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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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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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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1월 19일 01시 39분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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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어보기에는 높은 곳이 좋다. 그렇다 하여 물을 버리고 정상에 살기를 택하는 버드나무는 없다.
가까운 곳에 사는 것은 버드나무의 고유함이다. 저마다의 고유함이 유지될 모든 것이 지속 가능하다.

농촌이 공동화된 지는 꽤 되었습니다. 농촌의 삶에서 만나게 되는 가난과 소외를 견디기 어려워서 많은 이들이 태어난 곳을 버리고 도시로 몰려갔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환갑을 넘긴 분들이 막내로 지내는 마을도 허다합니다. 더 이상 새로 태어나는 아이의 울음 소리를 듣지 못하는 마을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습니다. 도시에 사는 수많은 중년들의 시골 부모들이 모두 돌아가시고 나면 이제 영영 사라질 마을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도 사실입니다.

 

몇 년 전에는 그렇게 마을이 사라져가는 것을 염려하는 높은 분들이 있었나 봅니다. 그래서 농촌과 도시의 균형발전을 모색하는 제법 큰 예산을 투입하는 정책이 입안되어 시행되었습니다. 그 정책은 몇 개의 마을이 함께 사업계획을 만들어 제출, 승인을 얻으면 수십억 원의 예산을 지원해 마을이 자립할 수 있는 다양한 기반을 지원해 오고 있습니다.

 

내가 이 숲으로 들어오기 전, 우리 마을과 이웃 마을 이장들도 그 정부 지원사업을 신청하여 어렵게 선정이 되었습니다. 정말 대단한 분들이시지요. 그에 따라 마을이 재정비되고 있습니다. 도시민을 불러들이고 머무르게 하기 위한 다양한 시설과 경관이 조성되고 있습니다. 숲 길도 만들었고, 쌈지공원도 만들었습니다. 호수 위에 작은 유람선을 운행하기 위해 선착장도 만들었고, 그 배를 운행하기 위해 배 조종면허를 받은 마을 형님들도 있습니다. 수 차례 국내외 선진 지역 벤치마킹 투어도 있었습니다. 굵직한 사업 몇 가지가 앞으로도 추진될 예정입니다.

 

오늘 이 사업을 평가하는 권위 있는 전문가들이 모여 그간의 우리 마을 사업을 평가했습니다. 관련 조직과 마을 사업의 의사결정자들이 힘껏 대비해 온 시간이었습니다. 마을의 요청으로 나도 그곳에 참석해서 그들의 평가를 들었습니다. 의례 노고를 치하하고 격려하는 말도 있었으나, 주요 의사결정자들이 결코 흘려 듣지 말아야 할 따끔한 충고도 있었습니다.

 

나의 언어로 그 고언을 요약하면 고유함을 버리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빼어난 경관이 천혜의 자원인 마을에서 굳이 사업 예산을 투입해서 도시의 공원을 흉내 내는 것을 염려했습니다. 또한 세월의 힘으로 자연스레 낡아진 건물에 생뚱맞은 디자인을 입혀 어색함을 더하지 말 것을 당부했습니다. 추진과정에서 일어날 수 밖에 없는 다양한 갈등을 회피하지 말고 풀어나가 공동체의 정신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편리함과 빠름을 보장하기 위해 터덜대는 길을 버리고 손쉽게 시멘트로 포장하려는 유혹을 놓으라고 했습니다. 또한 농촌 고유의 그림과 연계하여 도시인의 참여와 소비를 불러낼 방안을 찾으라는 이야기도 날카로웠습니다.

 

사실은 사물과 생명 저마다가 지닌 고유함이 가장 강력한 희망의 동력입니다. 모든 것은 고유함에 쌓인 먼지를 닦아낼 때 가장 빛난다고 나는 믿고 있습니다. 농촌이 건강한 먹거리 생산을 한 축으로 삼지 않고 도시민을 유혹하려는 것은 그래서 위험합니다. 천혜의 자연생태계를 지닌 마을이 생태계 고유의 특성인 불편함과 느림과 구불구불함을 버리고 승부를 걸려는 시도 역시 그래서 위험한 일입니다. 농촌 마을이 그 가장 차별적인 고유함의 하나인 精이 넘치는 마음을 버리고 도회적 세련미를 모방하여 사람을 맞이하려는 변신은 그래서 허약한 모색인 것입니다.

 

굽어보기에는 높은 곳이 좋습니다. 그렇다 하여 물을 버리고 산 정상에 살기를 택하는 버드나무는 없습니다. 물 가까운 곳에 사는 것은 버드나무의 고유함입니다. 아름다운 세상은 저마다의 고유함이 뒤섞여 빚어내는 빛깔로 채워진 세상입니다. 내게 오늘은 나의 고유함이 무엇인지를 되새기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니 희망의 동력을 되짚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그대의 희망에도 동력이 될 그대의 고유함은 무엇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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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산
2009.11.19 09:07:18 *.22.88.173
2일간의 휴가와 주말을 보태 4일의 시간이 생겼다. 문득 백오가 보고싶어서 찾아갈 요량으로 교통편을 알아보니 어렵구나. ㅋㅋ 차는 아내에게 우선권이 있어 대중교통을 알아보니 길바닥에 시간 다 깔게 생겼더라. 다음 기회를 잡기로 하고 오늘과 내일은 가까운 산에 올라 그대가 그토록 사랑하는 숲을 거닐며 생각을 가다듬을 요량이라네.

가을바람에 호르몬 불균형이 생겼는지 계속 속에서 끓어오르는 뭔가가 있는데 이 놈의 정체를 좀 알아 볼 생각. 안하던 짓을 하니 직장 윗분들의 눈초리가 곱지 않으나 뭐 그리 내가 필요하면 알아서들 연락하겠지. ㅋㅋ 나도 이 참에 나의 고유함에 대해 좀 깊이 성찰해 봐야 길~게 가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고향마을에 가보면 돈으로 발라서 번듯해진 모습이 어색해 보일 때가 많아서 안타까웠는데 사오랑 마을은 부디 백오의 뜻대로 단장해 나가길... 점점 추워지는데 산방에서 계절과 함께 깊어가게나. 동갑내기이면서도 나보다 10년은 더 자란 나무처럼 느껴지는 백오을 마음 한편에 기둥처럼 두고 있는 사람도 있다는 걸 기억하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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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까마귀
2009.11.20 11:34:39 *.229.254.134
안에서 끓어 오르는 무엇인가가 있다. 그 놈의 정체를 알아보려 한다.
형산 자네가 모처럼 좋은 시간을 갖겠구먼.
나도 자네 보고싶지만, 그 놈에게 양보함세.

거기도 추워지지?
겨울채비 잘 하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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