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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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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5월 3일 00시 21분 등록

얼마 전 어느 출판사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이제 독자들은 법칙과 전략을 강조하는 책들을 분명하게 외면하고 있다 했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아마 피로감 때문일 것이라는 점입니다. 무수한 자기계발서가 이렇게 해야 성공하고, 저렇게 해야 행복할 수 있다는 대동소이한 방법론을 제시하지만, 대부분의 독자들이 그렇게 하기도 힘들고 그렇게 해보지만 크게 달라지는 경험을 갖지도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아주 다양한 경험적 증거와 사례를 나열하고 있는데도 독자들은 책이 보여주는 성공적 지점에 가 닿지 못했던 것이지요.

 

나는 그 가장 근본적 이유를 도식화의 한계, 혹은 삶에 대한 환원주의적 통찰 때문일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그런 종류의 책들이 논거로 제시한 사례분석은 그 사례의 주인공 혹은 대상이 마주한 다양한 변수와 상황을 단순화해서 설명할 수 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삶을 전략으로 분석하여 담는 책들은 절대 그 대상 전체를 담을 수 없습니다. 단순하게 말하면 어떤 나무를 뿌리와 줄기와 가지와 잎으로 나누어 설명한다고 해서 그 나무의 삶을 온전히 설명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인 셈인 것이지요. 나무의 전체 모양이나, 잎 모양, 혹은 껍질 모양만 가지고 그 나무의 이름이 무엇이라고 추정하도록 분류법을 가르치는 것도 대단히 큰 위험을 안고 있는 방법인 것과 마찬가지 인 것이지요. 왜냐하면 우리가 느티나무라 부르는 나무라 할지라도 녀석이 동구밖에 사느냐, 숲 속에 사느냐에 따라 너무도 다른 꼴을 만들어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제 숨겨진, 보이지 않는 것을 스스로 깨닫게 하는 방법의 시대가 오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숲과 사람을 연결하여 숲으로부터 삶의 지혜를 얻어보자는 내용으로 몇 년 째 강의를 해오면서 나는 이 점에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도식화된 어떠한 법칙과 방법론도 결코 제시하지 않는데, 청중은 때로 눈물을 흘리고 때로 강의에 등장하는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와 자신 깊이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평가. 혹은 그 경험만으로도 자기 삶의 아주 많은 응어리와 궁금증을 해소하고 새롭게 살아갈 힘과 용기를 얻었다는 감상 등……

 

지난 달 함께 프로그램을 진행한 사진작가 윤광준 선생님의 지적을 통해 알게 되었는데, 나는 그 동안 나무와 풀, 새와 개 조차도 의인화하여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내 삶과 연구의 터전인 숲과 내 삶 주변의 것 대부분을 나는 나와 단절된 존재로 본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최근 어떤 사람들은 내가 숲을 스토 리텔링 기법으로 읽고 있다고 평했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나는 그 표현이 적확하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잘은 모르지만 나는 대단히 직관적으로 숲과 그 속의 생명체를 보는 편 같습니다. 예컨대 나무라는 존재를 나누고 분석해서 살펴보는 방식보다 그저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은 생명으로 대하고, 심지어 그를 사랑하게 되는 것이지요. 자연히 그 나무의 생애가 느껴지고 그것은 보통사람들에게 의인화된 표현 방식으로 전달되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누군가는 나무나 풀, 새와 짐승들에게 이야기가 입혀졌다고 느꼈겠지요.

 

내가 대상을 전체와 관계로 보고 의인화해서 보는 것을 즐기는 것은 나의 타고난 기질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 본질은 분명 사랑일 것입니다. 사랑하기에 나 밖의 생명을 나와 대등한 존재로 견주게 될 테고, 그것이 사람들에게는 의인화 또는 스토리 텔링이라 읽힐 테지요. 나는 방법론에 별 관심이 없습니다. 하지만 나는 앞으로도 사랑을 앎의 방법으로 삼고 싶습니다. 사랑하면 숨겨진, 보이지 않는 것을 스스로 깨닫게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 여우숲에서 사랑을 앎의 방법으로 삼아 얻은 소중한 이야기들을 다양한 전문가들이 합동으로 준비하여 5월 프로그램으로 기획하고 있습니다. 윤광준 사진작가와 함께 하는 생명사진워크샵, 생태연구가이자 동화작가인 이영득 선생님의 어린이날 특별 강좌와 체험, 야생동물의 흔적을 추적하고 특수카메라를 직접 설치하여 관찰할 수 있는 야생동물체험 등……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여우숲에 와서 놀고 쉬고 더러 스스로 깨치는 경험도 가져 가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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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04 23:14:03 *.62.16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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