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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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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3월 2일 00시 40분 등록

“목표 때문이 아니라 전환기를 거치기에 인간은 위대하다.”
- 랠프 왈도 에머슨

살다보면
‘전환점(turning point)’이라 부를만한 특별한 변화의 시기가 찾아옵니다. 사람들은 전환기를 회상하며 “그때 이후 모든 게 달라졌어”라고 말하곤 합니다. 우리가 전환기와 만나게 되는 계기는 다양합니다. 대부분의 계기는 부정적인 사건이나 경험입니다. 가장 흔한 예로 해고와 같은 직업적 변화,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과 같은 인간관계의 상실을 꼽을 수 있습니다. 긍정적인 사건이나 경험을 통해서도 전환기를 마련할 수 있지만 드문 일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좋은 시절에 변화를 꾀하지 않습니다. 그것을 유지하고 싶어 할 뿐입니다. 

전환기의 구체적인 과정도 사람마다 다릅니다. 전환기를 특정한 몇 단계로 설명하는 책들도 있지만 예외가 너무 많아 일반화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런 단계보다 중요한 점은 이 시기에 엄청난 변환(transition, 내적 변화)에 직면하게 된다는 겁니다. 변환의 과정 역시 사람마다 다양하지만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중립지대’라는 혹독한 시절을 거쳐야 진정한 변환이 이뤄진다는 겁니다. 이건 예외가 거의 없습니다.

변환의 중심에 위치하는 중립지대는 ‘카오스’의 시기로 상징됩니다. 그리고 이 시기는 빛과 그림자라는 양면적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중립지대의 그림자는 감정적인 측면입니다. 중립지대에 있는 사람은 거의가 부정적인 감정에 빠집니다. 우울함, 상실감, 공허함, 혼란감 등 어떤 감정이든 부정적입니다. 그래서 중립지대를 대변하는 용어 역시 부정적인입니다. 미로, 안개, 어두운 숲, 심연, 막다른 길, 늪 등.

중립지대는 ‘순수한 에너지의 초기상태’로 복귀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중립지대의 긍정적인 면입니다. 중립지대는 자기 안의 에너지의 원천을 확인하고 에너지를 모으는 기능을 합니다. 이 에너지는 스스로를 거듭나게 하는 힘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중립지대를 충실히 거친 사람은 진정한 변환, 즉 새로운 자기로 재생(再生)할 수 있고, 위기를 기회로 전환 시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립지대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오히려 많은 사람들이 중립지대를 건너뛰고 싶어 합니다. 중립지대는 그 특성상 비생산적으로 보이고, 부정적인 감정과 혼란스러운 내면을 견디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중립지대를 생략하거나 빨리 건너는 건 위험합니다. 왜냐하면 풀지 않은 문제는 반복되고, 매듭짓지 않은 위기는 결국 보복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생각을 잘 표현한 말이 “인생의 중요한 시기에서 몇 번 편한 길을 택하고 나니, 어느새 코너에 몰렸다”는 것입니다. 삶의 코너에 몰리지 않더라도, 중립지대를 거부한 사람은 자신의 잠재력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 가장 빛나는 자기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입니다. 변환 전문가인 윌리엄 브리지스는 말합니다.

“중립지대를 거부하면 현실에 대한 인식과 목적을 깊이 깨달을 기회를 잃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 사과나무가 자라기 위해서는 한 겨울의 추위를 견뎌내야 하듯, 우리는 중립지대를 절실히 필요로 한다.”

