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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종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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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0월 5일 11시 55분 등록

좋은 아빠가 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욕심만 있었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었습니다. 그저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을 늘리려고 애쓰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유년기의 아이에게는 부모와 함께 보내는 물리적인 시간의 양이 중요하다는 말을 그럴싸하게 주워 삼키며, 그 시간의 질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애써 외면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문득, 생각만으로는 좋은 아빠가 될 수 없다는 위기감이 밀려들었습니다. 그래서 쫓기듯 관련된 책을 찾아 읽고, 인터넷과 TV를 통해 좋은 부모들의 이야기를 뒤적였습니다. 알게 된 지식을 토대로 이런저런 시도를 해보았지만, 어느 것 하나 마음대로 되지는 않았습니다. ‘좋은 아빠가 되는 법’이라고 이름 붙여진 그럴싸한 방법들은 잘 맞지 않는 옷처럼 어색하고 불편하게만 느껴졌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아버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아버지는 어떻게 나를 키우셨던가?’하는 질문을 품자 어릴 적 기억의 파편들이 하나씩 제게로 돌아왔습니다. 그러고 보니 아버지는 저희 형제들에게 한번도 잔소리를 하신 적이 없었습니다. 공부하란 재촉도, 일찍 들어오라는 단속도 없었습니다. 저는 그런 아버지를 감정표현이 서툴고 조금은 무뚝뚝하다고만 생각했었습니다.

그런 아버지께 처음으로 손주를 안겨드리던 날, 저는 전혀 다른 모습의 아버지를 보았습니다. 꼭 안으면 부서질세라 조심조심 아이를 안고 어르는 모습 속에 더 이상 무뚝뚝한 아버지는 없었습니다. 어쩌면 아버지는 그대로인데, 제가 아버지의 참 모습을 몰랐던 것일 수도 있겠네요. 저희들을 키우실 때와 마찬가지로 아버지는 손자에게 무엇을 하자고 먼저 요구하는 법이 없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무언가를 하자고 조르면 딱!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정말 즐기듯 같이 놀아주십니다. 아이가 그런 할아버지를 좋아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지요. 좋은 아빠가 되려면 아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단순한 사실을 잊지 않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소원? 나보다는 네가, 너보다는 네 아이가 조금 더 잘 살았으면 좋겠구나. 그게 내 소원이다.”

십 수년도 더 전, 아버지의 소원을 물었던 제 질문에 담담한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그 때는 잘 이해할 수 없었던 그 대답의 의미를 요즘에서야 어렴풋이나마 짐작하게 됩니다. 아버지의 꿈이 나를 거쳐 내 아이의 몸 속에서 조용히 흐르고 있다는 것을 이제는 알 것 같습니다. 분명치 않은 방향과 부질없는 욕심 사이에서 비틀거리는 아빠는 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해봅니다.

글을 쓰다가 문득 아이가 보고 싶어서 안방으로 건너갔습니다. 곤히 잠든 아이가 차낸 이불을 가슴까지 끌어 덮어주곤 한참 동안 아이를 바라보며 서있었습니다. 자식! 잘~ 생겼네요. 세상 모르고 자는 아이의 귀에 대고 나지막이 속삭여봅니다.

“주원아. 네 할아버지만큼 좋은 아빠가 되도록 노력할게.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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