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오늘의

마음을

마음을

  • 김용규
  • 조회 수 2998
  • 댓글 수 1
  • 추천 수 0
2009년 12월 17일 00시 50분 등록


IMG_0725.jpg

그대다운 삶을 살고 싶어서 조직이라는 우산을 접고 새로운 길 위에 선 지 어느새 2년이 되었다는 그대의 편지를 받았습니다. 그대의 소식과 마음을 또박또박 읽었습니다. 걷고 싶었던 길 위에 서던 그대 그 첫 순간의 떨리는 흥분과 두려움이 내 것인 양 고스란히 느껴졌습니다. 처음 얼마간 스스로의 시간에 맞추어 일어나고 일하고 잠들었던 그 회복된 자유에 어리둥절하기까지 했다는 마음을 읽으며 빙긋한 미소가 일었습니다. 하고 싶었던 일을 하면서 누리는 그 자발성의 본능이 너무 좋아서 다시는 지루한 안락의 어느 지점으로 차마 회귀하지 못하겠구나, 어느 날 그렇게 일기를 썼다는 대목. ‘그래, 그게 우리 살아있음의 증거지!’ 하며 깊게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하지만, 읽어 내려가던 편지의 어느 구절부터 무거운 마음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대가 겪는 무거움의 본질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세상과 맺어진 관계 속에서 제 몫을 다하지 못하는 지점을 만날 때라고 했습니다. 예전보다 적어지고 불규칙해진 돈벌이 때문에 예전에는 당연히 치를 수 있었던 일들을 생략하거나 외면해야 하는 상황이 힘겹다 했습니다. 그럴 때 마다 그대는 언젠가 내가 그대에게 들려주었던 새로운 길 위에 선 자를 위한 희망론을 불러 세웠다고 했습니다. 이 길을 걷다 보면 언젠가 닿고자 하는 지점에 닿으리라, 이 거친 내 길의 끝에 반드시 나를 반겨줄 달콤한 옹달샘이 있으리라! 그렇게 믿으며 언덕의 지점들을 오르고 있다 했습니다.

 

미안합니다. 나는 그대가 그렇게 가느다란 희망을 품어 오직 버티고 있는 줄 몰랐습니다. 아직 새 길 위에서 많은 사람들로부터 공감 얻을 이정표 하나 제대로 심어놓지 못했기에 그대 심신이 고단할 줄은 알았지만, 그렇게 창백한 희망을 품고 혹한의 길 위를 견디며 걷고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어떨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마찬가지, 먼지 자욱한 비포장 도로에 새롭게 서서 제법 씩씩하게 걷고 있는 나의 이야기가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나에게는 우선 선망이 없습니다. 새로운 길 위에 서면서 나는 세상의 중심에 대한 선망을 버렸습니다. 세상이 내게 칠해 놓은 중심에 대한 그리움을 몽땅 털어냈습니다. 털어냄으로써 비워진 자리에 대신 즐거움을 담았습니다. 이 거친 길을 즐겁게 땀 흘리며 걷는 나만의 방식을 알아냈습니다. 짜지만, 그래도 흘리는 땀방울 그 자체가 바로 즐거움임을 알아냈습니다. 또한 나는 내 길에 대한 자부심으로 나머지 비워낸 자리를 채웠습니다. 내가 걷는 길이 나와 이웃에게 얼마나 훌륭한 안내자의 길인지 나 스스로의 한걸음 한걸음을 대견해 하고 있습니다. 결국 스스로 내 길을 걸어야 할 이유들로 채워졌고, 웬만한 두려움과 외로움이 그 앞에 무릎을 꿇고 있습니다.

 

나는 그렇게 새 길 위에 서는 이를 위한 희망의 필수조건을 세워둔 셈입니다. 우선 어떤 선망이 있다면 그것을 버려야 한다는 것. 하루하루 고단하더라도 그 길이 즐거워야 한다는 것. 또한 그의 도모와 모색이 자부심으로 가득한 것이어야 한다는 것. 해서 고난이 견고한 보람으로 채워져야 한다는 것. 이렇게 나는 사실 수 많은 답과 진실이 결과가 아닌 과정 속에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을 알고 나면 길의 끝에 무엇이 있는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음도 알게 될 것입니다. 그대 새 길 위의 3 년차는 더 큰 즐거움과 보람의 눈송이들로 가득 채워지기를 기도합니다.

IP *.229.217.65

프로필 이미지
범해
2009.12.18 20:45:29 *.248.91.49
용규씨...
새로운 길도 힘들고 , 가던 길도 힘이 들고...
그 자리에 멈추어 서서 성찰을 하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그런 길위를 사람들이 오고 또 가고... 바쁜 연말입니다.

백석동천 소나무에 눈이 내리면...잘 지켜보고 또 답장을 쓸게요.
그때까지 감기없이 잘 지내십시다.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16 그치지 않는 눈보라는 없다 [1] 문요한 2009.12.23 2954
815 직업 탐색에 유용한 직업 정보서, <한 권으로 보는 그림 직업 백과> file [2] 승완 2009.12.22 3471
814 삶을 다시 살 수 있다면 [5] 신종윤 2009.12.21 2952
813 무슨 일이든 모두 아는 체 하지 않기를 file [4] 부지깽이 2009.12.18 3421
» 새 길 위에 서는 이를 위한 희망의 필수조건 file [1] 김용규 2009.12.17 2998
811 약점을 극복하는 지혜 문요한 2009.12.16 3029
810 워렌 버핏, “인생은 눈덩이를 굴리는 것과 같다” file [1] 승완 2009.12.15 6274
809 땀 흘릴 기회가 인센티브다 신종윤 2009.12.14 3212
808 옷과 알몸 file [4] 부지깽이 2009.12.11 2976
807 묵묵함의 위대함 file [3] [1] 김용규 2009.12.10 4287
806 칠 할이면 만족! [1] 문요한 2009.12.09 2703
805 꽃마다 각각의 한창때가 오듯이, 사람도 활짝 피어나는 때가 반드시 온다 file [6] 승완 2009.12.08 3840
804 설국(雪國)에서의 하루 file [1] 신종윤 2009.12.07 2719
803 나와 살고 있는 더 좋은 나 file [2] 부지깽이 2009.12.04 2777
802 참된 성장을 위해 꼭 필요한 여행 file 김용규 2009.12.03 2814
801 자신의 틀과 싸워라 문요한 2009.12.02 3047
800 삶의 질문에 답하라 file [12] 승완 2009.12.01 4266
799 모유가 분유보다 좋은 이유 [1] 신종윤 2009.11.30 4249
798 살아야할 인생은 바로 지금의 인생 file [2] 부지깽이 2009.11.27 3609
797 개에게서 그것을 배우다 file [3] 김용규 2009.11.26 28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