너뛸 수 있는 곳을 지칭하는 말이 세 가지 있어요. 즉 ‘사트(Sat)' '취트(Chit)' ’아난다(Ananda)'가 그것입니다. ‘사트’라는 말은 ‘존재’, ‘취트’라는 말은 ‘의식’, ‘아난다’라는 말은 ‘천복’, 혹은 ‘황홀’을 뜻합니다.”

어떤 대상과 함께 있을 때, 혹은 어떤 활동을 할 때 나란 존재가 빛나고, 의식이 확장되고, 가슴 뛰는 희열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캠벨은 신화에서 이런 경험을 했습니다. 그는 20대에 본격적으로 신화를 연구하면서 다음과 같은 다짐을 했다고 합니다.

“내 의식이 제대로 된 의식인지, 아니면 엉터리 의식인지 모르겠다. 내가 아는 존재가 제대로 된 존재인지, 아니면 엉터리 존재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내가 어떤 일에 천복을 느끼는지 그것은 안다. 그래. 이 천복을 물고 늘어지자. 이 천복이 내 존재와 의식을 데리고 다닐 것이다.”

천복의 구체적인 얼굴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누군가의 천복이 나의 천복은 아니기 때문에, 반드시 스스로 찾아내야 합니다. 그래서 캠벨은 “천복거리를 찾는 일은, 스스로 갈고 닦아야 하는 기술 같은” 거라고 말합니다. 

어떤 기술이 필요할까요? 어떤 사람이 자신의 천복과 관련된 것을 발견하거나 그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면 본능적으로 눈빛과 낯빛이 달라집니다. 이런 순간을 스스로 포착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게 말처럼 쉽지가 않습니다. 대개 천복은 완전한 모습으로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모르고 지나치거나 별 거 아닌 것으로 넘기기 쉽습니다. 오히려 선생님이나 친구와 같은 주변 사람이 알아채고 일러주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행복을 찾으려면, 행복하다고 느껴지는 순간을 잘 관찰하고 그것을 기억해두어야 합니다. 내가 여기에서 ‘행복’하다고 하는 것은, 들떠서 행복한 상태, 흥분해서 행복한 상태를 말하는 게 아닙니다. 진짜 행복한 상태, 그윽한 행복의 상태를 말합니다. 이렇게 행복을 관찰하는 데는 약간의 자기 분석 기술이 필요합니다.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나오면, 남이 뭐라고 하건 거기에 머물면 되는 겁니다.”

캠벨은 ‘인간이 궁극적으로 찾고자 하는 것’이 살아 있음의 경험, 즉 천복이라고 말합니다. 자신의 천복을 발견하고 그것을 따르게 되면 삶에 대한 마음가짐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니체가 말한 ‘낙타’의 마음에서 ‘사자’의 마음으로의 변환이 이뤄집니다. 낙타에서 사자로의 변환은 엄청난 일입니다. 다시 말해 천복을 좇는 것은 ‘드높은 영혼의 모험’입니다. 모험에는 언제나 위험이 따릅니다. 그래서 캠벨은 모험을 떠나는 사람이 갖춰야 할 것으로 용기를 듭니다. 용기는 두려움 속에서도 전진하는 능력입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테세우스가 미궁 속의 괴물을 죽이고 아리아드네에게서 얻은 실타래로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었듯이, 천복을 좇는 이에게도 이런 ‘실타래’가 필요합니다. 제게 죠셉 캠벨은 그 실타래를 손에 쥐어준 은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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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소개한 책 : 죠셉 캠벨, 빌 모이어스 저, 이윤기 역, 신화의 힘, 2002년

IP *.49.20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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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2010.02.23 06:57:03 *.131.10.59
일요일 저녁 남대문에서 구본형선생님께 추천받은 책이네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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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2010.02.23 07:02:26 *.131.10.59
어제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서 병상의 엄마가 아들에게 말하더군요. 너  운명은 스스로 찾아야 한다고 말입니다. 그것이 누군가의 천복이 아닌 나의 천복이라서 그런거네요. 그윽한 행복이라...낙타의 마음과 사자의 마음이란 어떤 것인가요?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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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완
2010.02.24 12:05:54 *.49.201.129
낙타와 사자의 은유는 니체의 책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 나옵니다.
낙타는 무릎 꿇고 짐을 받는 수동적인 삶을 의미하는데, 평생 낙타로 사는 건 노예입니다.
낙타에서 초원을 달리는 사자, 스스로의 힘으로 먹고 사는 자유와 규율을 가진 삶이 사자의 삶입니다.
낙타에서 사자로의 변신은 심적 변화, 즉 변환에서 시작됩니다.
건축가의 내면에서 창조된 건축물이 현실에 구혀되는 것처럼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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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성
2010.02.23 14:43:01 *.30.254.28
구본형선생님 홈페이지 초창기 시절부터 님의 글을 봐 왔습니다. 점점 더 깊어지고 그윽해 지는 글 맛이 참 좋습니다. 변화의 힘을 실감하게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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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완
2010.02.24 12:06:34 *.49.201.129
우성 님, 잘 지내시죠?
요즘 올리시는 글들 잘 읽고 있습니다.
계속 go go go!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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햅펀
2010.02.23 15:01:38 *.233.197.105
꺄 제일 좋아하는 책이여요~~ 캠벨 할아부지를 처음으로 알게 해주었던 책.
오랜만에 보니까 넘 좋네요~이 할아부지 책들은 좋은 에너지를 다시 만땅으로 채워주는 게 진짜
매력적인거 같어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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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완
2010.02.24 12:06:52 *.49.201.129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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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해
2010.03.01 17:00:11 *.67.223.107
이번에는 시인의 산문을 옮겨...답장을 보냅니다.

"새벽, 미명, 밤과 낮, 바람의 바다에 나아갔다. 어쩌면 그렇게 파도는 끈질기게도 밀려 오는 것인가. 반문해 본다. 내 삶의 발자취에 있어서도 저토록 변함없었던 것이 있었는가. 처절하도록 지독하게 열정을 바치던 것들이 있었는가. 문학이, 청춘의 사랑이, 아니하면 걷고 걸어야 할 어떤 지순한 길의 사유가 있기는 있었단 말인가." 
                                               - 박남준의 <꽃이 진다 꽃이 핀다>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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