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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종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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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3월 1일 14시 39분 등록

2월 한 달은 동계 올림픽 보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어린 선수들이 하얀 빙판과 설원 위에서 뿜어내는 에너지가 어찌나 강렬한지 보는 제 몸도 후끈 달아오르는 듯했습니다. 선수들이 최선을 다한 모든 경기가 훌륭했지만 그 중에서도 사람들의 관심을 가장 많이 받았던 것은 역시 김연아 선수의 피겨 스케이팅이 아니었을까 싶네요.

이제 갓 스물을 넘긴 소녀의 완벽한 연기는 우리나라 사람들뿐만 아니라 전세계인의 가슴을 저격했습니다. 야무진 표정으로 무대에 오른 그녀는 혼신의 힘을 다해 연기를 펼쳤습니다. 그녀가 프리 스케이팅 연기를 마치고 콧등을 살짝 찡그린 채 북받쳐 오르는 울음을 삼킬 때 화장실 큰 창가에 기대어 손바닥보다도 작은 DMB 휴대폰으로 경기를 지켜보던 저도 눈물을 쏟기 시작했습니다. 아마도 많은 분들이 비슷한 심정이었지 않을까 싶습니다.

금메달을 따기까지 그 오랜 시간을 묵묵히 견뎌내는 것은 도대체 얼마나 힘든 일이었을까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은 또 얼마나 부담스러웠을까요? 좋은 성적으로 대회를 우승하면 숨돌릴 틈도 없이 더 높은 목표에 대한 기대로 그녀를 질리게 만들었던 우리들, 작은 실수를 범하고 조금만 흔들려도 나태해졌다며 비난의 채찍을 휘둘렀던 우리들. 그녀는 그 가운데서도 용케 잘 버텨주었습니다. 그런 그녀가 너무도 자랑스럽고 고맙습니다.

그런데 한가지 의문이 떠오릅니다. 자신이 원했던 목표를 모두 이룬 그녀는 이제 성공한 걸까요? 김연아 선수의 연기에서 받은 감동의 여운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가운데 퇴근길 지하철에서 책을 펼쳐 들었습니다. 그리고 반가운 이야기 하나 발견했습니다.

수누피와 찰리 브라운이 등장하는 만화 『피너츠』를 그린 찰스 슐츠는 만화가로서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테니스 코트와 수영장 그리고 야구장, 거기에 더해 골프 코스까지 갖춘 그의 대저택은 그가 이룬 성공이 얼마나 대단한 것이었는지 잘 알려줍니다. 그의 성공을 나타내주는 또 하나의 증거는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입니다. 그가 세상을 떠나고 한참 후에 태어난 제 아이조차 그가 그린 만화의 주인공들을 알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그의 성공을 잘 나타내주는 증거는 그가 자신의 일을 몹시 좋아했다는 사실입니다.

나는 그에게 다른 만화가들처럼, 글씨 작업을 하고 스케치를 잉크로 다시 그리는 등 일을 도와주는 조수를 왜 두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가 대답했다. “아이고, 아니에요. 이 세상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일이 두 가지 있는데, 하나는 그림이고 하나는 골프입니다. 제 대신 그림 그려줄 사람을 구한다면, 그건 제 대신 골프 칠 사람을 구하는 일이나 마찬가지입니다.” – 『스누피의 글쓰기 완전 정복』 중에서

가장 힘들었던 일이 무어냐고 묻는 기자의 물음에 힘들지 않았던 일이 별로 없다고 대답하는 김연아 선수, 2014년 올림픽에 참가할 거냐는 질문에 선뜻 대답하지 못하는 그녀에게서 성공의 영광 뒤에 감춰진 상처와 아픔을 봅니다. 절정에 서있는 그녀를 보며 진정한 성공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이 가냘픈 소녀가 지금보다 훨씬 더 행복해지기를 진심으로 바래봅니다.

과연 성공과 행복은 하나일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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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해
2010.03.01 17:17:59 *.67.223.107
꼭 일요일 같은 휴일이에요.
오늘 박남준 시인은 동국대에 '"만해 백일장"의 글들을 뽑으러 서울 온다고 하더군요.

우리도 여행 중에 TV가 없어서 생중계를 못보고
그 저녁에 내내 "김연아의 아름다움."  ..을 훔쳐보았지요.

종윤씨에게도 "박남준 표 편지글" 옮겨줄게요.

"편지를 써야겠다. 세상의 모든 그리운 것들을 위하여 올 겨울
길고 긴 편지를 써야겠다. 내가 나에게 써야겠다.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고 어찌 세상의 그리운 것들에게 떳떳할 수 있겠는가."

                -박남준의 <꽃이 진다 꽃이 핀다>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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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06 23:30:05 *.67.223.154
종윤씨
우리 수업이 이젠 정말 끝났어요.
그런데 시원하지는 않고 섭섭하기만 하니 이 무슨 조화인가요?

3월 11일 연구원 모임에 나가봐야겠어요. 그날 올 수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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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15 13:42:24 *.96.12.130
열심히 한 해를 보내셨으니 후유증이 오지 않도록 조심하세요. 전 5기 안하고 3기 하길 백번 잘했어요. 5기 했으면 못 따라갔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 많이 했네요. 1년 동안 즐거우셨죠? 앞으로도 계속 재미있게 가시리라 믿어요. 고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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