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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마음을

  • 신종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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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1월 23일 09시 51분 등록

육 년 넘게 살았던 집을 떠나려니 섭섭한 마음이 앞섭니다. 물론 새로운 보금자리를 꾸미는 설렘도 있지요. 따지고 보면 없이도 잘 살았는데, 막상 이사 간다니까 새로 사고 싶은 것들 천지입니다. 멀쩡한 책상과 아이 침대도 바꾸고 싶고, 생뚱맞게 벽걸이 TV 광고에도 자꾸만 눈이 갑니다. 가지고 있는 돈은 뻔하니, 눈과 귀를 틀어막아야 할 지경입니다.

빠듯한 형편이지만 아이 방에 도배만큼은 새로 해주고 싶어서 여기저기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딱히 아는 곳이 없어서 시간만 까먹고 있다가 우연히 어릴 적 같은 동네에 살았던 동생과 연락이 닿았습니다. 오랫동안 지물포를 운영하셨던 아버지로부터 독립해서 인테리어 사무실을 차렸다고 했습니다. 싼 맛에 아는 사람에게 부탁했다가 실망한 경우가 많아서 조금 망설여졌지만 녀석의 ‘밝은’ 목소리에 한번 더 속아보기로 했습니다.

녀석은 낑낑거리며 샘플 벽지 책자를 몽땅 들고 와서는 자기집에 도배할 것처럼 정성껏 설명해주었습니다. 기존의 집과 조화를 해치지 말아야 한다며 최소한의 것만 권하는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니 고마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사하는 날까지 여유가 없다는 제 말에 휴일을 반납하고 달려와서 꼼꼼히 마무리를 해주었습니다. 이 정도면 괜찮지요? 남에게 소개해주어도 되겠다는 마음이 들어서 ‘인터넷 홈페이지는 있는지’, ‘홍보는 어떻게 하는지’ 등을 물었습니다. 그런데 돌아온 대답은 뜻밖이었습니다.

“제가 촌스러워서 홈페이지는 없어요. 그리고 일이 너무 많아지면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최선을 다할 수 없거든요. 그냥 저를 찾아준 고객의 일을 정성껏 하면 또 다른 일로 이어지더라고요. 그래서 특별히 홍보를 하지는 않아요.”

시장점유율을 증가시킨다는 것은 곧, 판매할 수 있는 최대한도의 상품을 가장 많은 수의 고객에게 능력껏 판매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대로 고객점유율을 증가시킨다는 것은 상품을 구매하는 개별고객이 보다 많은 제품을 구매하게 하고, 당신 회사의 제품만을 구매하게 하며, 다른 회사의 제품보다 당신 회사의 제품을 사용함으로써 고객이 행복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 『1대1 마케팅 혁명』 중에서

대량마케팅의 위력에 영혼을 팔았던 마케터들에게 가히 혁명적인 메시지를 전했던 돈 페퍼스와 마사 로저스의 책이 세상에 나온 지 스무 해가 넘었지만, 세상은 여전히 숫자놀음에 불과한 시장점유율의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주변을 둘러보면 ‘매사진선(每事進善)’의 자세로 눈 앞의 한 사람을 마주한 이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결국 똑똑한 척하는 저 같은 사람만 소중한 진실을 놓치고 있었나 봅니다.

소파에 비스듬히 몸을 기대어 앉아 이제 태어난 지 한 달이 되어가는 딸아이를 배위에 올려두고 눈을 맞추려니 샘이 난 아들녀석이 품을 파고듭니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한아름 안고서도 그저 한번에 한 아이씩 번갈아 볼 수 있을 뿐이군요. 한번에 눈을 맞출 수 있는 것은 결국 ‘한 사람’임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아! 그리고 혹시 집안 분위기 바꾸실 분은 연락주세요. 제가 소개시켜드릴게요. 이게 바로 입소문 마케팅이겠지요?



변화경영연구소에서는 다양한 게시판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는 게시판이 바로 ‘고민을 들어주세요.’인데요. 변화를 꿈꾸는 다양한 사람들의 총천연색 고민이 그대로 담겨있는 이 곳에는 많은 하소연과 위로 그리고 공감이 오고 갑니다. 오늘은 그 중에서 퇴사를 고민하는 어떤 분의 사연을 여러분과 함께 나눠보려고 합니다. 여러분께서 이런 상황에 처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또 이 분께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시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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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96.1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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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진
2009.11.23 13:28:33 *.242.62.1
안녕하세요. 편지 잘 읽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이사할 때 문의 드릴테니 소개 부탁 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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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릇 범
2009.11.23 22:00:26 *.248.91.49
종윤씨
올 봄에 우리가 이사하던  날...
5년이 넘게 무심히 살던 딸 아이가 갑자기
여기저기 사진을 찍고  벽에게 말을 걸고 ...친하게 굴더군요.
헤어질 때가 되니, 집이 얼마나 착하게, 자기를 잘 지켜줬는지... 새삼 느꼈데나요....

그러더니 혼자 훌훌 나가서 이번에는 동네하고 작별인사를 했다더군요.
스타벅스에서 커피 마시면서....ㅋㅋㅋ

종윤씨, 동네후배 참 훌륭한 호랑이군요. 좋은 네트워크 입니다.
이 참에 그냥 전화번호도 올려줍시다. 필요할때는 게시판에서 찾아볼 수 있도록...ㅎㅎㅎ

근데 예쁜 아기들이 아버지 품에  안겨있고 싶어하니...
호랑이 꿈 풍광 두개만 올려놓으라고 부탁할 수도 없게 되었네요.

조심해서 이사 잘하고...
새집에서 복많이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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