변환과 중립지대를 간단하게 설명하기 어렵지만 중요한 것은 모든 전환기는 변환의 과정을 포함하고 있고, 변환의 성패는 중립지대를 얼마나 충실히 거치는지에 달려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변환과 중립지대에 대한 이해가 중요합니다. 전환기에 수반되는 변환과 중립지대를 제대로 다룬 책이 있습니다. 앞서 인용한 윌리엄 브리지스가 쓴 <내 삶에 변화가 찾아올 때>입니다. 이 책은 변환과 중립지대에 관한 신뢰할 수 있는 통찰을 담고 있습니다. 그의 통찰을 믿을 수 있는 이유는, 윌리엄 브리지스 자신이 일흔 살 넘게 살면서 여러 번의 결정적인 변환 과정을 온몸으로 겪으며 깨달은 통찰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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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소개한 책 : 윌리엄 브리지스 저, 김선희 역, 내 삶에 변화가 찾아올 때, 2006년

* <내 삶에 변화가 찾아올 때>를 세 번 읽었습니다. 처음에는 읽다가 중간에 관뒀습니다. 내용이 와 닿지 않았고 재미도 없었습니다. 몇 년 후 다시 읽어 보니 좋았습니다. 며칠 전 세 번째로 읽으며 ‘참 좋은 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읽을수록 이 책에 대한 평가가 좋아지고 있습니다. 책은 변한 게 없는데 제 마음과 삶의 맥락이 달라졌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어찌 보면 책은 살아 숨쉬는 존재이고, 독서는 책이란 유기체와 나란 생명의 상호작용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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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49.20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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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옥
2010.03.02 05:10:49 *.53.82.120
중립지대는 ‘순수한 에너지의 초기상태’로 복귀하는 시기

저 엄청 복받고 있는 거 맞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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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완
2010.03.02 16:00:50 *.49.201.129
중립지대를 충실히 겪고 거기서 창조적인 에너지를 흡수하는 방법 중 하나는 의례를 활용하는 겁니다.
전통사회에서 이뤄졌던 통과의례와 입문의례가 좋은 예인데요.
박미옥 님이 지원하신 연구원 과정도, 어찌보면 전환기의 통과의례화로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전환기를 거치고 있는 이들이 종종 성지순례를 떠나는 것도,
중립지대를 의례를 통해 깊이 체험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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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04 09:41:09 *.106.7.10
가장 최근 중립지대를 건너뛰고 싶은 마음이 들었었습니다.
쉬운 길로 손짓하는 작은 손짓에 그 길을 택하고 싶은 욕심이 불끈 쏟았었지요.
며칠을 고민했지만 처음 맞이한 중립지대를 제대로, 온전히 누리고자하는 가장 큰 마음에 작은 욕심을 버렸지요.
사실은 잘한 선택일까 한구석 의문이 있었는데, 오늘 이 칼럼을 읽네요.

칼럼에 쓰신  '풀지 않은 문제는 반복되고, 매듭짓지 않은 위기는 결국 보복하기 때문' 이라는 문장이
카를 융의 '자신의 열정의 지옥을 통과하지 않은 사람은 결코 그것을 극복하지 못한다. 사람들이 너무 많이 포기하고 내버려두고 겉으로 잊어버린 체하고 있을 경우, 그 포기한 것과 내버려둔 것이 두 배의 힘으로 되돌아올 가능성과 위험이 상존한다'는 말과 일맥상통하는 것 같습니다.

중립지대를 온 몸과 맘으로 지나갈 다짐을 다시한번 합니다.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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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완
2010.03.04 16:03:30 *.49.201.129
지금 저도 중립지대를 건너고 있습니다.
혼란스럽고 답답한 요즘이에요.
불안하고 두렵지만,
브리지스와 캠벨, 융의 책에서 받은 격려로 힘을 내고 있어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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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06 23:19:29 *.67.223.154
윌리엄 브리지스...정말 진정성이 느껴지는 사람이지요?
범해라는 사람이 이 사람의 책을 두권이나 연구원 북리뷰에 올려두었던데요.... 
그 사람도 브리지스가 참 마음에 드나봅니다.  호호호~

승완씨는 참 좋은 친구를 갖고 있군요. 융, 캠벨, 브리지스...
계속 친구들 얘기 많이 들려주세요.
승완씨의 중립지대가 봄날의 밤처럼 사연이 많은 시간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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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08 23:56:48 *.49.201.129
네, 선생님 감사합니다.
언제 기회가 되면 융과 브리지스에 대해 선생님과 대화를 나누면 좋겠습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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