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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종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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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2월 1일 15시 10분 등록

고대 그리스의 훌륭한 이야기꾼이었던 이솝(Aesop) 덕분에 우리는 토끼와 거북이의 박진감 넘치는 시합에 대해 알게 됐습니다. 쉬지 않고 목표를 향해 전진한 거북이의 승리는 평범한 사람들의 희망이 되었습니다. 토끼가 타고난 재능을 과신해서 파멸에 이르는 게으름뱅이의 대명사로 등극했음은 물론이고요. 그런데, 이 경주가 끝난 다음에는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패배를 받아들일 수 없었던 토끼는 거북이에게 재 대결을 제안했습니다. 딱히 거절할 명분이 없었던 거북이는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지요. 이렇게 시작된 토끼 가문과 거북이 가문의 대결은 2,500년이 넘도록 이어졌습니다. 자식에서 그 자식에게로, 그리고 다시 그 손자에게로 대결의 숙명은 이어졌습니다. 절치부심한 토끼의 자손들은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습니다. 훈련에 박차를 가했습니다. 그리고 방심하지 않았습니다. 거북이가 토끼를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사라진 것처럼 보였습니다.

첫 경주에서 승리했던 거북이의 56대손인 오늘의 주인공은 날이 밝으면 다시 시합에 나가야 합니다. 아버지에게서 시합의 책임을 물려받은 뒤로 벌써 10여 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큰 차이로 지기만 해온 거북이의 가슴 속에는 패배감과 자기불신만이 가득합니다. 매번 전설처럼 전해지는 할아버지 거북이의 무용담을 가슴에 새기며 시합에 나갔지만, 이젠 그마저도 사실이었는지 의심이 들 지경입니다.

자! 만약 여러분이 이 거북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토끼의 빠른 발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갖지 못한 경제적 배경이나 학벌과도 같겠지요. 우리는 항상 품에 없는 것들을 원하기 마련이니까요. 이런 거북이에게 여러 무리가 다가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속삭입니다. 그 중 한 무리는 '비법(秘法)'을 알려주겠다고 합니다. 그 방법만 익히면 토끼를 이기는 것쯤은 식은죽 먹기라고 유혹합니다. 지름길을 알려주겠다는 거지요. 그러나 직선으로 길게 뻗은 인생이라는 경주에 요행이 통할 리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법'이라는 단어는 너무 매력적입니다.

'비법'이라는 말로 포장된 '꼼수'와 '사탕발림'에 지쳐갈 무렵 좀더 근원적인 질문이 찾아옵니다. 굳이 경주를 해야 하느냐는 거지요. 토끼의 존재를 잊고, 나만의 속도로 살아가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라는 일종의 깨달음입니다. 뒤통수를 힘껏 맞은 듯 눈이 번쩍 뜨이는 느낌이 듭니다. 그러나 우리는 곧 깨닫게 되지요. 비교하지 않고 온전히 '나'로 살아가는 것이 뜀박질로 토끼를 이기는 것만큼이나 어렵다는 것을요.

이쯤에서 한가지 의문이 떠오릅니다. 달리기를 못하는 거북이가 어째서 토끼와 달리기 시합을 하게 된 걸까요? 본인의 특기를 살려서 수영 시합을 하자고 제안할 수는 없었던 걸까요? 적어도 토끼는 땅 위를 달리고, 자기는 물에서 헤엄친 결과를 따로 측정해서 비교하는 것이 합리적이었을 텐데 말이죠. 많은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그런데 저는 말이죠. 여전히 거북이가 달리기 시합에서 토끼보다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기를 바라는 기대를 버릴 수가 없네요. 왜일까요? 그저 오기 때문일까요?

여러분, 만약 여러분이 거북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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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예서
2010.02.01 22:29:57 *.71.76.251
책을 출간 하고 나더니 저자다운 칼럼, 앞으로 책을 내지 못하면 '마음나편' 은  못쓰는 겐가?   에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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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06 00:16:02 *.67.223.154
나는 그래도 거북이가 잠자는 토끼를 깨워서 함께 데리고 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ㅎㅎㅎ
왜냐하면 과정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냥 이기는 것이 먼저 도착하는 것이기만 할까요?
각자의 취향에 따라 다른 가치관으로 평가를 하는 시대이기에
더 더욱 재미있습니다.  100분 토론을 시작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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