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오늘의

마음을

마음을

  • 김용규
  • 조회 수 2835
  • 댓글 수 16
  • 추천 수 0
2010년 1월 28일 00시 36분 등록


그리움 그것

 IMG_0791.jpg

아는 분이 닭 한 마리를 싣고 왔습니다. 지난 늦가을 초등학생 그 집 아이가 학교 앞에서 사 들고 온 세 마리의 병아리들 중 여태 아파트 거실에서 살아온 단 한 마리라고 했습니다. 몸집이 커지고 활동성도 높아져서 아파트 거실에서는 더 이상 키우기 어려웠던 모양입니다. 우유 빛깔 흰색 옷을 입고 있는 녀석은 한 눈에도 순해 보입니다. 종이 상자로 된 녀석의 집 문패에는 홍삼녹용대보진액’, ‘던지지 마시오라고 쓰여 있습니다.

 

토종 닭 몇 마리 키워보려고 짓던 닭장은 손이 모자라 아직 완성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하는 수 없습니다. 날이 풀릴 때 까지는 녀석을 저 상자 속에 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마루 위에 자리를 잡아 녀석의 집을 내려놓자 함께 사는 개 바다가 난리를 칩니다. 그들의 아들 마루까지도 킁킁대고 컹컹댑니다. ‘이는 앓는 소리를 내면서 삐약이를 넘봅니다. 석쇠로 뚜껑을 만들어 덮어주는 것으로 안전 격리를 꾀해 놓았습니다.

 

상자 속에서만 있는 것이 답답할 듯 하여 불을 지피는 동안 잠시 외출을 시켜주었습니다. 땅 바닥에 내려놓자 마자, 세 마리의 개들이 단숨에 물어버릴 기세로 덤빕니다. 역시 이가 가장 맹렬합니다. 빗자루를 들어 녀석들을 진정시키고 가르쳐봅니다. ‘함께 살아야 하는 식구다. 잘 참고 지켜주어라!’ 삐약이는 개들의 위협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모르는 양, 연신 땅을 쪼아 처음 맛보는 야생을 흠씬 취합니다. 개들의 흥분이 좀체 가라앉지 않습니다. ‘이가 빗자루 몇 대 맞고서야 겨우 분한 듯 웅크리고 앉습니다. ‘이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지만 방법이 없습니다.

 

불을 지핀 아궁이 앞으로 삐약이를 옮겨주었더니 따뜻해서인지 이내 눈을 감고 졸음에 취합니다. ‘은 아궁이 앞 땅바닥에 엎드린 채 녀석의 냄새를 맡으며 눈을 떼지 못합니다. 장차 이들의 불안한 관계가 심히 염려가 되면서도 궁금합니다. 저들이 가족으로 살아갈 수 있을지삐약이를 다시 임시 거처인 홍삼녹용대보진액상자에 넣어주고 모이를 주었습니다. 오늘 그의 외출은 그렇게 끝났습니다. 거실에 앉아 이가 다시 석쇠 위를 넘보는 모습을 보는데, 문득 녀석의 집 한 가운데 나있는 작은 구멍이 눈에 들어옵니다. 살펴보니 녀석이 안에서 밖으로 쪼아 만든 창입니다.

 

그 순간 알게 되었습니다. 살아있는 것들에게 있어 자유에 대한 그리움이란 저토록 강렬한 것이구나. , 막힌 상자가 얼마나 답답했으면, 바깥 세상이 얼마나 궁금했으면 저 녀석은 저 곳에 창을 만들었을까! 그러고 보니 그리움 그것! 그것이야말로 자연스러운 삶을 살게 하는 원동력입니다. 그리움, 그것이야말로 저다운 곳으로 향하게 하는 가장 고결한 힘입니다. 초등학생 아이가 사온 세 마리의 병아리 중에 저 녀석만 살아남은 이유를 알 것도 같습니다.

 

스스로 묻게 됩니다. 내 가슴에도 지울 수 없는 그리움 하나, 품고 있는가? 내 그리움이 만든 작은 창 하나 튼튼하게 잘 있는가?

IP *.229.199.223

프로필 이미지
형산
2010.01.28 04:45:55 *.91.25.112
조금만 더 키우시게나. 그러면 아마도 견공들이 도망을 다닐 껄? ㅋㅋ 닭이 자라면 제법 장하더라구.
아직 추운가? 나는 팔자에 없이 부산을 떠나 출장 중인데 무지 춥다. 눈이 내리는데 맞으면 아프군. --;
건강하시게~
프로필 이미지
김용규
2010.02.08 10:19:29 *.229.143.54
이제 크게 춥지 않네.
지난 가을 삶을 지운 풀 들 아래 새로운 풀들이 들뜬 목소리로 수런대고 있네.
이제 곧 봄인 게야.
팔자 잘 껴안고 살고 계시게. ^^
프로필 이미지
깨어있는마음
2010.01.28 06:28:55 *.106.75.87
그리움
이란 단어에 삐약이에게 확~ 감정이입!!

