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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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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0월 8일 08시 10분 등록

나이는 여러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먼저 시간을 기준으로 나이를 계산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새해를 맞을 때마다 한 살을 더 합니다. 탄생부터 지금까지 시간의 합이 나이입니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나이입니다. 두 번째로 신체의 나이가 있습니다. 나는 지난 6월 종합건강검진을 받았습니다. 검진 항목 가운데 하나인 ‘건강연령평가’에서 나의 건강연령은 실제 나이보다 두 살 위로 나왔습니다. 흡연과 운동 부족이 그 이유입니다. 건강 나이가 그렇다면 정신 연령은 몇 살인지 궁금합니다. 하지만 정신의 나이는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주변 사람들의 피드백과 자기평가라는 주관적 기준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어쨌든 정신 연령이 나이의 세 번째 측면입니다.

 

매주 목요일에 ‘마음편지’를 보내는 김용규 형의 책 <숲에서 온 편지>를 읽으며 ‘나이’라는 제목의 글에 시선이 머뭅니다. 형이 마흔다섯 살이 되는 즈음에 쓴 글입니다. 형은 마흔다섯이라는 나이의 의미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이미 너무 어리지 않은 나이여서 실제로 닿기 어려운 거친 욕망은 대부분 내려놓은 나이, 아직 너무 쇠하지 않아서 여전히 포기하지 말아야 할 가치를 버리지 않고 간직하고 있는 나이. 너무 좁지 않아서 이쪽과 저쪽을 양철판처럼 튕겨내지 않고 오히려 가슴에 품어 새롭게 싹 틔울 수 있는 나이.”

 

이 글에서 형은 나이를 재는 새로운 기준을 소개합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박노해 시인의 시에서 배운 것인데, 시인은 터키의 악세히르 마을에서 배웠다고 합니다. 악세히르 마을의 입구에 위치한 묘지의 묘비에는 그 무덤의 주인이 살았던 세월을 숫자로 표기해 놓았습니다. 그런데 숫자들 대부분이 3, 5, 8, 10 등으로 작습니다. 가장 큰 숫자가 20년 정도입니다. 마을을 처음 방문한 한 나그네는 숫자를 보고 이 마을에 전염병이 돌거나 큰 재난이 있어서 많은 아이들이 죽었나 보다 생각했답니다. 그런데 마을의 한 노인이 그에게 숫자의 의미를 알려주었습니다. 아래 구절은 노인의 말이자 박노해 시인의 시 ‘삶의 나이’ 가운데 일부입니다.

 

“우리 마을에서는 묘비에 나이를 새기지 않는다오

사람이 얼마나 오래 살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오

사는 동안 진정으로 의미 있고 사랑을 하고

오늘 내가 정말 살았구나 하는

잊지 못할 삶의 경험이 있을 때마다

사람들은 자기 집 문기둥에 금을 하나씩 긋는다오

그가 이 지상을 떠날 때 문기둥의 금을 세어

이렇게 묘비에 새겨준다오

여기 묘비의 숫자가 참삶의 나이라오”

 

우리는 장수를 바라고 젊음을 바랍니다. ‘작년엔 스물다섯 살, 올해는 열아홉 살’이라는 어느 화장품 광고는 인간의 근원적 욕망을 대변합니다. 오래 살기를 꿈꾸고 싱싱한 육체를 원하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닙니다만, 수명과 육체에 함몰된 삶은 피상적이고 공허합니다. 용규 형은 말합니다.

 

“나를 비롯한 우리가 시인이 말하는 참 삶의 나이를 헤아려보는 성찰을 기록해보면 어떨까요? 살아온 세월에 대한 기록으로서의 나이보다 정말 잘 살았구나 말할 수 있는 경험과 시간의 기록으로서의 나이 말입니다.”

 

생각해 봅니다. 삶에서 시간, 육체, 정신, 경험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요? 우열을 가리기 어렵습니다. 넷 모두 중요합니다. 이 가운데에 하나라도 빠지면 삶은 존재할 수 없거나 무가치해 집니다. 시간 · 육체 · 정신 · 경험은 삶의 본질이자 뼈대입니다. 잘 살기 어려운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풍요로운 삶은 넷의 균형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네 개의 시선으로 나이를 짚어보는 것은 자기 자신과 삶에 관한 총체적 성찰입니다. 용규 형의 마흔다섯에 대한 소감을 다시 읽어봅니다. 시간과 육체, 정신과 체험의 관점이 모두 담겨 있습니다. <숲에서 온 편지>가 주는 울림과 여운의 원천을 알겠습니다. 숲 속에서 5년간 몸으로 체득한 공부와 성찰하는 정신의 산물이 이 책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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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규 저, 숲에서 온 편지, 그책, 2012년

 

* 안내1 : 박승오 연구원의 ‘나침반’ 프로그램

<시계를 멈추고 나침반을 보라>의 저자 박승오 연구원이 <나침반 : 춤추듯 나를 찾아가는 여행 10기>를 진행합니다. 이 프로그램은 20대와 30대를 위한 자기 이해 및 진로 탐색 프로그램입니다. 자세한 사항은 여기를 클릭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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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내2 : 크리에이티브 살롱 9 ‘인문학 아카데미’ 10월 강좌

변화경영연구소의 오프라인 까페 ‘크리에이티브 살롱 9의 ‘인문학 아카데미’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10월 강좌는 ‘보르헤스의 문학사상 : 존재와 시간’을 주제로 <보르헤스 문학 전기>의 저자 · 문학평론가 김홍근 선생이 진행합니다. 보르헤스는 파울로 코엘료, 자크 데리다, 움베르토 에코 등 우리 시대 지성들의 ‘정신적 아버지’로 평가 받는 소설가이자 사상가입니다. 커리큘럼과 장소 등 자세한 내용은 여기 혹은 아래 이미지를 클릭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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