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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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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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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1월 10일 00시 12분 등록

1845년 봄, 28세의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는 도끼 하나를 들고 월든 호숫가의 숲속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는 3개월 동안 혼자 힘으로 소박한 통나무집 한 채를 지었습니다. 그리고 같은 해 7월 4일, 그 집에서 첫 날 밤을 보냈습니다. 이날은 미국의 독립기념일이었습니다. 기념일에 이사한 것은 우연이었지만 월든 호숫가로의 이주는 의도된 것이었습니다.

“내가 숲 속으로 들어간 것은 인생을 의도적으로 살아보기 위해서였다. 다시 말해서 인생의 본질적인 사실들만을 직면해보려는 것이었으며, 인생이 가르치는 바를 내가 배울 수 있는지 알아보고자 했던 것이며, 그리하여 마침내 죽음을 맞이했을 때 내가 헛된 삶을 살았구나 하고 깨닫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나는 삶이 아닌 것은 살지 않으려고 했으니, 삶은 그처럼 소중한 것이다.”

소로우의 통나무집 주변은 숲이 무성했고 호수와 가까웠습니다. 마을과 멀리 떨어져 있지는 않았지만 사방 1.5km 내에는 아무도 살지 않은 곳이었습니다. 이곳에서 소로우는 혼자 힘으로 먹고 살며 2년 2개월을 보냈습니다. 이 기간 동안 그는 밭을 일구고 자연을 관찰하고, 명상하고 사색했습니다. 그리고 글을 썼습니다. 한 번은 미국의 노예제도와 멕시코 전쟁에 저항하기 위해 세금 납부를 거부하여 감옥에 갇힌 적도 있었습니다. 

월든에서의 생활은 그의 삶에 있어 결정적인 전환점이었습니다. 이 기간 동안의 경험과 일기를 통해 19세기에 출간된 가장 위대한 책 중 하나인 <월든>이 탄생했습니다. 그의 첫 책이자 22세 때의 여행 경험을 담은 <콩코드강과 메리맥 강에서의 일주일>을 집필한 것도 이때입니다. 또한 몇 년 후 소로우는 인두세 납부 거부로 감옥에 수감된 경험을 바탕으로 강연을 했는데 이 강연은 훗날 명저 <시민 불복종>의 출간으로 이어졌습니다.

월든에서 보낸 시간 동안 소로우는 내적 도약을 이뤄냈습니다. 그는 자신의 철학을 생활 방식으로 실험하고 검증했으며, 자신의 재능을 갈고 닦아 강점으로 계발했습니다. 그는 삶의 실험가이자 자연의 학생으로 월든에 갔지만 돌아올 때는 삶의 스승이자 자연주의 사상가가 되어 있었습니다.

전에는 듣지 못하던 귀와 보지 못하던 눈에
이제는 들리고 보인다
세월을 살던 내가 순간을 살고
배운 말만 알던 내가 이제는 진리를 안다
- 소로우의 시 ‘영감’ 중에서

소로우는 월든 숲에서의 거주 기간을 ‘내가 원하는 삶에 대한 실험’이자 ‘삶의 파종기’로 규정했는데, 소로우의 전기를 쓴 헨리 솔트는 “이때의 경험이 그의 나머지 인생의 방향을 결정했다”고 말합니다. 삶의 도약을 꿈꾸는 이들에게는 소로우가 월든에서 보낸 시간과 같은 실험기가 필요합니다. 삶의 도약은 존재의 도약을 통해서 가능합니다. 존재의 도약을 가능케 하는 확실한 방법은 자신을 대상으로 실험하는 것입니다.

“젊은이들이 당장에 인생을 실험해 보는 것보다 사는 법을 더 잘 배울 수 있는 방법이 또 있겠는가?”
-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월든>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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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소개한 책 : 헨리 데이빗 소로우 저, 강승영 역, 월든, 이레, 2004년

IP *.255.18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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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해
2009.11.11 02:27:37 *.248.91.49

밤이 깊었는데 잠은 오지않고...
오늘 같이 쨍쨍하게 맑은 가을밤은 밀린 편지의 답장을 쓰기에 좋은 시간이지요.

그동안 좋은책 이야기와 마음편지에 소개해주는 글을
잘 읽고 있었어요,
언젠가 나도 읽은 책이 나오면 답장을 써야지...하면서 말이죠.

소로우가 20살에 만난 에머슨이 그에게 일기를 쓸 것을 권유했답니다.
그때부터 쓰기 시작한 일기가 그가 남긴 가장 값진 유산입니다. 그렇게
소로우가 24년간 썼던 일기는 39권의 책으로
그가 손수만든 나무 상자에 차곡차곡 담겨 있었습니다..

승완씨가 옮겨 놓아준 그의 글들이 참 마음에 와 닿아요.
많은 생각을 짧은 격언체의 문장으로 표현하고 있는 글들이 말이예요.

나는 도솔 출판사 책으로 읽었는데
그가 34세이던 1851년 쓴 일기를 내가 접어서 표를 해두었네요.
나도 옮겨적어 볼게요.

11월 12일의 일기입니다.

긴 글을 쓰기보다는 다양한 주제의 짧은 글들을 자주 쓰는 편이 좋다.
공중에서 제비를 돌며 빈약한 재주를 너무 오랫동안 뽑내려 하다가는
결국 머리만 다친다.

안타이오스처럼 너무 오랫동안 땅을 떠나 있지 말라.
삶이라는 탄력의 마루에 살짝 발 끝을 대고 여러 차례 뜀을 뛰듯이 그렇게 글을 써라.

땅에 떨어진 한 알의 열매나 열매 속의 배아와 같은 문장을 써라.
그런 문장이 좋은 문장이다.
흙과 빛으로 양육이 가능한 한 되도록이면 많은 식물들을 심어라.

되도록이면 자주 뜀을 뛰어라.
문장은 그 후에 등을 벽에 기댔을 때 나타난다.

어딘지 사부님의 목소리가 담겨있는 글 같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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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깽이
2009.11.12 02:27:21 *.160.33.244

그렇지,  얼마냐 깊으냐는 것은 늘 얼마나 머냐는 뜻이기도 하지.  공간이란 참 다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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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완
2009.11.11 15:34:45 *.255.183.61
저는 요즘 소로우에 푹 빠져 있어요.
좀 더 일찍 그에 빠졌다면 좋았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사람에게는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제게는 지금이 소로우와 놀기에 좋은 시기인 것 같아요.
언제까지가 될지 모르지만 어떤 사람들 속에 이렇게 계속 빠져 지낼 생각이에요. 
깊어지는 것이 넓어지는 시기라고 생각하고 있지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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