오늘도 삐약이가 잘 지내구 있으려나
자꾸만 궁금해질 것 같습니다.

물론 짬짬히 알려주시겠죠?   ^^
프로필 이미지
김용규
2010.02.08 10:20:22 *.229.143.54
^^
프로필 이미지
햇빛처럼나무처럼
2010.01.28 06:29:49 *.151.97.36
어릴적 닭을 놓아 키우던 시절..

알을 낳으라고 만들어준 훼 대신에 짚단이나 다른 곳에 놓던 알 들을 한꺼번에 찾을 때의 기쁨이 떠오르는군요.

방금 낳은 알을 만졌을 때 그 따뜻함이 기억이 납니다.

=

형산님과 다르게 더 남쪽으로 바다를 건너오니 여기는 벌써 봄기운이 느껴지는 군요.
도저히 그치지 않을 것 같았던 추위도 결국은 세월의 힘은 이기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또 한주 건강하고 밝게 지내시길.

프로필 이미지
김용규
2010.02.08 10:24:11 *.229.143.54
달걀을 찾아다가 어머니께 건네면
어머니는 그것을 숯불 위에서 계란찜으로 요리하셨고
그날 저녁 밥상 위에 오른 뚝배기로는 온 가족 숫가락이 바삐 움직이곤 했죠.
아련한 기억이 기쁘게 떠오르는 장면이군요. ^^
프로필 이미지
써니
2010.01.28 08:49:23 *.157.123.246
그리움이란 단어에 대해 늘 어떻게 정의하여야 하나 생각이 들곤 했는데, 원초적인 진정한 자유이고 각자 저마다를 자신 답게 살게하는 원동력이며 고결한 마음에서 우러나는 참사랑이라는 것을 알겠네.
프로필 이미지
김용규
2010.02.08 10:25:15 *.229.143.54
^^
프로필 이미지
푸른바다 권양우
2010.01.28 09:43:01 *.223.104.12
"~~~녀석이 안에서 밖으로 쪼아 만든 창..."
오늘따라 김용규 님의 글이 참으로 짠~하게 가슴에 와 닿으면서 진한 여운을 남깁니다.
우선 사물을 바라보는 남다른 님의 시각에 감탄했구요,
'아~! 그렇다. 살아 있는 모든 것들에 있어 자유에 대한 그리움은 진정으로 강렬한 것이다.'
크게 공감을 하게 됩니다.
내가 세상을 향해 쪼아대어 만든 창들~
그 창들을 통해 난 진정 세상을 제대로 보았던 것일까? 세상을 제대로 느꼈던 것일까?
지금도 그 창을 나는 만들고 있는가? 만들어 가고 있는가!
완성과 끝은 아직 묘연하지만, 끊이지 않고 쉼없음에 ~ 오늘도 하루 또 알뜰살뜰히 살아볼만하다 ~~ 하면서
좋은 하루로 시작합니다.
용규님 글이 점점 마음으로 더 느껴져 옵니다. 진심이 담겨져 있어서겠지요 라고 생각하면서...
프로필 이미지
김용규
2010.02.08 10:27:32 *.229.143.54
살아볼만한 하루를 만나는데 힘이 될 수 있는 글을 쓰라는 격려,
고맙습니다. ^^
프로필 이미지
2010.01.28 10:19:46 *.11.182.59
가끔씩 전해오는 김용규사장님의 산중 생활이야기에
너무나 반갑고 당장이라도 만나고 싶은 환한 김사장님의 웃으시는 모습이 선합니다.

한겨울 지게지시고 연료와 부식거리를 가지시러
내려가셔야 한다는 말씀과 산이와 바다가 낳은 새기들 이야기하며
정말 풋풋한 산사람 김사장님의 글은 더욱더 보고 싶게 만드십니다.

설지나고 꼭 김사장님 산장에 양손은 무겁게 함 찾아 뵙겟습니다.
항상 건강 유의하시고 무탈하십시요^..^
프로필 이미지
김용규
2010.02.08 10:29:49 *.229.143.54
상경 투쟁이 성과를 거두신 듯 느껴지니 좋습니다. ^^
잘 지내고 있겠습니다.
건승하십시오.
프로필 이미지
새벽
2010.01.28 18:58:16 *.102.107.122
우리는 모두 그리움을 따라 저다운 곳으로 흐르고 있군요. 나의 그리움이 향하고 있는 곳이 어디인지 찾아봐야겠습니다.
삐약이가 새로운 가족들과 잘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김용규
2010.02.08 10:30:29 *.229.143.54
^^ 고맙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범해
2010.01.29 07:06:43 *.67.223.154
줄탁동시 -
삐약이가 자유의 바람 을 맛보았으니
곧 혁명을 준비하겠군요.

문패가 끝내줍니다. ㅎㅎ
프로필 이미지
김용규
2010.02.08 10:31:34 *.229.143.54
^^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